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맞은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전국 최초 거점형 지역양성평등센터
부산시·구·군 성 주류화 협력 돕고
성평등 교육·지역 특화사업 지원
적은 예산·인력에도 “지역 변화 실감”
“부산에 필요한 사업...선례 남기려 노력”

여성가족부 지정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에서 최근 열린 성평등 강사 역량강화 과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제공
여성가족부 지정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에서 최근 열린 성평등 강사 역량강화 과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제공

부산에 설립된 전국 최초 ‘거점형 지역양성평등센터’가 1주년을 맞았다. 여성가족부 지정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는 지역에 맞는 성평등 교육과 문화확산에 힘쓰는 기관이다. 부산광역시와 기초단체, 성평등 정책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도 운영한다.

성평등에 반발하는 ‘백래시’(공격)가 극심한 때에 문을 열었다. 가부장적·보수적 성향이 원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여가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성평등지수’에서 경남 지역은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센터를 찾은 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솔직히 많이 힘드셨죠?” 다들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는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려는데 젊은 연구원이 말했다. “전 여기가 첫 직장인데요. 힘들지만 계속 일하는 건 현장의 변화 때문이에요. 공무원들을 만나 성인지교육을 해보니 거부반응도 있지만 이 사업을 계기로 변하고 있어요. 부산에 참 필요한 사업이라는 걸 체감해요.” 유연주 연구원의 말에 이유진 센터장도 덧붙였다. “처음엔 부정적이던 분들도 성인지 교육을 들으면 ‘오해했다’, ‘더 알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만족도도 높고요.”

센터 운영 목표는 ‘성평등 공감도시 부산’. 부산시와 16개 구·군 간 ‘성 주류화 상설협의체’를 운영하고, 지역 정책을 성평등 관점으로 모니터링해 개선안을 제시하며 좋은 정책도 발굴·공유한다. 공공부문 내 성평등 의식·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진단, 성평등 강사 양성도 맡았다.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는 2021년 4월 27일 오후 2시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부산시, 16개 구·군 성별영향평가 담당 팀장 및 주무관과 제1회 성주류화 상설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는 2021년 4월 27일 오후 2시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부산시, 16개 구·군 성별영향평가 담당 팀장 및 주무관과 제1회 성주류화 상설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직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제공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직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제공
북구는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1년 ‘성평등 가족 - 세 살 평등이 세상을 바꾼다’ 사업을 실시하고, 영유아, 부모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양성평등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강연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사진은 아이들이 비대면 인형극을 관람하는 모습. ⓒ부산 북구 제공
북구는 부산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1년 ‘성평등 가족 - 세 살 평등이 세상을 바꾼다’ 사업을 실시하고, 영유아, 부모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양성평등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강연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사진은 아이들이 비대면 인형극을 관람하는 모습. ⓒ부산 북구 제공
부산 사하구는 2021년 11월 30일 여성친화도시 및 부산광역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주관 ‘성평등 공감도시 부산 조성’ 공모 사업의 하나로 괴정3동에 조성한 8번째 안심귀갓길 ‘사하드림로’를 주민들과 모니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 사하구 제공
부산 사하구는 2021년 11월 30일 여성친화도시 및 부산광역시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주관 ‘성평등 공감도시 부산 조성’ 공모 사업의 하나로 괴정3동에 조성한 8번째 안심귀갓길 ‘사하드림로’를 주민들과 모니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 사하구 제공

지역에 맞는 성평등 사업 지원에도 힘썼다. 지난해 공모에 선정된 3개 구에 총 3600만원을 지원했다. 좁고 어두워 범죄에 취약했던 골목길을 도색·정비하고 보안장비를 설치해 동네 분위기를 바꿨다(사하구). 영유아와 부모,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성평등 놀이 방법서와 성인지 동화책을 대여해 성평등 교육을 도왔고(북구), 감정노동·성범죄 위협에 시달리는 돌봄노동자를 위해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 우울증 상담, 무료 예방접종 등을 제공했다(수영구). 올해도 4400만원을 들여 아빠 육아 프로그램(금정구), 1인 가구 요리·텃밭 가꾸기(북구), 청년 1인가구 요리모임·자조모임(동래구), 한부모·조손 가족을 위한 안전거리 조성(사하구) 등 사업을 10월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사실 센터 규모나 예산이 넉넉하진 않다. 여가부 공모사업에 부산시가 선정돼 국비와 시비를 반씩 더해 예산 3억 8200만원을 갖고 출발했다. 올해 예산은 딱 400만원 늘어 3억 8600만원이다. 임직원은 센터장과 2030 젊은 연구원 4명. 사업 경험치가 낮은 편인데도 9개 사업을 1명당 2~3개씩 나눠 관리하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내년까지 3년간 위탁 운영하고, 근로계약은 1년마다 갱신된다. 2년간 근속한 직원은 2명, 센터장도 올해 2월 바뀌었다. 사업을 안정적, 연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긍정적 변화 사례를 여럿 들려줬다. 부산시 공무원들부터가 매우 적극적으로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성인지교육에 대한 지역 내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고 한다. 민간 기관들도 달라지고 있다. 부산 사상구의 아동 발달재활·심리상담 전문기관 ‘위즈포레 사회서비스센터’는 지난해 성인지교육 심화 과정을 이수하고 자체 조직 내 성평등 실천 전략을 세웠다. 11월 센터가 연 ‘2021 성평등문화 확산 공동포럼’에도 발표자로 참여해 ‘사회서비스 현장에서의 성인지 필요성’을 강연했다.

이 센터장은 공공부문 종사자 대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파급효과가 높은 교육 사업을 통해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변화하고, 공공 서비스의 변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게 목표다.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6급 이상 공무원 특화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공공영역 조직 성인지 감수성 진단도구’도 개발 중이다. 매년 검사하고 결과를 분석해 성인지교육과 양성평등정책 시행계획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효과적 조직 내 성평등 실천사례와 아이디어를 모으는 ‘성평등 사례뱅크’도 운영한다. “피부에 와닿는 우수 실천사례를 많이 들려달라”는 교육 참가자의 요청에 착안, 관련 사례를 모아 널리 전파하려는 취지다.

“부산이 전국 최초라 기대도 관심도 많이 받는데, 선례로 남을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사업을 잘 추진해서 여러 성과를 내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힘쓰겠습니다.” (이 센터장)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온 성평등 활동가, 강사들이 있었기에 센터가 설립될 수 있었어요. 더 나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많은 지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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