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단체를 가다] 8 : 한국여자의사회
윤석완 제30대 회장
“여성 의사 겪는 유리천장 견고해”

한국여자의사회는 4월 30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66차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한국여자의사회
한국여자의사회는 4월 30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66차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한국여자의사회

1980년대 여성 의사 비율은 13.6%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여성의 비율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여성 의사 수는 1995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이후 2008년 2만명을 넘었다. 2018년엔 3만명대였고 2019년 3만3142명로 전체 의사 수의 26.1%로 집계됐다. 지난해 종로학원이 교육통계서비스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의과대학에 진학한 여대생 비율은 35.1%를 기록했다.

여성 의사의 수는 늘고 있지만 성차별은 여전하다. 2018년 한국여자의사회가 남녀의사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평등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747명)의 47.3%는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수 임용과정에서의 성차별 경험 비율은 여성 36.8%, 남성 8.0%였다. 일부 과에서는 ‘여자는 지원하지 말래요’, ‘여자가 할 수 있겠느냐’, ‘결혼 계획이나 남자친구가 있는가’라는 면접 질문을 하거나 ‘여전공의는 분만, 출산 휴가 규정 때문에 우리 과에서는 어렵다’ 등의 이유로 여전공의 지원을 받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국립대병원 5곳이 11년간 여성 정형외과 전공의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0월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국립대병원 전공과 전공의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11년간 정형외과 전공의 1251명 중 여성은 35명(2.8%)에 불과했다. 특히 부산대·강원대·충북대·경북대·제주대 5개 병원은 11년간 여성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의사의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협회가 있다. 한국여자의사회(이하 협회)는 여성 의사들이 겪는 성차별, 성추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지원하는 등 의료계 성평등 허브로서 역할 중이다. 의료계·정부기관·사회단체들과 함께 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고 여성 의사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1956년 창립을 위한 발기회를 가진 협회는 창립 8개월여 만인 1956년 9월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여성의료전문가 단체가 됐다. 올해로 66주년을 맞은 협회의 초대 회장은 고 손치정씨고 현재는 백현욱 제31대 회장이 협회를 이끌고 있다. 협회가 추진 중인 사업으로는 △국민보건의 지도계몽에 관한 사업 △의학발전 및 학술 진흥에 관한 사업 △의학교육에 관한 사업 △의학지식의 국제교류에 관한 사업 △기관지(여의회보), 회지, 잡지, 의학서적 발간 및 광고에 관한 사업 △의료봉사에 관한 사업 △장학 사업 △회원친목, 복지 및 의료인의 취업 알선 등에 관한 사업 △수익사업 및 기금모금 사업 등이 있다.

한국여자의사회 여의사인권센터 모습 ⓒ한국여자의사회
한국여자의사회 여의사인권센터 모습 ⓒ한국여자의사회

10개의 지회, 9천여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협회는 여의사인권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는 의료기관 업무 중에 의료기관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성희롱·성폭력의 피해를 입은 여성 의사는 여의사인권센터에서 상담과 법률적 지원 요청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뷰] 윤석완 제30대 회장

“여성 의사 겪는 유리천장 견고해”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제30대 회장 ⓒ홍수형 기자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제30대 회장 ⓒ홍수형 기자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제30대 회장은 협회에 여성 의사들이 성차별이나 성추행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면 협회 가입 유무에서 벗어나 언제든 ‘여의사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은 “여성 의사들이 겪는 유리천장은 분명히 있다”며 “이들에게 우리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1976년 이화의대를 졸업한 윤 전 회장은 성완산부인과원장을 지내고 있다. 그는 한국여자의사회 제30대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서울가정법원가사조정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의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이대의대동창회 고문·한국여자의사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12일 서울 마포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윤 전 회장은 “올해 4월 30일부로 임기가 끝나 시원섭섭하다”며 “임기 동안 40개의 의과대학을 돌며 졸업 예정인 여학생과의 만남 추진, 청소년 건강증진 사업 전개, 총회나 행사 개최 등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쉽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윤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제30대 회장 ⓒ홍수형 기자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제30대 회장 ⓒ홍수형 기자

-그동안 대한의사협회(의협) 내 여성 의사 임원 확대 기용을 강조하셨습니다.

“현재 4명 중에 한명이 여성 의사예요. 작년 3월에 의협 회장 선거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여성 의사 임원을 많이 채용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요구 사항을 전달했어요. 사실 예전부터 임원의 1/3을 여성으로 하라는 얘기를 해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 못했어요. 그동안 여성 임원은 2~3명이었는데 현재는 8명까지 올라왔어요. 또 의협에 대위원개혁TFT가 있었고 당시 저도 위원이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여성 대위원을 많이 기용해달라고 16개 시도의사회에 공문을 보내고 개인적으로 회장님들과 소통했어요. 계속 목소리를 내다보니 의협 대위원 정원이 250명인데 여성은 8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 성과를 거뒀어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20명에서 더 노력하면 여성 의사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문직 여성으로서 일하며 겪었던 어려움도 있으셨습니까?

“육아를 하면서 산부인과를 개업했는데 당시 4층 건물에 1~2층은 병원 3층 시부모님 4층은 제가 살았어요. 제가 딸만 둘인데 물론 도우미분들이 계셨지만 분만은 밤낮이 없어요. 특히 밤에 아기를 받으면 도우미분들을 부르지 않고 제가 직접 밥을 해서 환자에게 국밥을 드렸어요. 저도 여자다보니까 도우미를 깨우기가 미안했어요. 그래서 많은 배려를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환자가 없을 때는 병원으로 와서 놀면서 컸고 현재 딸 하나는 의사가 됐어요. 전문직이라서 좋은 것도 많지만 며느리, 아내, 엄마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퇴근하면 바로 부엌부터 들어갔거든요.”

-신임 회장님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우리 협회가 66년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외부 회계감사를 2년 전에 처음으로 받았어요. 앞으로도 외부 회계감사를 꾸준히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밖에 제가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이어서 해주셨으면 해요. 우선 지회끼리의 소통을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의과대학 여학생들과의 만남도 꼭 추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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