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주최 국제토론회
벨기에·캐나다·독일 성평등 추진기구 역할 소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평등 추진 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평등 추진 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새 정부의 여성가족부 개편에 따른 성평등 추진체계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각 국의 전문가들은 “성 주류화는 부처 하나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며 범정부가 힘을 합쳐 원칙·법률 등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평등 추진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춘숙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정춘숙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기구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던 만큼 전면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들이 많았다. 이에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외국의 경우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를 설치한 국가가 매년 증가해 2020년 기준 160개국에서 독립 부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성평등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시대정신이다. 현재 민주당 강령에 명시한 대로 성평등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국가의 모든 정책과 예산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고 일상에서의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차기 정부는 여가부의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민주당은 2001년 여성부를 설립하던 초심을 기억하며 성평등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성평등 정책의 국가적 의제화는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며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 여가부도 마찬가지로 성평등 정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처”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성평등기구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역량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기에·캐나다·독일 외교관들 “하나의 부처만으론 성 주류화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평등 추진 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평등 추진 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발제에는 △주한벨기에대사관 (Patrick ENGLEBERT 공관차석) △주한캐나다대사관 (Rouslan Kats 참사관) △주한독일대사관 (Hana becker 1등서기관)이 참여했다.

벨기에는 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대회의 결의안 적용을 모니터링하고 젠더 관점을 모든 연방정책에 접목시키는 법률이 2007년에 채택됐다. 또 1994년 단일 성별 선거인단 목록의 후보자 중 최대 2/3만을 허용하는 쿼터정책을 시행했다. 파트릭 앵글베르 주한벨기에대사관 공관차석은 성 주류화는 비단 성평등, 기회균등, 다양성부 장관만의 책임이 아니며 벨기에는 젠더 전담 부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 간의 평등을 지향하는 정부 조직의 행동은 벨기에가 약속한 국제적 서약을 포함한 법적 체제를 중시하고 있다”며 “정책상의 성 주류화에 있어 통계 자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성별로 분리된 자료 없이는 바로잡아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여가부의 대체제로 거론되는 독일의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한국의 여가부가 정책 대상으로 삼는 성평등·가족·청소년 업무와 함께 노인·인구변동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하나 베커 주한독일대사관 1등서기관도 “오늘날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별도의 여성 부서가 아닌 평등성 부서”라며 “부처 하나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해당 영역 내 연방부처들이 수행하는 모든 정치적, 규범적, 행정적 조치에서 평등성이 증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2018년 연방 예산으로 시작된 ‘젠더 성과 체계’(Gender Results Framework·GRF)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6가지 영역을 통해 성평등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6가지 영역은 △교육 및 기술 개발 △경제적 참여 및 번영 △리더십 및 민주적 참여 △젠더 기반 폭력 및 정의구현 △빈곤근절, 건강 및 웰빙 △전 세계에 걸친 성평등이다.

루슬란 카츠 주한캐나다대사관 참사관은 “GRF는 캐나다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이행에도 직접적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젠더 기반 폭력 예방 및 해결, 성평등을 가로 막는 장애물 전반의 해소를 위한 전략적인 행동 및 참여, 연방정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활발한 젠더기반 분석 플러스(GBA+) 실현, 성평등 증진을 위한 지역사회 행동 지원을 우선순위에 중점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 사무 조정하려면 정부조직법 개정 필요해”

이어진 토론에서 전윤정 조사관은 “현재 여가부 폐지 또는 사무의 조정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제26조 및 제41조 등의 개정이 필요하며 여소야대의 현 상황에서 국회 통과와 여성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가부 업무는 정부의 다른 부처와 달리 기능이 아닌 여성아동청소년이라는 대상별로 조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성평등가족부’, ‘성평등부’ 등 명칭을 변경하고 성평등 추진, 성주류화, 다양성 등을 포괄하면서 이를 핵심 업무로 해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능별 추진 방식이 가능하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성평등 추진 체계로서 여가부 기능 강화와 함께 성평등 관련 정책의 총괄조정 강화 및 성차별 시정업무를 위한 ‘성차별고용시정위원회(가칭)’ 설치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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