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계곡에 허브향 가득 퍼져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빨강머리 앤>으로 꿈을 키우던 시절, 별을 볼 수 있는 천창이 난 작은 다락방을 소망한 적이 있다. 돌아보면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나, 온 가족이 가게 옆 단칸방에서 두껍고 빨간 이불을 나눠 덮고 자던 그 때만큼 행복한 날도 없었건만 말이다. 이제 결혼까지 하고, 그 시절 단칸방의 3~4배는 됨직한 집에 살면서 어느새 천창 난 다락방의 소원은 잊혀졌다. 허브향이 은은한 이곳의 동화 같은 작은 집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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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절정기…150여 종 허브 전시

눈이 즐겁고 몸이 행복하고 가슴까지 따뜻한, 그 모든 봄 여행을 한 번에 이루고자, 욕심껏 찾아 나선 곳이 강원도 봉평의 '허브나라'다. 물 맑은 흥정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동화나라 입구에 도착한 듯 귀여운 돌탑이 여행객을 반긴다. 다리를 지나 계곡을 건너서면 은은한 허브향이 코 끝을 스친다. 허브나라에서는 4월 말부터 야외에서 허브를 감상할 수 있고 5~6월이 절정을 이룬다. 동백꽃 떨구고 벚꽃마저 지우는 남도의 봄기운이 강원도 산골까지 미치는 데 늑장을 부리기 때문이다. 추위에 강한 팬지와 메리골드(금잔화)만이 온실에서 나와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허브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밭이랑이 고르게 정리되고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허브가 자리할 땅을 촉촉이 적신다. 온실에서는 이제 곧 바깥으로 옮겨져, 하늘과 계곡 물소리를 만날 애플민트, 한련화, 캐모마일 등이 빼곡하다.

'허브'라면 흔히 서양의 특정 식물을 떠올리지만 사람에 유용한 향기로운 푸른 식물은 모두 '허브'라 할 수 있다. 약초, 향초, 향미채소, 향신료 등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마늘, 고추, 파 등도 허브에 속한다니 그 범위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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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나라에서는 어린이정원, 향기정원, 셰익스피어정원, 달빛정원, 햇빛정원, 나비정원 등으로 테마를 이뤄 약 150여 종의 허브를 만날 수 있다. 작고 앙증맞은 허브 꽃에 눈이 즐겁고 살짝 손끝으로 허브잎을 비비면 코가 즐겁다. 샐비아, 배로우, 캣트닢 등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린이정원부터 나비들이 좋아한다는 베가못트, 메리골드, 보리지 등이 자라는 나비정원까지 한발, 한발 옮기다 보면 어느새 허브에 대한 상식이 새록새록 쌓인다. 특히 작품 속 꽃과 정원에 대한 서술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거의 정원사 수준이었다는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딴 셰익스피어 정원도 이채롭다. 휀넬, 로즈마리, 아네모네, 레몬밤, 히숍, 타임, 바이올렛 등이 자란다.

노란 팬지·주홍빛 한련화 샐러드, 산골나물 비빔밥 등 향내나는 먹거리 풍성

허브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느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절로 난다. 꽃밥을 먹을 시간이라는 말씀. 허브나라 한 편에 마련된 자작나무 집에서 허브 식사와 허브 차를 즐길 수 있다. 정원에서 갓 따온 노란 팬지와 주홍빛 한련화가 올려진 샐러드와 로즈매리를 띄운 소스가 상큼함을 더한다. 팬지와 한련화는 기본, 강원도 산골 버섯과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은 봄의 입맛을 되살린다. 이쯤 되면 냉이도 허브란 걸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다. 냉이가 향을 더하는 된장찌개에 갓김치처럼 묵은 맛을 내는 배추김치와 깍두기까지 더해지면 입안 가득 꽃이 피고 몸 속에서 봄이 차오른다. 마무리는 허브정원에서 재배한 깔끔한 허브 차로, 여름에는 프레시 허브티를, 겨울에는 드라이 허브티를 마실 수 있다. 허브 토스트와 허브 잼, 허브 아이스크림도 놓칠 수 없는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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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와 한련화로 장식한 허브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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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허브티. 나른한 봄날엔 페퍼민트와 세이지 등이좋다.

허브 목욕 후 별 보며 잠들어

허브나라에서의 편안한 여행을 완성하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천창을 통해 밤하늘 별을 보며 잠들 것을 권한다. 우선 허브 비누로 몸을 씻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라벤더 목욕재를 풀고 작은 국화꽃 같은 캐모마일도 띄워 따스하고 향기로운 허브 목욕을 즐기자. 욕조에 누워 넓은 창으로 나무와 산죽을 보고 있자면 마치 바람이 들어서고 노천온천에 앉은 기분이다. 목욕을 마치고 오일에센스 양초를 켜면 허브 향이 침실을 가득 메운다. 이제 허브가 가득 채워진 베개를 베고 누워 별을 바라보며 잠들기만 하면 된다. 창밖에서는 흥정계곡의 물소리가 밤새도록 도란도란 흘러든다. 허브나라에는 허브 이름을 딴 타임, 민트, 세이지, 보리지, 로즈마리, 라벤다, 쥬니퍼 등 일반실과 특실로 나눠진 10개 동의 펜션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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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목욕재를 푼 주피터의 월품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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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에센스로 허브향이 은은한 침실.

이외에도 허브나라에서는 지난해 이문세, 노영심 등이 콘서트를 연 별빛무대의 야외음악회가 올해도 5월부터 다양한 테마로 열릴 예정이며, 터키의 문화를 소개하는 갤러리 한터울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현재 공사중인 허브 갤러리가 조만간 완공돼 여행객들에게 허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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