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김진열 감독 6회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신문상 공동 수상자

올 서울여성영화제에선 '소금'처럼 귀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두 여성 집단을 만날 수 있었다. 50% 가량 유산의 경험을 안고 일하는 철도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 박정숙 감독(<소금-철도 여성 노동자이야기>)과 백발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의 신념을 잃지 않는 빨치산 할머니의 활동, 일상을 영상에 담은 김진열 감독(<잊혀진 여전사>). 올 서울여성영화제에선 매년 영상으로 여성운동을 실천하는 영상집단에 주어지는 여성신문상을 두 감독에게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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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감독의 <소금-철도여성 노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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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여성영화제 폐막식장에서 여성신문상을 수상한 김진열 감독과 박정숙 감독을 만나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는 여성주의 영화에 대한 그들의 꿈과 소신을 들어보았다.

▶김진열 감독(왼쪽)과 박정숙 감독(오른쪽). 여성문제를 영상에 담는 몇 안 되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사진·하지>

김/진/열 “신념 위해 투쟁했으나 잊혀진 여성들 말하고파”

“나는 빨치산 할머니들과 관계맺기가 힘들었다는 진열이에 비해 카메라를 들고 찍는 여성과 담는 여성이 같은 위치에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6월 출산을 앞둔 박정숙 감독은 야간근무로 생리불순, 유산, 정신적인 죄책감, 삶에 대한 회의 등에 시달린 30대 중·후반 철도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 역시 출장을 가야 하지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촬영을 연기해야 했던 때가 빈번히 있었다.

“눈오는 장면을 세 번이나 놓쳤어요. 집에서 애 안고 창 밖 보면서 울었죠. 애가 없었으면 자유롭게 촬영했겠지만 이런 작품이 못 나왔겠죠. 주인공들과 내가 같은 처지더라구요.”

쓴웃음을 지으며 그가 말한다.

첫애를 낳고 난 뒤 아이를 다섯 낳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모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박 감독이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애를 맡기고 자기 일을 하면 매도당하는 엄마, 이는 사회가 강요하는 모성이죠. 나도 주변에서 보면 못된 엄마잖아요. 나 같은 경우는 결혼을 안 했을 때도 아이를 낳고 싶었고 결혼하고 나서 3년 동안은 일부러 애를 안 가졌어요. 영상운동가로 나를 정체화했기 때문에 내 일을 하면서 애를 키우는 것은 힘들다, 차별받지 않기 위해 자유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죠. 그러나 아이를 갖고 싶었고, 낳으니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어쩌면 본능일 수 있는데 지나치게 억누르면서 살아왔구나 싶었죠.”

김/진/열 “신념 위해 투쟁했으나 잊혀진 여성들 말하고파”

박정숙, 김진열 두 감독은 2000년 전주영화제 '여다모'(여성다큐모임)에서 얼굴을 익힌 뒤 여성문제를 다루는 몇 안 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동료로, 좋은 선후배로 가깝게 지내온 사이다. 김 감독에게 소재를 택한 이유와 서로의 영화에 대한 평을 물었다.

“빨치산 활동에서 보인 이가 남자밖에 없었기 때문인지 저도 정순덕 선생님이나 박순자 선생님 활동하시는 거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왜 숨어 있었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죠.”

김 감독은 박순자 할머니를 통해 옳다고 믿는 것을 요구하고 투쟁하는 여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얻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두 감독의 작품은 제목이 중요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잊혀진'과 '여전사'. 남성중심적인 언어다, 여성을 비가시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김 감독은 잊혀져 있다가도 필요할 때는 도구화되어 사용되는 여자 빨치산의 존재를 제목에서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한편 박 감독의 <소금>은 그가 작품태몽까지 꾸며 지은 이름이다.

“아는 화가 선생님이 꿈에 나와 바닷가 모래사장에 소금이라고 쓰시는 거예요. 싸고 흔하지만 없어선 안 될 것, 소금과 여성의 공통점이죠.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란 걸 각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다룰 또 다른 여성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꾸준히 장기수들의 삶을 기록해온 김 감독의 다음 작품은 여성장애인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이야기다. 첫회 서울여성영화제 영상공동체 부문에 상영된 영화의 뒷이야기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소록도에 사는 78세 한샘병 환자 할머니의 인생사를 준비중이다. 현재 1회 인터뷰를 한 상태다.

“한샘병이 유전병이 아니라고 판명이 난 뒤에도 남자들은 정관수술을 시키고 여자들은 낙태를 시키는 등 애를 못 낳게 했어요. 이 할머니는 43세에 몰래 임신한 사실을 숨겨 닭장에서 애를 낳았어요. 진통이 오면 닭이 울 때 소리를 지르면서. 그런데도 그때 이야길 물어보면 계속 '좋았지' '좋았지' 하세요.”

순간, 마주 앉은 두 여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들의 작업은 그렇게 더디지만 의미 있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 밖에 <잘돼 가? 무엇이든>의 이경미 감독(한국)이 '아시아단편경선' 최우수상과 서울여성영화제 관객상을, <당신을 초대하고 싶습니다>의 김아영 감독(한국)과 <나의 섬>의 왕이화 감독(대만)이 우수상을 차지했다. 특별상인 '이프상'은 <그 집 앞>의 김진아 감독, 다큐멘터리 옥랑상은 <맏며느리>의 정호현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 박정숙 감독은?

1971년 생. 1996년 노동자영상사업단 '희망'창단 멤버로 활동했으며, 2000년에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이야기인 <평행선>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 김진열 감독은?

1974년 생. <여성장애인, 김진옥씨의 결혼이야기>(1999)가 제1회 장애인영화제 가작을 수상했으며, <땅, 밥 만들기>(2000)는 제4회 서울국제다큐영상제 신진다큐멘터리스트상을 받았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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