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진과 성희롱 문구 SNS 올려
변호사들 “모호한 문구...현행법상 처벌 어려워
성적 표현 사용, 모욕죄 적용 가능하나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성희롱 문구를 달아 개인 SNS에 단 경복고 학생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경복고는 지난 2일 개교 101주년을 맞아 학교 동창회 주최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찬조 공연은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인기 아이돌인 에스파가 맡았다. 일부 학생들은 에스파 멤버들을 촬영한 사진에 “만지는 거 빼고 다 했다”, “섹X" 등 성희롱 문구를 달아 개인 SNS에 업로드했다.

문제가 되는 게시글을 올린 학생 중 한명은 12일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 측도 오는 27일 경복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shutterstock
일각에서는 경복고 학생들이 업로드한 게시글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shutterstock

일각에서는 형사처벌 가능성도 거론한다. 경복고 학생들이 업로드한 게시글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경우 성립한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받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착한 법률사무소의 조의민 변호사는 “해당 법률로 처벌하기엔 게시물의 문구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가령 ‘만지는 거 빼고 다 했다’의 경우 어디를 만진다는 것인지, 어떻게 만진다는 것인지 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많다. ‘성적인 문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처벌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하지만 ‘섹X’처럼 성적인 문구를 그대로 올린 경우, 모욕죄 처벌의 가능성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이므로 에스파 멤버가 직접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역시 처벌이 불가능하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도 “문구가 애매해 형사적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절치 않은 문구와 사진을 올린 것은 맞지만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이 "여성을 쉽게 성적대상화하는 남성문화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shutterstock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이 "여성을 쉽게 성적대상화하는 남성문화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shutterstock

하지만 해당 사건이 형사적으로 처벌이 어렵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복고 성희롱 사건은 여성을 쉽게 성적 대상화하고 온라인에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우리 사회문화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희 탁틴내일 대표는 ‘경복고 성희롱’사건이 “남성문화를 보여주는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남고생 하나가 걸그룹에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걸그룹을 성적인 상품으로 소모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복의 대상이라던지 놀이의 하나로써 여성을 소비하는 남성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또 “아무리 공개된 인물이고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으로 대상화한 부적절한 사건이다. 공인에 대한 존중, 사람을 대상화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발생 건수는 2019년 1437건에서 2020년 2047건으로 증가했다. 사이버 명예훼손‧모욕도 2019년 1만 6633건에서 2020년 1만 9388건으로 늘었다. 지난 4월에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60차례에 걸쳐 연예인 등을 희롱하는 음란성 글을 게시한 대전 한 구청 9급 공무원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타인을 쉽게 성적 대상화하고 이를 쉽게 SNS등 인터넷에 올리는 문화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