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미래세대 통합은 성별 갈등 해소로부터
[여성논단] 미래세대 통합은 성별 갈등 해소로부터
  •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 승인 2022.05.27 08:40
  • 수정 2022-05-27 08: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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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이돌에게 대중은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민다. 가령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금이라도 웃지 않거나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은 과거부터 여성 아이돌 멤버에게 지속적으로 따라붙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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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 성별 갈등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됐다. 특히 2030세대들이 온라인상의 젠더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특징적이다. 이제 2030세대의 젠더이슈는 오프라인에서도 그 영향력이 입증된, 명실공히 우리 사회의 핵심 쟁점이자,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우리사회 성별 갈등은 비단 2030세대만의 이슈는 아니다. 일련의 조사결과에 나타난 10대의 성별 갈등 또한 20대 못지않다. 장래성 차원에서는 더 의미심장하다. 아직 투표권이 없고, 노동시장 참여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을 뿐이다.

현재 청소년 세대가 갖는 성별 태도의 가장 큰 특성은 이들이 전반적으로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전통적 성역할 규범이 약하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21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생계부양 의무나 여성의 자녀돌봄 책임에 대한 10대의 인식은 20대보다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서로 다른 논리로 작용하여 이들 세대에서 성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도 현실이다. 남성 청소년들의 경우, 성역할 구분이 없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군복무가 부과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성 청소년들은 정작 현실에서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이나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의식과 이론만 탈성별화를 주장한다고 문제제기한다.

특히 권리의 영역에서 청소년들의 젠더 이슈는 더욱 첨예하게 충돌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남성 청소년의 1/4은 여성의 권리가 강조될수록 남성의 권리를 위협하거나 침해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적지 않은 남성 청소년들은 젠더 이슈를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함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의 쟁점이 되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도 같은 맥락이다. 10대 남성의 59.1%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한 반면, 10대 여성의 89.4%는 향후 개선할지언정 일단 여성가족부의 존치에는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세대에서 두 성별의 입장이 얼마나 상이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의 서로 다른 성별 인식은 온․오프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혐오적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약 3명 중 1명(34.4%)은 온라인 게임 중 성차별․혐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이 높을수록 심해져 고2 여학생은 거의 절반 수준(45.7%)이 패드립 등 혐오표현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적지 않은 남성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에서의 혐오표현이나 비인권적 태도가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이들 세대에서의 인권감수성을 다소 우려하게 한다.

청소년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답게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가짜뉴스나 편협한 정보를 접하는 비율도 크고, 전달자로서의 확산력도 크다. 20대가 남초 또는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여론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10대들은 유튜브 콘텐츠나 SNS를 통해 페미니즘 정보를 습득하고, 해당 콘텐츠의 댓글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마도 2030세대가 주도하는 커뮤니티의 여론이 소수의 전파자를 통해 10대가 즐기는 유튜브나 SNS로 확산되는 형국으로 보인다. 실상 남성 청소년이나 여성 청소년 모두 책이나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진지하게 페미니즘을 접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점 또한 청소년 세대가 젠더 이슈와 관련해 우리 사회나 학계에서 합의되고 정련된 이론과 정보를 충분히 접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암울한 점은 10대에서의 성별 갈등이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특히 저출산 이슈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고2 남학생의 67.7%는 장래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같은 또래 여학생들은 38.0%만이 출산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절반 정도인 50.3%는 장래 출산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84명이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 문제에 마주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청소년들의 모습은 이 수치가 더 낮아질 것을 예고한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국내 교수 500명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한국사회를 좌우할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저출산, 2위는 사회통합으로 나타났다. 두 이슈 모두 미래세대의 성별갈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세대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멸과 등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세대 내의 갈등은 일생에 마주하는 어려움이자, 그 세대가 끝나기 전에는 종식되기 어려운 이슈이다. 더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윗세대의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라도 국가와 사회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마주하고, 교육과 문화를 통한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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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구 2022-06-06 00:07:59
분노와 투쟁, 분노와 정치를 혼동하는 사람들을 최근에 많이 보게 된다. 분노를 통해 투쟁에 입문한 사람들, 분노를 이용해 손쉽게 정치 세력화를 꾀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투쟁은 길고 정치는 어렵지만, 분노는 빠르고 간단하다. 마틴 루터 킹은 백인과 연대해 차별에 맞섰다. 흑인들의 분노를 자극해 결집시키는 편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인 방식이었을 텐데 말이다.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김대중은 5.16 쿠데타의 핵심인물과 단일화를 하고 연립내각을 구성했다. 어떤 세력이나 집단을 청량감 있게 비판하는 것은 분노의 영역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의 피로하고 기약 없는 줄다리기 끝에 조금이나마 더 나은 미래를 약속 받는 것은 기나긴 투쟁과 끈질긴 정치 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