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이지 않는 손’ 초연
파키스탄 배경 금융 스릴러
6월 30일까지 아트원씨어터

회색 벽과 회색 바닥, 회색으로 녹이 슬어있는 문. 회색으로 가득 찬 방 안에 덩그러니 철제 침대가 하나 놓여있다. 그러나 휑하기 그지없는 이 방 안에서 파키스탄의 금융시장이 좌지우지된다.

연극 ‘보이지 않는 손’ 프레스콜이 4월 2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렸다.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표현 중 하나인 ‘보이지 않는 손’에서 따온 제목처럼 이 극은 돈에 대한 이야기다. 파키스탄 무장 단체에 의해 납치된 닉(김주헌, 성태준 분)이 자신의 몸값 1만 달러를 직접 벌어가는 과정을 통해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9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9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특히 테러가 일어난다는 정보를 이용해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번 뒤 환호하는 닉과 무장단체 조직원 바시르(김동원, 장인섭 분)의 모습을 통해 돈이라는 목적 앞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희생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무장 단체의 지도자 이맘 살림 역(김용준, 이종무 분)의 김용준은 이 공연이 “누군가 피를 흘리면 누군가 돈을 버는 구조 아래서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9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9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선물, 옵션 등 금융 관련 소재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다. 부새롬 연출은 “관객들이 극 중에 나오는 금융 정보를 다 이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9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9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그러나 돈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진 않는다. 납치된 채 갇혀있는 닉이 보여주는 생에 대한 의지도 인상적이다.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닉은 마땅한 음식도, 물도 없이 며칠을 버티기도 한다. 벽에 표시되는 날짜가 더해질수록 점점 피폐해져 가는 그의 모습은 납치된 상황에도 당당했던 초반과 확연히 비교된다.

한국의 공연계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파키스탄이 배경이다. 낯선 장소이지만 공연에서 상세하게 다뤄지는 만큼 공연 개막 전 파키스탄인을 초빙해 배우들이 강연을 듣기도 했다. 공연 초반부터 현지에서 쓰는 언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다르 역(류원준, 황규찬)은 펀자브어(북인도·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연습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후문이다. 류원준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원어와)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다가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부새롬 연출은 “파키스탄과 미국의 역사가 맞물리는 지점이 많고 우리 삶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며 “이 공연이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극 중) 인물들과 나의 거리가 얼마 정도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연극열전 제작,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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