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합의 없어 국적 취득 인정 안돼"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위장 결혼으로 취득한 한국 국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옛 국적법에 있는 국적 취득 사유인 ‘한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려면 당사자 사이 혼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혼인 합의가 없다면 ‘한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지 않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 동포 A씨는 1981년 이미 중국에서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취업을 위해 1995년 ‘신분세탁’ 브로커를 통해 'B'라는 위장 신분을 만들어 중국 여권을 발급받았다. 같은 해 10월 한국인 남성과 위장결혼을 했고 12월에는 한국에 입국했다. 

A씨는 이후 ‘B’라는 이름의 한국인 행세를 했다. B이름으로 여권도 발급받아 2013~2017년 12회 출입국을 반복했다. A씨는 외국인인데도 유효한 여권없이 출입국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20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기는 했지만 국내 법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어 “예방적 측면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위장 결혼에 의해 취득한 한국 국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한 대법원 최초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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