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장관 ‘여가부 폐지’ 공약 정면 비판 “새 정부, 여가부의 역할 인정해야” [전문]
정영애 장관 ‘여가부 폐지’ 공약 정면 비판 “새 정부, 여가부의 역할 인정해야” [전문]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5.09 18:24
  • 수정 2022-05-09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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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임사 통해 소신 밝혀
“정부 부처 폐지 주장하려면
이유·한계·대안 등 제시해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은 지속가능 사회와 포용, 통합을 실현하는 한 축이자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이임사를 통해 윤석열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정면 비판했다. ⓒ여성가족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떠나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임사를 통해 윤석열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정면 비판했다. 윤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 장관은 9일 이임사를 통해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후보의 선거공약이나 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여가부 폐지 추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성평등하고 포용적인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 온 여가부의 가치와 역할이 새 정부에서도 인정되고 존중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임사에서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야당의 후보였던 대통령 당선자가 어느 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제시했다”며 “이후 여가부 폐지는 현재까지도 주요 핵심공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구조적 차별은 없다’ 외에 더 상세한 관련 근거나 추가 설명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유지돼 온 정부 부처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그 이유나 문제점, 한계, 대안이라도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2002년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언급하며 “인수위 기간은 기존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일은 향후 5년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출발점이어서 관련 부처 관계자나 외부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일은 필수적인 절차였다”면서 “그러나 이번 인수위 기간 내내 여가부 업무에 대한 보고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인수위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 장관은 “(국정과제에서) 여가부가 단독주관부처인 과제는 하나도 없으며, 성평등 정책 총괄부서로서의 업무는 실종되고, 여성권익업무는 법무부가 주관부처로, 여성고용 관련 업무는 노동부가, 청소년업무는 요보호청소년 업무만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위 두 달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중앙과 지역 여성계 및 정책대상자들이 성명, 토론회, 면담 등을 통해 제시한 다양한 요구와 제안, 호소 등은 거의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상식과 모두가 행복한’이라는 새 정부 국정원칙 속에도 그동안 여가부가 대상으로 삼아왔던 국민들은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가부가 추진해 온 여성폭력피해자 보호나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과 관련된 업무들이 부처 설립의 목적, 업무전달체계가 다른 타 부처에서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까? 그동안 여가부가 목표로 해왔던 (성)평등과 통합, 배려의 가치는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홍수형 기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홍수형 기자

정 장관은 여가부 수장으로서 보낸 1년 6개월간의 시간에 대해 “40년 동안 여성연구와 강의, 또 여성운동과 행정에 관여해 왔지만, 여가부 장관의 역할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업무 범위나 대상이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고, 끊임없이 상황들이 변화해 새로운 정책수요가 발생할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다양한 정책대상들이 모두 동의하는 답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시간 동안 여가부가 거둔 성과들은 여가부 안과 밖에서 많은 분들이 진심을 다해 도와주시고, 채워주신 결과”라며 “그 결과 ‘실질적 성평등 사회’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더불어 함께 하는 포용사회’, ‘청소년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정 장관은 여가부의 주요 성과로 △코로나 상황에서 여성의 돌봄부담 완화를 위한 아이돌봄사업 확대 및 일자리 기회 확대 △경력단절여성법 전면 개정 △아시아 최초로 ‘유엔 위민(UN WOMEN) 성평등센터’ 유치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확대 △‘온라인 그루밍’ 범죄의 처벌 근거 마련 △스토킹 처벌법 제정 △젠더 폭력 방지 컨트롤 타워 역할 강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통한 가족정책 성평등관점의 재구조화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 구축 △‘청소년정책위원회’ 등 청소년 참여 확대 등을 꼽았다.

정 장관은 여가부 출범 이후 20년간의 성과도 다시 한 번 짚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분들의 기대와 성원 속에서 출범한 여가부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사회, 평등과 포용, 배려가 중시되는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며 △호주제 폐지를 비롯한 평등한 가족과 사회를 향한 노력 △다양한 폭력피해 상황을 가시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재 강화와 피해자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 △그동안 정책대상에서 배제됐던 학교 밖 청소년, 한부모, 다문화가족의 여성과 자녀들을 정책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 등을 그 예라고 설명했다.

여가부 수장으로서 느낀 미흡한 부분으로는 “여가부의 조직과 예산 확보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높이는 일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성주류화 추진을 위한 집행수단을 확고히 하는 일, 그리고 이제 겨우 11분 생존해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의 소망을 제대로 해결해 드리지 못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성별인식격차 해소와 함께 다양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일들도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여가부는 여성과 남성 모두 차별받지 않는 사회, 경쟁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잘못된 현실 인식과 엉뚱한 가상의 적에 대응하느라 실재하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제시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이임사>

그동안 여성가족부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난 1년 반 여 동안 맡아왔던 여성가족부 장관의 자리에서 물러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개인적으로 거의 40년 동안 여성연구와 강의, 또 여성운동과 행정에 관여해 왔지만, 여성가족부 장관의 역할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업무 범위나 대상이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상황들이 변화하여 새로운 정책수요가 발생할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다양한 정책대상들이 모두 동의하는 답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 동안 여성가족부가 거두어 온 성과들은 여성가족부 안에서, 밖에서 많은 분들이 진심을 다해 도와주시고, 채워주신 결과입니다. 그 결과 ‘실질적 성평등 사회’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더불어 함께 하는 포용사회’, ‘청소년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유례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여성들의 돌봄부담으로 인한 이직율이 증가함에 따라 아이돌봄사업을 확대하고 여성일자리기회를 늘려 적극 대응하는 한편, 경력단절여성법을 전면 개정하여 여성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예방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또 아시아 최초로 ‘유엔 위민(UN WOMEN) 성평등센터’를 유치하여 올해 봄에 개소할 예정입니다. 또 공공부문 주요 의사결정 직위에서 여성 대표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한편, 민간부문에서도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변화를 통해 성평등 사회실현의 기반을 구축해 왔습니다.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지난해 ‘온라인 그루밍’ 범죄의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경찰의 신분 비공개, 위장 수사 특례를 신설하는 등 젠더폭력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스토킹 범죄 피해 확산을 막고,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인식변화에 대응하여 관계부처와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하였고,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공공부문 성희롱,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여성가족부로의 사건 통보를 의무화하고, 현장점검 실시 근거를 마련하여 젠더 폭력 방지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였습니다.

‘더불어 함께 하는 포용사회’를 실현하고자 2021년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통해 가족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였습니다. 가족정책을 성평등관점에서 재구조화하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사회구조와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여 1인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정책의 틀을 제시했습니다.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학교 밖, 가정 밖 청소년들을 보듬을 수 있는 지원기반을 확충한 것 역시 여성가족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입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구상하고, 우리 사회 발전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해를 ‘청소년 정책 전환의 해’ 로 설정하였습니다. 또, ‘청소년정책위원회’, ‘청소년특별회의’ 등 청소년 정책 추진과정에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좀 더 길게 보면 지난 20년 동안 많은 분들의 기대와 성원 속에서 출범한 여성가족부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사회, 평등과 포용, 배려가 중시되는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호주제 폐지를 비롯한 평등한 가족과 사회를 향한 노력, 다양한 폭력피해 상황을 가시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재 강화와 피해자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 그동안 정책대상에서 배제되었던 학교 밖 청소년, 한부모, 다문화가족의 여성과 자녀들을 정책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보람된 순간 못지않게 미흡한 부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조직과 예산 확보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높이는 일, 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성주류화 추진을 위한 집행수단을 확고히 하는 일, 그리고 이제 겨우 11분 생존해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의 소망을 제대로 해결해 드리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성별인식격차 해소와 함께 다양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일들도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의 성과들은 모두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의 결과입니다. 그동안의 부족함 역시 성평등하고, 삶의 질이 개선되며,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앞으로 최선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과제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여성가족부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도와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힘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퇴임한 후 밖에서 열심히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임을 앞두고, 최근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제 소회를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의견을 드리고 싶은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후보의 선거공약이나 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야당의 후보였던 대통령 당선자께서 어느 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제시하였습니다.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는 현재까지도 주요 핵심공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였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구조적 차별은 없다’ 외에 더 상세한 관련 근거나 추가 설명은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 20년간 유지되어 온 정부 부처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그 이유나 문제점, 한계, 대안이라도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일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인수위원회 기간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나 방향, 주요 과제를 정하는 매우 희망차고 기대와 의지가 가득한 중요한 기간입니다. 기존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일은 향후 5년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출발점이어서 관련 부처 관계자나 외부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일은 필수적인 절차였습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인수위원회 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업무에 대한 보고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극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지난 5월 3일 인수위원회는 위원회를 종료하며 새 정부 국정운영원칙과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여성가족부가 단독주관부처인 과제는 하나도 없으며, 성평등 정책 총괄부서로서의 업무는 실종되고, 여성권익업무는 법무부가 주관부처로, 여성고용 관련 업무는 노동부가, 청소년업무는 요보호청소년 업무만 부분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수위원회 두 달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중앙과 지역 여성계 및 정책대상자들이 성명, 토론회, 면담 등을 통해 제시한 다양한 요구와 제안, 호소 등은 거의 반영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상식과 모두가 행복한’이라는 새 정부 국정원칙 속에도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대상으로 삼아왔던 국민들은 고려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한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추진해 온 여성폭력피해자 보호나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과 관련된 업무들이 부처 설립의 목적, 업무전달체계가 다른 타 부처에서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목표로 해왔던 (성)평등과 통합, 배려의 가치는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요?

지난 기간 동안 여성가족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잘못 대응한 일도 있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왜곡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족함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거나,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적절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가족 양립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긴 노동시간,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는 M자형의 연령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나 선진국 중 가장 큰 성별임금격차, 여전히 낮은 고위직 여성비율, 반대로 점차 확대되는 다양한 성폭력의 위험 등 여러 심각한 구조적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미래도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강력한 징표입니다. 정년연장이나 외국인 이민정책은 인구문제 해결의 임시방편이 될 뿐입니다. 향후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해왔듯이 성평등 정책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포용하는 정책들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노동과 돌봄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고, 차별금지와 약자에 대한 보호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선진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기 바랍니다.

정부의 한 부처로 여성가족부가 존재한다는 것은 연관된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중요한 정부의 과제로 간주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100여개의 국가들이 성평등 추진부서를 통해 성평등뿐 아니라, 그 사회의 삶의 질, 행복도, 지속가능성 등을 확보함으로써 진정한 선진사회로 발돋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부뿐 아니라 국제적인 기업이나 민간 투자자문회사들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등을 통해 성평등, 다양성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존중은 기업의 위험을 줄이고, 이익을 늘릴 수 있으며, 나아가 경제성장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여러 증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가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확대하였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젠더 갈등’이라는 이슈는 원인 진단이 잘못된, 정치적으로 확산된 것일 뿐 아니라, ‘흑백 갈등’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갈등’처럼 구조적 차이를 무시한 불편한 용어입니다. 또한 많은 청년들이 제기하는 주거 및 일자리의 문제, 징병제 및 군대 내의 처우과 관련된 문제들은 젠더 이슈로 수렴될 수도, 해결될 수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 같은 세대의 개인들이 갖는 계층, 학력, 지역적 다양성은 성별에 따라 수렴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실제로 성별보다 각자가 지닌 다른 특성들이 개인의 삶과 미래에 대한 선택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대립적이거나 갈등적인 제로섬의 관계가 아닙니다. 각 집단 내부의 다양성은 두 집단 간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여성과 남성은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분적 차이를 확대하여 서로를 혐오하고 갈등을 키우는 일은 청년 자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동운명체입니다. 이 때 저출산의 문제도, 팬데믹의 상황이나 기후위기, 기술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문제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과 남성 모두 차별받지 않는 사회, 경쟁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초기의 여성특화적 법률과 제도들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양성 모두를 포괄하는 제도로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개인들의 노력이 가능하도록, 그리고 노력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일일 것입니다. 잘못된 현실 인식과 엉뚱한 가상의 적에 대응하느라 실재하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문제도 다른 한 쪽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도 차별과 배제를 미래지향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올해 유엔 여성의 날 슬로건은 ‘오늘의 성평등, 지속가능한 내일’입니다. 오랜 기간 수많은 여성들과 지성인들의 염원을 바탕으로 설치되어, 성평등하고 포용적인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 온 여성가족부의 가치와 역할이 새 정부에서도 인정되고 존중되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2021년에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지닌 국가로 진입하였고, 세계 7위의 무역강국이며,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설립 이래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부상한 선진 국가입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집단이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발전에 동참하고, 또 그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여성가족부 존폐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적 기준과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확대된 예산과 조직, 권한을 통해 보다 실행력을 갖춘 여성가족부로 거듭날 수 있기 바랍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서로 함께 의지하고 끌어주면서 멀리 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다시 한 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평등하고 포용적인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 오신 여성가족부 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밖에서 함께 힘을 보태주시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2. 5.

여성가족부 장관 정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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