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단체를 가다] 7 :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인터뷰] 김혜림 제16대 회장
“여성이 건축에서 갖는 힘 ‘밀접성’”

2월 12일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이 파주 답사를 하고 있다. 사진=본인제공
2월 12일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이 파주 답사를 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국내를 대표하는 5대 건축단체 중 유일하게 여성 전문가로 구성돼 있고 여성 건축가를 양성하는 단체가 있다. 여성 건축가의 지위 향상과 권익 보호를 구현해 국내외 건축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성건축전문가 단체인 (사)한국여성건축가협회(이하 협회)는 1982년 창립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초대 회장은 이신옥 전 사라디자인연구소 대표다. 현재는 올해 1월 1일 취임한 김혜림 제16대 회장과 함께 수석부회장에 신경선 건축사사무소 에스앤디아이 대표, 연구부회장에 김현주 ㈜MAS건축사사무소 대표, 운영부회장에 서영주 ㈜어크로스건축사사무소 대표 등이 활동하고 있다.

80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협회는 국내외 건축답사와 심포지엄, 작품 및 논문 발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협회는 1983년 세계여성건축가협회(UIFA)에 가입해 2010년 세계여성건축가대회를 서울에 유치해 개최했다. 사업분야로는 △기획위원회 △답사위원회 △교육위원회 △고령자복지위원회 △보육시설위원회 △주택연구위원회 △미래환경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재정위원회 △정책위원회 △편찬위원회 △홍보위원회 등이 있다.

[인터뷰] 김혜림 제16대 회장

“여성이 건축에서 갖는 힘 ‘밀접성’”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제16대 회장은 소위 ‘3D 직종’(Difficult, Dirty, Dangerous·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으로 불리는 건축업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예전에는 매일 야근하고 휴일에도 근무하는 문화가 만연했는데 주52시간제가 적용된 이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건축사는 여성이 희망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로 학교에 강의를 하면 학생들 성비가 비슷하고, 저희 회사도 40%정도가 여성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주)현신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인 김 회장은 홍익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설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회장은 현재 가천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회장은 1988년 제7회 대한민국 건축대전에 입선하며 2020년 문화체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협회 40주년에 취임해서 마음가짐이 특별하다”며 “1997년 신입 회원으로 협회에 들어와 25년간 활동했기 때문에 신뢰감도 깊고 이번에 큰 직책을 맡으니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협회 대표 건축 작품으로 고 지순 명예 회장(전 (주)간삼건축 상임고문)의 ‘한국은행 본점’(1987)을 꼽았다. 또 김용미 제주도 총괄건축가 ((주)금성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이밖에 훌륭한 작품이 많아 하나하나 꼽기 어렵다”며 “제가 공동대표로 있는 (주)현신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는 주로 병원을 담당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국립암센터’”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협회에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저희는 한국 건축 단체를 대표하는 5개 단체 중 유일한 여성 단체입니다. 여성 전문가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다른 단체보다는 회원 수가 적습니다. 현재 회원 수가 800명인데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목표는 협회 40주년에 걸맞은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너지공단과 협업을 통해 학생 공모전을 준비 중입니다.”

-여성 건축가의 강점은?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는 것이 맞진 않지만 건축에서 여성이 더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엔 남성도 육아에 많이 동참하지만 아직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주거 공간에 머무는 시간도 많아지죠. 이때 여성의 시선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험담으로 제가 1996년에 건축사 자격증을 땄는데 그 당시 시험에 처음으로 유치원이 주제로 나왔습니다. 보통 학교, 오피스, 주거가 단골 문제로 출제됐기 때문에 시험을 같이 본 남성분들이 다 당황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마침 저는 딸이 당시 5살이었고 매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아이가 하루 종일 있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 유심히 살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자연스럽게 합격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문직 여성으로 일하며 힘들었던 점은?

“육아였습니다. 요즘은 육아 제도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지만 제가 일했을 당시에는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친정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직장 근처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매일 픽업하고 출퇴근해야 했습니다. 사실은 아이를 한 명 더 낳고 싶었지만 한 명 키우기도 벅차서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롤모델은?

“저희 협회 역대 명예 회장님들이십니다. 초대 이신옥 회장님부터 지금은 고인이 되신 지순 명예 회장님 등 여성으로서 큰 설계사무실 대표를 맡으셨다. 건축계 큰 한 획을 그으신 분들이시다. 그 외 15명의 명예회장님들이 계시는데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는 분들도 계시고 여전히 협회를 위해 봉사하십니다. 저도 명예회장님들처럼 훌륭한 명예회장이 될 수 있도록 2년 간 열심히 노력하고 싶습니다.”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김혜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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