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 ⓒJTBC
‘나의 해방일지’ ⓒJTBC

“넌 노른자야? 흰자야?”라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당신이라면, 아마도 얼마 전 시작한 JTBC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라는 드라마를 보지 못한 일인일 것이다. 만약 시청한 누군가라면 노른자 혹은 흰자라고 답할 것이며, 어떤 이는 노른자도 흰자도 아니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질문과 답이다. 뒤에서 밝히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숙한 먹거리인 계란은 이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4월 9일 첫 방송된 ‘나의 해방일지’는 시골과 다를 바 없는 경기도의 끝인 산포시에 사는 행복하지 않은 삼남매가 각자의 삶에서 해방을 통해 행복을 찾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하는 드라마이다. 초반인지라 아직 인물에 대한 소개와 서사가 차곡차곡 쌓이는 단계로, 경기도민이지만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인공들의 주거지가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대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질문에서 노른자는 서울, 흰자는 경기도를 말한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의 형상이 마치 계란과 비슷하다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사다. 정말 우리나라 지도 속 수도권의 모양이 프라이팬에 계란을 터트린 모양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기막힌 비유라 할 수 있다. 결국 앞의 질문은 “서울시민입니까? 경기도민입니까?”라고 묻는 것이자, 수도권으로 통칭되는 지역이지만, 두 개의 지역이 실상 별개의 행정구역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지역을 구분하고 차별해왔던 우리네 역사 속에서 또다시 지역을 편 가르고 갈라치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하는 비유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지역 구분은 수도권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통칭되면서 그 속에 가려졌던 경기도민들의 삶을 밀도 있게 다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의 해방일지’ ⓒJTBC
‘나의 해방일지’ ⓒJTBC

수도권이라는 말 속에는 서울로 출퇴근 하며 길에서 2~4시간의 시간을 쏟아내는 경기도민들의 삶은 희석되곤 한다. 드라마는 서울살이를 희망하지만, 여건상 여전히 자신의 고향인 수원 근처 산포시에 사는 젊은이들의 삶에 집중한다. 이들에게 경기도민이라는 것이 갖는 영향력은 공사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발휘된다. 소개팅 약속을 정할 때 ‘난 어차피 경기도민이기에 어디를 가든 서울나들이다. 그러니 약속 장소 편하게 정해라’라며 어차피 먼 곳이니 조금 더 시간 걸린다고 다를 바 없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일종의 배려의 말들, ‘나보고 견딜 수 없이 촌스럽대’라는 말에 담겨진 서울시민처럼 세련되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어떻게 청춘이 맨날 집에 가기 바쁘냐?’ 혹은 ‘낮에 출발했는데 집에 도착하니 밤’이라는 말처럼 오랜 출퇴근 시간에 사라져버린 ‘저녁이 있는 삶’, 그리고 비싼 택시비를 치르지 않기 위해 막차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삶 말이다. 그래서 차도 없는 경기도민인 창희는 어떻게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냐고 항변한다. 연애, 결혼, 그리고 직장생활 등 장거리의 통근시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서울 거주민에 비해 제약이 있는 장거리 통근자들의 애환은 공감을 자아낸다. 영끌해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청춘들에게 경기도는 선택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대안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연애에 목숨을 걸고 누구더라도 사랑하겠다고 외치는 미정과, 경기도에 산다는 이유로 연인에게 열등감을 지닌 창희도, 집이 멀어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지 않는 미정의 소극적인 삶의 원인을 거주지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몰아간다는 점은 분명 단편적인 설명이다. ‘서울에 살았다면 우리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미정의 말은 드라마의 결론에 대한 복선이지 않을까? 서사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행복은, 진정한 해방의 방법은 노른자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계란으로 묘사된 거주지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이 전개되리라 기대된다. 오믈렛을 만들려면 먼저 계란을 깨야하는 법이니깐.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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