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의 발언] 박지현은 비난받고, 최강욱은 응원받고
[유창선의 발언] 박지현은 비난받고, 최강욱은 응원받고
  • 유창선 시사평론가
  • 승인 2022.05.09 08:58
  • 수정 2022-05-09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수완박’ 법안 논란이 가열되던 정치권에 느닷없는 ‘짤짤이’ 파문이 불거졌다. 지난 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보좌진 화상 회의 당시, 최강욱 의원이 화면을 켜지 않은 동료 의원에게 “숨어서 무엇을 하나"라며 ‘XXX 치러 갔느냐’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보좌진까지 참여한 자리에서, 성적 행위를 가리킨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었지만 최 의원 측은 “‘짤짤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었음에도 그 취지가 왜곡돼 보도된 것에 심각한 유감”이라고 오히려 항변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그러나 어법이나 맥락상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이 대두되었고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급기야 민주당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가 가능한지를 문의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하고 나섰다. 최 의원에게 강력한 수위의 사과문 발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주당 여성보좌진들은 성명을 내고 “최 의원은 며칠 전 저지른 심각한 성희롱 비위 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말장난으로 응대하며 제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거짓 변명을 멈추고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의원들의 눈치를 보게 되어있는 보좌진들이 용기를 내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일은 최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최강욱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애당초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이내 진정되었을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거짓 해명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발언 자체 보다 더 문제가 되는 일이었다. 더구나 그 화상회의에 여성 보좌진도 참여한 상황이었다면, ‘성희롱’ 발언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남자들끼리 술 마시다가 꺼낸 말도 아니요, 집권 여당 내부의 공식 회의 자리가 아니었던가.

더 이상 피해 나갈 길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최 의원은 사과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해’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사과는, 내키지 않지만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속내를 전해주었다.

그런데 그 이후의 광경이 갈수록 태산이었다. 사과를 한 최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무엇하러 사과했느냐’면서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수천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정반대로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에는 사과를 요구했던 그를 향한 원색적인 인신공격과 욕설이 수천 개 올라왔다. 박 위원장은 진상조사를 지시한 이후 하루 만 개에 이르는 비난 문자폭탄에 시달렸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사건을 제보한 보좌진들에게도 협박성 문자 등의 2차 가해가 계속되었다고 한다.

최 의원은 사과 다음날, 민주당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여성보좌진이라는 계정의 글을 링크 걸며 소개했다. “저는 이번 최강욱 의원의 사과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박지현 위원장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의 의견이 당의 입장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글을 소개하며 최 의원은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짤짤이’ 발언을 둘러싼 일련의 광경을 돌아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용기를 내서 제보하고 고발한 사람이 더 비난받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응원받는 현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자신을 향한 문자폭탄에 대해 박 위원장이 했던 말이다. “피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