[쉬운 우리말 쓰기 ④] 국방 헬프콜...군복무, 출산 크레딧은 무엇?
[쉬운 우리말 쓰기 ④] 국방 헬프콜...군복무, 출산 크레딧은 무엇?
  • 박성희 주간
  • 승인 2022.05.27 09:20
  • 수정 2022-05-2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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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헬프콜 포스터
국방 헬프콜 포스터

 

이름은 중요하다. 한번 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까닭이다. 사람 이름도 그렇지만 기관이나 제도의 명칭도 마찬가지다. 명명(이름 정하기)의 원칙은 간단하다. 부르기 쉽고 뜻이 좋거나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제도의 명칭이라면 더하다. 한번 들으면 국민 모두가 무슨 뜻인지,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국방부 홈페이지는 물론 서울 강변북로 등 전국 곳곳에 있는 국군 홍보물을 보면, 잘생기고 든든해 보이는 남녀 군인들의 모습 한쪽에 ‘국방 헬프콜’이라는 단어와 함께 1303이란 숫자가 적혀 있다. 헬프콜은 영어 HelpCall을 한글로 써놓은 것인 듯하다.

뭔가 찾아 보니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국군 내부의 고충 상담, 성범죄 신고, 비리 신고를 위한 통합센터’라고 돼 있다. 군생활과 관련한 상담과 신고 용 전화인 모양인데 상담전화나 신고전화, 긴급전화가 아닌 ‘헬프콜’이다. 문자 그대로라면 도움전화인데 막상 영어엔 에스오에스(SOS)콜은 있어도 헬프콜은 없다.

국방헬프콜의 순화어로 ‘국방도우미전화’가 만들어졌지만 국방부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국방헬프콜이라고 쓴다. 도우미전화가 적당하지 않다 싶으면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사용하는 상담전화나 신고전화, 긴급전화라고 쓰면 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영어엔 있지도 않은 말을 꿰맞춰 한글로 써놓는 건 세종대왕을 욕 보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군복무 크레딧 ⓒ국민연금공단
군복무 크레딧 홍보물 ⓒ국민연금공단

 

국방부 용어엔 ‘군복무 크레딧’이라는 것도 있다. 설명에 따르면 ‘2008년 1월 1일 이후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6개월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제도’라고 한다. 직업군인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에 따라 징집된 사병(사회복무요원 포함)의 경우 복무기간동안 사회생활을 못하는 대신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준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군복무 연금지원제도’ 내지 ‘사병 연금지원제도’인 셈인데 그냥 읽어서는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군복무 크레딧’이란 명칭을 갖다 붙였다. ‘혹시 다른 곳에서도 사용하는가’ 싶어 살펴 보니 ‘출산 크레딧’이란 말도 나왔다.

‘출산 크레딧’은 둘째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12개월 늘려주고, 셋째부터는 기본 12개월에 18개월씩을 더해주는 제도라고 한다. 넷째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48개월 추가된다. 단 한도가 최대 50개월이어서 다섯이나 여섯 명을 낳아도 더 이상의 추가 혜택은 없다고 한다. 이 역시 ‘출산 연금지원제도’나 ‘출산 연금가산제도’가 아닌 ‘출산 크레딧’이라고 명명했다. 둘 다 2008년 1월부터 실시됐으니까 당시 일종의 군가산점 제도와 출산장려책을 만들면서 똑같이 ‘크레딧’이란 말을 차용한 모양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준다는 건 그만큼 많은 국민연금을 국가 재정으로 부담한다는 뜻이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제도인 만큼 지불은 앞으로 20년 뒤부터나 시작될 것이다. 크레딧의 사전적 뜻이 ‘융자, 신용, 여신’이니 엄밀한 의미에서 맞는 말인 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국민 세금을 사용하는 일이니 납세자 누구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납세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용어 사용은 언어 폭력”(전영원 광주 동구 의원)이라는 말도 있다. 2016년 6월 전국 최초로 ‘광주광역시 동구 한글 우선 사용 원칙’ 조례 제정을 주도한 전 구의원은 임기 내내 ‘공공행사 이름부터 한글 위주로 짓고 필요할 경우 외래어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자’고 주장, 동구청은 주민 문화·건강행사에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동구청에 이어 광산구청도 2019년 12월 한글 우선 사용 원칙 조례를 제정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부처, 공공기관에서 앞장서면 제도나 행사 명칭을 외국어나 국적 불명 용어가 아닌, 모든 국민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지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소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제도든 행사든 국민 모두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명칭으로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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