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두테르테 대통령 딸은 부통령 당선

[케손시티=AP/뉴시스]필리핀 케손 시티에서 지난 4월 13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대선 유세 도중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선은 9일 치러지며 그의 당선이 유력하다
[케손시티=AP/뉴시스]필리핀 케손 시티에서 지난 4월 13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대선 유세 도중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필리핀 독재자이자 부패의 상징이었던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지 방송매체들에 따르면 9일(현지식각) 치러진 필리핀 대통령 선거 개표가 95% 가량 이뤄진 10일 오전 마르코스 후보가  2위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1437만640표)을 두 배 이상 앞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선거 결과는 이달 말 의원들에 의해 확정될 때까지 예비로 간주된다.

부통령 후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이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1980년 23살의 나이에 마르코스 가문의 '영지' 북일로코스 부지사로 정계에 입문, 2010년 상원의원이 되기 전까지 주지사를 지냈다. 2016년 선거 때는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로브레도 현 부통령에게 몇 천 표 차이로 졌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필리핀의 1987년 '대통령 단임제' 개헌을 촉발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외아들이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장장 20년을 집권하며 각종 부정축재와 권력연장 야욕 속 결국 1986년 일어난 민주화 운동으로 하야했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해 기업, 언론 등을 장악했으며 군과 경찰은 반체제 인사들을 수천명을 체포하고 고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아내 이멜다 마르코스는 약 100억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이 가운데 30억 달러를 환수했다. 여전히 환수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남편의 장기 집권 기간 수도 마닐라 시장과 주택환경부 장관 등을 지난 이멜다 마르코스는 남편이 하와이 망명 중 사망하자 귀국해 1992년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시민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의 아들과, 재발방지를 위해 시민의 힘으로 이룩한 6년 단임제 헌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이 결국 말라카냥 궁전(대통령궁)을 차지하게 되면서 36년 전 필리핀 시민들이 이룬 '민주주의 꿈'은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됐다.

마르코스는 오는 6월30일 취임하게 된다. 필리핀 대통령제는 6년 단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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