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피해자 진술 배척
2심 “피해자,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항거불능 상태 아니어도 정황상 성폭력 인정”

ⓒ홍수형 기자
9일 서울고법 형사 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A(26)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홍수형 기자

채팅앱에서 만난 10대를 성폭행했는데 무죄를 선고받았던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 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19일 강간 혐의로 기소된 A(26)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10월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 B씨와 조건만남 명목으로 만났다가 B씨를 힘으로 제압해 성폭행을 저지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에 대답하지 않는 진술 태도를 보였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A씨가 B씨를 힘으로 제압한 과정에 있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로 제압당했다기보다는 성관계가 끝나야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B씨는 “너무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실제로 때리지는 않았지만, 말을 안 들으면 맞을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에 대해 “첫 번째 성관계가 끝난 후 두 번째 성행위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진술하기 어려운 것까지 묘사했다”며 “부수적인 내용을 들어 전체적인 진술 신빙성을 배척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두 번째 성행위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며 오히려 A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재판부는 “조건만남만 생각하고 나온 피해자가 처음 만난 피고인으로부터 동의나 양해 없이 짧은 순간 돌발적으로 유형력을 행사 당할 경우 상당히 위축되며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성매매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도주한 점을 거론하며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조건만남으로 약속된 첫 번째 성행위 외의 두 번째 성행위를 합의된 성관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미필적으로나마 강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