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조진경 반성매매 운동 21년, 사람 살리는 ‘싸움꾼’이 되다
[만남] 조진경 반성매매 운동 21년, 사람 살리는 ‘싸움꾼’이 되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5.01 08:20
  • 수정 2022-05-01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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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국내 처음으로 성착취 아동·
청소년 통합지원 단체 설립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홍수형 기자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홍수형 기자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0년 넘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성착취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찾고 그들을 지원하며 자활을 돕는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착취 피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지 올해로 꼭 10년이다. 세상은 그런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성매매 관련 업주들이 무더기로 찾아와 덤벼들기도 했고 자발적 성매매가 왜 성착취냐고 전화테러도 받는다. 정부와 국회는 수년 간 법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도 무시로 일관해왔다. ‘미친 사람, 남성혐오자, 금욕주의자’라는 손가락질도 당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무시했고, 사회는 무관심했다. 그래서 그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싸움꾼, 성질 더러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국가적·사회적 환경이 아동·청소년을 성매매로 유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과의 싸움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지난 4월 6일 조 대표가 포스코청암재단이 선정하는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했다. 상금 2억원이 수여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조 대표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그 누구보다 “놀랐다”.

“한 번도 세상에서 인정받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예전엔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면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얘기를 듣곤 했어요. 그런데 대기업이 주는 봉사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2001년 반성매매 운동 뛰어들어

인권운동을 해왔던 조 대표가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게 된 건 기생관광 반대 운동을 주도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간사로 활동을 시작한 2001년부터다. 당시 기지촌에 이주 여성들이 유입되면서 인권 침해가 더 심각해졌고, 조 대표는 이듬해 ‘기지촌 이주 여성 인권실태’를 처음 조사해 발표했다. 같은 해 15세 필리핀 소녀 A씨가 강간 사건을 지원하면서 조 대표는 국가가 성매매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25세로 위조된 여권으로 이태원 술집에 댄서로 취직했으나 한국인 매니저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오히려 강제출국 당할 처지에 몰렸고, 오갈 데도 없었다. 10대 외국인 피해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청소년쉼터로 이끌었고 그는 성착취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하는 일을 시작했다.

“제가 보기엔 분명히 피해자인데도 세상은 그 여성들을 ‘윤락녀’라고 손가락질 했어요. 법도 그들을 처벌하도록 돼 있었고요. 도움이 너무나 절실한 사람이었지만 도울 길이 없었서 거리로 나가 후원자를 모집해봤지만 ‘그들이 왜 피해자’냐, 그들은 ‘우리 사회를 좀먹는 병균들’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피해여성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이후 성매매 피해자 단체 연합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사무국장,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단체 ‘다시함께센터’ 소장으로 활동했다. 마침내 2012년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하며 10대 반성매매 운동에 뛰어들었다.

성 착취 피해자, ‘사이버 또래 상담사’로

2011년 사이버또래상담실로 시작한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 기관이다. 피해자 발굴부터 긴급 개입, 회복, 자립까지 총체적으로 지원한다.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일’이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따라붙는다. 특히 10대 EO 성 착취 피해 당사자들을 ‘사이버 또래 상담사(사또)’로 훈련하고 고용해 직접 또 다른 피해자들을 발굴하고 심리적·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업은 여성가족부로부터 위탁 운영 받아 해오고 있다. 조 대표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 아이들 30여명이 사또로 활동하며 센터를 거쳐갔다. 사또들은 직접 사람을 살리는 일을 경험하는 동시에 조직 안에서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며 “사또 경험이 경력이 돼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학생도 탄생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미성년자 피해자들을 범죄의 참여자로 인식하는 사법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꿨다. 그동안 한국 사법 시스템은 성착취 피해청소년을 범죄자로 취급해왔다. 2000년 제정된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수사기관이 피해 아동청소년이 ‘자발성’을 가졌다고 판단하면, 피해자가 아닌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해 처벌했다. 이 조항은 아동·청소년이 성구매자를 신고할 수 없도록 해 성착취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 대표는 수년 간 ‘대상 아동·청소년’을 법 조항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2020년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을 처벌하는 대신 피해자로 보호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제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은 모두 피해자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조 대표는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으로 지목되던 랜덤채팅앱 규제에 힘써 왔으며, 원스토어 등 앱 유통사의 랜덤채팅앱 성인인증제 도입을 유도해 청소년 성보호 환경 조성에도 기여해 여가부가 선정하는 ‘청소년 푸른성장 대상’을 받았다. 이러한 활동은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N번방’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20년 한 우물 판 나의 힘, ‘분노’

그는 지난 20여년간 반성매매 운동이라는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원동력을 ‘분노’라고 했다. “성매매 현장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어요. 그 분노 때문에 계속 현장에 있게 됐죠.”

분노는 힘이 있다. 객관적인 상태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노는 자신도 함께 태운다. “분노로 지탱해온 에너지는 고갈되고 있고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일을 겨우 처리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라는 그의 말을 들으며 “여성인권운동가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국가의 책무를 시민단체 활동가의 헌신에 기대고 있는 현실에 한숨이 나왔다. 분노로 자신을 태워 일하고 있지만 변화는 너무나 더디고 바뀌고 조 대표를 찾는 피해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 대표는 활동가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이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전제가 돼야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요. 제도나 법률도 최선 다하겠지만 반드시 제가 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역사는 옳은 발전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 문제를 알리고 바꿔나갈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죠.”

여전히 현안은 산적하다. 기술이 진화하며 플래폼에 따라 성착취 행태도 다양해진다. 국가 정책이 성매매 플랫폼의 이동을 가속화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들고 다니도록 한 국가 주도의 스마트폰 대중화는 이제 10대 여성이 ‘가출’하지 않아도 SNS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단 한 달 만에 성착취 피해를 입고, 성매매로 유입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법이 바뀌었으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줄어들지 않았고 인식도 바뀌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는 복합적이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그루밍 성폭력을 당하고 사진과 영상 유포 협박을 받고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딱 잘라 성착취, 성매매로 나눌 수 없는 일이다.

조 대표는 “성매매 성착취 피해자를 돕는 우리들의 활동이 더 알려지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지원받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와 정치권이 제발 귀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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