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못 하겠어요” 육아 프로그램 속 셰어런팅
전문가 “아동 성장 한 후 문제될 여지 있어”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기사와 무관한 사진. ⓒshutterstock
기사와 무관한 사진. ⓒshutterstock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녀의 사진을 올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아이의 배변 훈련 또는 목욕하는 모습 등 알몸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 아이의 사생활과 초상권 침해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 배우가 SNS에 자녀의 알몸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됐다. 이 배우는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을 올리면서 탈의한 아들의 뒷모습 사진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특히 해외 누리꾼들은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저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무리 아들이라 해도 아이의 알몸 사진은 올리지 않아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인스타그램 #육아 검색하면…얼굴 드러난 아이 사진 쏟아져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육아’를 검색하면 4344만개의 게시글이 쏟아진다. 게시물을 보면 대부분 아이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이나 영상이다.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육아’를 검색하면 4344만개의 게시글이 쏟아진다. 게시물을 보면 대부분 아이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이나 영상이다.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육아’를 검색하면 4344만개의 게시글이 쏟아진다. 게시물을 보면 대부분 아이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이나 영상이다. ‘#배변훈련’을 검색하면 아이가 용변을 보는 사진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목욕놀이’도 아이의 알몸 사진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아이의 사진을 SNS에 올릴 때 비공개로 설정한 경우는 저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부모의 SNS 이용 시 자녀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설문조사’를 보면 자녀의 정보가 담긴 SNS 게시물의 공개 범위는 응답 부모의 35.8%가 전체 공개로 설정했다. 친구(팔로워) 공개로 설정하거나 선택한 일부 사람만 공개하는 경우는 각각 47%, 12.4%였다. 비공개로 하는 경우는 3.8%뿐이었다. 또 SNS에 자녀의 콘텐츠를 올린 부모의 13.2%는 개인정보 도용(3.3%)이나 불쾌한 댓글(4.3%) 등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 사진이나 영상이 멋대로 사용되거나(66.7%) 게시물을 통해 자녀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66%)을 걱정했다.

지난 2013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같이 SNS에 자녀의 사진을 올리는 부모를 ‘셰어런츠’(Sharents)라고 지칭했다. SNS에 자녀의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는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불렀다. 셰어런팅은 공유를 뜻하는 영단어 ‘셰어’(Share)와 양육을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이 합쳐진 용어다.

“방송 못 하겠어요” 육아 프로그램 속 셰어런팅

SNS뿐 아니라 아동이 출연하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셰어런팅이 늘고 있다. 2013년 MBC ‘아빠, 어디가?’의 방영 이후 육아 예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 마이 베이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현재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예능은 꾸준히 방영되고 있다. 특히 ‘훈육 예능’을 표방하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아동의 초상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방영된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아동이 촬영을 거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출연한 아동은 “방송 못 하겠어요”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가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아이가 촬영을 거부하는 모습까지 방송됐다. 아이는 추후 출연에 다시 동의한 것으로 나왔지만, 처음 촬영 당시 아동의 제대로 된 동의가 구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이 진행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디지털 환경 속 ‘잊힐 권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아동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강미정 권리옹호부문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지난달 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를 통해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동의 기록은 낯선 타인에 의해 공유되고, 영원히 삭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리고 아이와 가족은 이 기록 때문에 온라인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공격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 “아동 성장 한 후 문제될 여지 있어”

아동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서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이 적극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연령대에 있을 때는 아동의 권리 행사를 친권자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진형혜 변호사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상식적인 선에서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친권자의 동의가 있다면 아동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추후에 아동이 성장한 후 부모에게 관련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외국에 있다.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셰어런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부모가 자녀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SNS에 게재할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녀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SNS에 게재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한 혐의로 3만 5천 파운드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법리해석이 나왔다. 베트남은 지난 2018년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셰어런팅과 관련된 법적 규정이 없다.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세이브더칠드런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은 ‘셰어런팅 다시보기 프로젝트’와 더불어 아동의 권리를 지키는 SNS 이용을 위해 ‘아이를 지키는 셰어런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셰어런팅 가이드라인

1.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주세요

2.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싫다"고 말할 기회를 주세요

3. SNS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하세요

: 게시물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지만 보안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4. 아이의 개인 정보가 새고 있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검색해 주세요

5. 아이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6. 온라인 성범죄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 주세요

: 목욕 사진, 수영복 사진, 속옷 차림의 사진은 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세요

7.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8. 올린 게시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세요

: 게시물 하나에 담긴 정보는 미미해도 모이면 상세한 정보가 될 수 있어요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https://www.sc.or.kr/news/magazineView.do?NO=7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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