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범종 소리에 묵은 기운이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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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뎅.”

범종이 새벽 산사를 깨운다. 충북 예산에 위치한 1000년 고찰 수덕사에 고즈넉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세속의 묵은 마음이 경내를 울리는 풍경소리 하나에도 놀라 달아나는 것 같다. 법당 뒤 만개한 벚꽃은 산사를 찾은 봄의 정취를 한껏 풍긴다.

여명을 가르며 한 모자가 손을 꼭 잡고 법당에 오른다. “절에 오면 편안함을 느낍니다. 어머님이 절에 다니는 것을 좋아해 모시고 오게 됐어요. 100번을 꼭 채우고 돌아가시기로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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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된 노모를 모시고 서울에서 왔다는 이범태(56)씨는 백담사, 보문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산사체험이다. 모자 단 둘이 절을 찾은 모습을 궁금해하니 “자식이 부모 모시고 다니는 것 뿐”이라며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웃음이다.

▶김제 금산사에서 열린 산사체험에서 참가자들이 참선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주변의 산사를 찾아 예불을 드리고 간다는 최미영씨(32)는 어머니와 함께 수덕사를 찾았다.

“나를 닦아내기 위해 절을 찾아요. 나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여행 삼아 많이 다닙니다. 처음 수덕사에서 잘 때는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어요. 특히 대웅전에 올라가면 그 동안 거쳐간 사람들의 기운, 힘이 느껴집니다.”

무엇을 그토록 일심으로 바라는지, 말과 행동을 아끼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이들에게 세속의 궁금함은 덧없게만 느껴진다.

수덕사에선 이처럼 4월부터 매주 세속의 묵은 때를 벗고 참 나를 찾길 원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산사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산사체험이란 말 그대로 하룻밤을 산사에서 묵는 것이다. 자유롭게 예불을 드리고 스님들과 도담을 나누며 대웅전 안뜰을 거닐면서 사색에 잠겨볼 수 있다. 일정은 108배 정진, 참선, 예불참여, 발원문 쓰기, 사경사불(부처님 탱화를 따라 그리고 반야심경을 따라 쓰는 것)로 진행된다. 불자가 아니어도, 잠시 아늑한 산자락에 기대어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볼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산사체험은 이색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직원들과 함께 절을 찾은 샌드라 알파씨(58·위스콘신대 교수)는 법고, 운판, 범종 소리에 연신 “아름답다, 전율을 느꼈다”며 감탄을 표한다.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수덕사를 느끼고 갈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역사가 깊은 도량인만큼 하룻밤 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힘을 얻고 가는 것이죠.”

수덕사 이인수 사무차장의 설명이다.

덕숭산에 위치한 수덕사는 '禪의 종갓집'이라 불리며 경허, 만공 선사 등 많은 선승을 배출한 수도도량이다. 599년 지명스님에 의해 창건된 현존하는 유일의 백제 사찰이기도 하다. 산사체험 비용은 식사포함 1박에 1만원이다.

수덕사뿐 아니라 전국의 산사들이 봄을 맞아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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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흥국사는 매월 첫째, 셋째 토, 일요일 주말 수련법회를 연다. '천년의 만남, 참 나를 찾아'라는 주제아래 발우공양과 특강, '옴마니반메훔'육자진언 명상, 새벽숲길 걷기 명상, 선 체조(요가), 울력, 마음나누기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길상사도 묵언 속에서 참선에 몰두하는 주말수련회를 진행한다. 김제 금산사와 해남 대흥사, 공주 마곡사, 대전 자광사, 영천 은해사, 합천 해인사 등에서도 주말 산사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참된 나를 구하는 참선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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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02-732-9925∼6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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