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신화, 심판대 위에 올랐다

변화하는 결혼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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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차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사회적 시선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하기는 싫습니다.”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결혼관도 변하고 있다. 지위와 경제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결혼은 더 이상 필수조건이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여기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최근 실시한 '결혼의식 조사'에 따르면 1378명의 여성 응답자 중 79.2%가 '결혼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반드시 해야 된다'고 응답한 여성은 17.6%에 그쳤으며, 아예 '할 필요 없다'는 응답도 0.7%였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자신의 '일'(199명 중 26.2%)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결혼의 불필요성(24.4%), 경제적 기반의 부족(20.1%), 상대방에 대한 구속(9.8%), 결혼으로 인한 책임과 의무(9.3%),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제도(4.4%) 순이었다. 결혼으로 취업을 대신한다는 이른바 '취집'이 만연하던 과거와는 현저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치관 변화는 여성들의 독신주의와 만혼을 부추겨 실제 혼인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혼인 건수는 2000년 33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7.9%로 떨어진 이래 2001년 -4.2%, 2002년 -4.2%, 2003년 -0.6% 등 연이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 초혼 연령도 10년 전보다 2.2세 늘어난 27.3세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형남규 듀오 회원상담관리본부장은 “시대 흐름에 따라 가치관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최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결혼관 변화가 남성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결혼은 'NO'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혼전 동거나 사실혼 등의 새로운 부부 형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동거의 경우 결혼 전 서로를 미리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나 결혼제도의 구속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젊은 커플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난해 한 대학신문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재학생 195명의 30.4%가 '혼전동거를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상 결혼식을 올린 후 유예기간을 갖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일종의 사실혼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로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깨끗하게 헤어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겠다는 것.

조은희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가운데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통한 자아실현, 일방적인 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던 구시대 의식에서 탈피 그리고 동거에 대한 젊은이들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 등으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흐름인 만큼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프랑스 팍스(PACS·민간연대계약)법 같은 법적인 보장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999년 프랑스에서 입법화된 'PACS'법은 결혼하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동거부부'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 이들이 각종 법률이나 사회적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 주는 제도. 실질적으로는 동성애 부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점차 모든 동거인들에게 확대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삼팔선 시대, 일등 신랑감은 역시 공무원

물론 결혼관이 변했다고 하루 아침에 '독신남녀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닐 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신랑감은 공무원. '삼팔선'이니 '사오정'이니 하는 단어가 난무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안정적인 공무원 및 공사직이 이른바 '사(士)'자 신랑감들을 제치고 일등 신랑감 자리에 등극했다. 한편 배우자 선택시 고려하는 요소로는 여성들은 직업, 성격, 가정 환경, 외모, 학력 등의 순이었던 반면, 남성들은 성격, 외모, 직업, 가정 환경 순으로 꼽아 남녀간 우선시 하는 결혼 조건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수시장은 웰빙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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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혼수용 침구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침구전문브랜드 'NEST-B 보금자리'의 이경임 상품기획실장은 “최근 혼수 침구류에서도 웰빙문화에 따라 항균방취 가공된 면 소재 침구가 등장하고 있다”며 “면 소재 이외에도 의류나 커튼에 사용돼 온 타프타 소재나 자가드 소재 위에 프린트를 하여 투톤 느낌의 컬러로 표현된 패턴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보금자리 www.bogeumjari.co.kr / 02-495-0636>

혼수시장은 점차 프리미엄화 및 고가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60∼70년대에는 반상기 세트, 80년대에는 컬러 TV, 그리고 90년대에는 대형 TV가 최고 인기 혼수품으로 꼽혔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양문형 대형 냉장고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드럼 세탁기나 김치냉장고, 홈씨어터 등의 고급 가전도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필수 혼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공기청정 시스템을 갖춘 에어컨이나 은(銀) 나노 기술을 활용한 항균·항취 냉장고 등 '웰빙(well-being)' 개념을 접목한 제품들가지 잇따라 쏟아져 나와 프리미엄화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이마트 홍보팀의 양동철 대리는 “최근 인기 있는 혼수품은 양문형 냉장고나 드럼 세탁기를 비롯, 29인치 이상 디지털 TV나 40인치 이상의 프로젝션 TV 같은 고가 제품들”이라며 “가전 시장 자체가 고급화되는 추세인데다, 혼수품의 경우는 더욱 고급품을 찾게 돼 이런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수 객원기자

euns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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