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맷 데이먼의 외침... “물은 여성의 미래다”
배우 맷 데이먼의 외침... “물은 여성의 미래다”
  • 박성희 기자
  • 승인 2022.04.30 08:33
  • 수정 2022-05-0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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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덕에 행동주의자 돼, 소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악이 번성한다.”
맷 데이먼, 개리 화이트 공저 '워터'(애플북스) 출간
워터닷오알지 창립자인 맷 데이먼(오른쪽)과 개리 화이트. ⓒWater.org 홈페이지
워터닷오알지 창립자인 맷 데이먼(오른쪽)과 개리 화이트. ⓒWater.org 홈페이지

‘본’시리즈와 ‘굿 윌 헌팅’, ‘라이언일병 구하기’, ‘마션’의 주인공. 맷 데이먼의 수식어는 배우 말고도 많다. 하버드 영문과 출신(졸업은 못했다)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세계 각국 빈민촌의 물 보급에 열심인 ‘환경운동가’가 그것이다.

‘안전한 물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수입과 창조적인 시간을 제공합니다. 안전한 물은 기후 변화로 빈곤에 빠진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하도록 도와줍니다.’ <워터닷오알지(Water.org) 중에서>

워터닷오알지는 맷 데이먼과 물 전문가 개리 화이트가 2009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구촌 물 부족 문제를 종식시킨다’는 원대한 비전 아래 아프리카와 남미, 인도 등 저개발국가 빈민촌의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다.

맷 데이먼은 물(Water)에 꽂힌 계기로 2006년 잠비아 방문을 꼽았다. 당시 맷 데이먼이 알게 된 현실은 끔찍했다. 남아프리카와 잠비아 곳곳 빈민촌의 경우 물 오염에 따른 수인성 질병으로 아동들이 20초에 한 명씩 사망했다. 더 기막힌 건 그런 더러운 물조차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물을 길어와야 했는데 그 누군가는 항상 여자였다.

“잠비아 마을에서 만난 소녀는 집에서 왕복 1시간 거리의 우물에서 퍼올린 18kg의 물을 머리에 이고 걸었다. 소녀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꿈을 이뤘을 거라고 믿는 이유는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물 때문에 매일 서너 시간, 심지어 6시간씩 오가야 하면 학교에 갈 수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 소녀에게 물은 생명이자 더 나은 삶을 향한 기회다.”

맷 데이먼은 이후 주민들이 물과 위생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 현지단체에 기금을 지원하는 ‘H₂O아프리카재단’을 설립했다. 기금이 쌓이면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구하던 중 2008년 워터파트너스 대표 개리 화이트를 만났다.

데이먼은 물과 위생 전문가, 화이트는 뛰어난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했다. 화이트는 말했다. “맷은 내가 아는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다. 나이든 범생이처럼 생겼다. 우린 서로에게 보증인이 됐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비영리단체 워터닷오알지(Water.org)를 설립했다.

수돗물을 받아 마시며 기뻐하는 여인. ⓒWater.org 홈페이지
수돗물을 받아 마시며 기뻐하는 여인. ⓒWater.org 홈페이지

워터닷오알지의 최우선 목표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국가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쉽게 얻도록 수도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깨끗한 물을 구하는 데 쓰는 시간을 절약하면 그 시간에 돈을 벌거나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맷 데이먼이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금도 수인성 질병으로 학교에 결석하는 경우가 한 해에 약 4억4300만 건에 이른다. 욕실과 위생용품을 갖추지 못한 탓에 소녀들은 생리기간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어야 한다. 여성과 소녀들에게 일상을 되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워터크레디트(Watercredit)’다. 워터크레디트는 사람들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줘 집에 수도 시설과 화장실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통적인 자선단체들이 하는 구호품 전달이나 우물 파기 사업과 달리 지역민 스스로 대출을 받아 필요한 시설을 갖춤으로써 돈을 절약 혹은 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의 그라만은행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담보대출을 해줌으로써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하게 하는 방식이다. 식수 장치를 갖춰 돈을 모은 사람이 대출금을 상환하면 그 돈을 다른 사람들이 대출 받을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데이먼은 이렇게 설명한다. “빈민촌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작은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하루 1달러 수입이 2달러가 되면 100% 증가한 것이다. 우리 봉급이 2배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입이 늘면 빈민들의 삶도 크게 달라진다.” 

워터(물의 가치) 표지. ⓒ애플북스
워터(물의 가치) 표지. ⓒ애플북스

데이먼은 또 잘사는 사람들에게 못 사는 나라 사람들에 대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부유한 나라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을 멈춰야 한다. 모두가 그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장점과 진취적인 자세를 존중하며 그들 스스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데이먼과 화이트는 이처럼 그들이 십수년 째 해온 일과 앞으로의 목표를 담은 공저 ‘워터(원제 The Worth of Water, 김광수 옮김, 애플북스)를 펴냈다. 데이먼은 책에서 자신이 행동주의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어머니(낸시 칼슨 페이지)덕이라고 털어놨다.

“어머니는 사람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 주셨다. 나는 힘들 때마다 어머니가 냉장고에 붙여두던 글귀(‘당신이 하는 모든 일이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 일을 한다는 것이다’)를 떠올리곤 했다.”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평생 어려운 사람을 도왔던 어머니는 늘 “도움을 줄 사람들 앞에서 거들먹거리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데이먼은 모금에 대한 심정도 밝혔다.

“사람들 앞에서 힘들게 번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땐 정말 부담스럽다, 그러나 NGO를 위한 모금은 실존적 문제다.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이 격언을 되뇌인다.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악이 번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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