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0대 대통령 취임]
3303자 중 ‘자유’ 35번 언급
사회갈등 해법으로 ‘성장’ 제시
자유·인권·공정·연대 가치 강조
실현 위한 액션 플랜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 연도를 메운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 연도를 메운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갖고 용산 집무실에서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국정의 핵심 가치는 ‘자유’였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의 신승을 한데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합과 협치는 필수적이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사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담은 국정운영 청사진이다.

먼저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 세계가 직면한 난제로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의 변화와 공급망의 재편, 기후 변화, 식량과 에너지의 위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후퇴”를 언급했다. 또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꼽았다.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집단적 갈등과 위기를 헤쳐 나갈 “보편적 가치”로는 ‘자유’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며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돼야 한다”고 했다. 또 “승자 독식이 아닌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유 시민”의 자격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와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 보장”이 그것이다.

취임사에서 드러난 분명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 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다. 그러면서 ‘세계 시민’을 7차례 호명했다. “경제 규모가 커졌다고 반드시 선진국이 아니다. 자유와 인권 확대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세계 시민에게 얘기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새 정부가 국제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기준)’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사회적 행위와 젠더 이슈, 여성의 기회의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정치·경제 참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최저(lowest)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메우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러나 구조적 성차별은 없으며 여성가족부는 폐지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새 정부 내각의 여성 대표성은 이전 정부보다 후퇴했다. 장관 후보자 18인 중 여성은 3인에 불과하고, 15개 부처 20개 차관급 인사는 전원 남성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지성주의 시대를 마감하기 위한 시작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없는 자유’,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공정’,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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