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친 - 내 곁의 여성친화도시 ⑥]
‘2단계 여성친화도시’ 부산 수영구
2017년부터 지역명소 접근성 확대 등
사회적 약자 포용 힘써
요양보호사·호텔리어 등 돌봄노동자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심리상담 지원도
도시재생사업·공공형 키즈카페 등
여성친화 관점으로 민·관 협력
‘아빠육아’ 커뮤니티·육아휴직 장려금도 추진

2022년 우리나라 여성친화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여성신문은 1년간 국내 여성친화도시 사업 동향과 모범 사례, 개선 과제를 살펴본다. 여성가족부 선정 ‘2단계 여성친화도시’ 부산 수영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조성된 ‘무장애 해변’. 해변으로 이어지는 약 1.4km 길이의 산책로에는 진입 턱도 가파른 경사도 없어 누구나 접근하기 편리하다. ⓒ수영구 제공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조성된 ‘무장애 해변’. 해변으로 이어지는 약 1.4km 길이의 산책로에는 진입 턱도 가파른 경사도 없어 누구나 접근하기 편리하다. ⓒ수영구 제공

길이만 7420m에 달하는 장엄한 광안대교, 그 아래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부산의 상징 광안리는 요즘 ‘무장애 관광 성지’로 불린다. 지난해 조성된 ‘무장애 해변’ 덕이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약 1.4km 길이의 산책로엔 진입 턱도 가파른 경사도 없다. 장애인, 유아차, 하이힐을 신은 여성,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도 해변을 즐길 수 있다.

부산 수영구가 2019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2017년부터 여성친화도시 1단계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모든 주민의 이동권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디자인 전문가가 함께 ‘국민디자인단’을 꾸려 만들었다.

광안리 해변 공중화장실도 ‘여성이 안전한 공중화장실’로 개선했다. 비상벨과 반사경, 화장실 칸 사이 높은 벽을 설치해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고자 했다.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인 ‘봄.봄.봄.서포터즈’, 경찰과 협력해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11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조성된 ‘무장애 해변’이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약 1.4km 길이의 산책로에는 진입 턱도 가파른 경사도 없어 누구나 접근하기 편리하다.  ⓒ홍수형 기자
11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조성된 ‘무장애 해변’이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약 1.4km 길이의 산책로에는 진입 턱도 가파른 경사도 없어 누구나 접근하기 편리하다. ⓒ홍수형 기자
광안리 해변 공중화장실도 ‘여성이 안전한 공중화장실’로 개선했다. 바깥에 반사경을, 화장실 칸 사이에는 높은 벽을 설치해 불법촬영 등 여성을 노린 범죄를 예방하고자 했다.  ⓒ수영구 제공
광안리 해변 공중화장실도 ‘여성이 안전한 공중화장실’로 개선했다. 바깥에 반사경을, 화장실 칸 사이에는 높은 벽을 설치해 불법촬영 등 여성을 노린 범죄를 예방하고자 했다.  ⓒ수영구 제공

“여성친화도시는 꼭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취약계층을 대변하고 살펴보는 도시를 말하고, 모든 구민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개선하고 보호하는 도시입니다.” 수영구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맡은 남지윤 수영구 가족행복과 주무관의 말이다.

수영구는 도시재생사업에도 여성친화도시 관점을 반영하려 노력해왔다. 실제 도시재생 뉴딜 SOC인프라 조성 사업에도 ‘봄.봄.봄.서포터즈’ 등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 기존 사업계획을 바꿔 주민들이 바라는 공공형 키즈카페를 조성하기로 해 주민 만족도도 올랐다.

수영구는 올 초 여성가족부의 ‘2단계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여성친화도시 조성 연구용역 시행, 여성친화도시 도시재생사업 추진, 다함께돌봄센터 등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민·관이 협력해 추진할 예정이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구정 전 분야 균형적 발전으로 사람중심 도시, 성평등한 도시, 안전한 도시, 행복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 수영구가 1월 25일 여성가족부와 여성친화도시 재지정 협약(MOU)을 체결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강성태 수영구청장과 수영구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영구 제공
부산광역시 수영구가 1월 25일 여성가족부와 여성친화도시 재지정 협약(MOU)을 체결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강성태 수영구청장과 수영구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영구 제공
수영구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인 ‘봄.봄.봄.서포터즈’는 구내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수영구 제공
수영구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인 ‘봄.봄.봄.서포터즈’는 구내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수영구 제공
부산 수영구는 2021년 여성 호신술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위기 시 호신술을 통한 신체 보호법을 영상으로 제작, 수영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오는 8월 중 관내 거주 여성 80명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실제 강습을 할 예정이다.  ⓒ수영구 제공
부산 수영구는 2021년 여성 호신술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위기 시 호신술을 통한 신체 보호법을 영상으로 제작, 수영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오는 8월 중 관내 거주 여성 80명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실제 강습을 할 예정이다. ⓒ수영구 제공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도 고민해왔다. 수영구는 광안리해수욕장, 금련산 등 유명 관광지가 있어 숙박업소가 많은 동네다. 65세 이상 주민이 22.4%(3만9416명). 요양 시설도 많다. 구 차원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반 과정, 지역민 대상 호텔리어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일터에 나간 돌봄노동자들은 성희롱·성폭력, 저임금, 감정노동으로 인한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현실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수영구는 2021년 하반기 여러 사업을 벌였다. 요양보호사 138명, 호텔서비스 전문인력 11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일하다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도 안내했다. 우울증 예방을 위한 1:1 심층 상담과 돌봄 서비스 연계, 폐렴·대상포진 등 무료 예방접종도 제공했다. 부산광역시거점형양성평등센터 주관 ‘2021 성평등 공감도시 부산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한 사업이다.

부산 수영구는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2021년 하반기 요양보호사 138명, 호텔서비스 전문인력 11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수영구 제공
부산 수영구는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2021년 하반기 요양보호사 138명, 호텔서비스 전문인력 11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수영구 제공

현장 만족도는 높았다. “특히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느라 업무 중 성폭력 등에 취약하다는 걸 알아도 대책을 강구하기 어려웠는데요.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들이 ‘꼭 필요한 교육’,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를 위한 교육을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남 주무관의 말이다. 올해도 이 사업을 이어간다. 공모사업이 아닌 수영구 자체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빠 육아를 자연스러운 문화로 만들기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관내에서 근무하는 남성 근로자에게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을 최대 1년간 월 최대 30만원씩 지급하고, 초보 아빠들을 위한 ‘아빠 공동육아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남 주무관은 “수영구는 여성친화도시 2단계 지정으로 한층 발전된 도시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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