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미류 활동가
국회 앞 ‘평등텐트촌’ 세우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새 정부 ‘혐오 정치’ 우려... 국회, 이제 결단 내려야”

ⓒ홍수형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미류 책임집행위원을 만났다. 이들은 11일부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홍수형 기자

국회 앞에 ‘평등텐트촌’이 생겼다. 4월 내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목소리를 높이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4월 임시국회가 현 정부에서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라고 보고 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4월 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11일부터 국회 앞 단식 농성 중이다. 농성 8일째인 18일 이들을 찾아갔다. 단식과 바쁜 일정으로 두 활동가의 얼굴은 해쓱했다. 눈꺼풀을 여닫는 속도마저 느렸다. 하지만 그 아래 눈빛만은 또렷했다.  

“왜 4월 내 제정해야 하느냐보다 왜 아직도 제정이 안 됐느냐는 질문을 해야 맞죠.” 이 대표의 말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발의됐으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폐기됐다. 현재 국회에도 여러 차별금지법안이 올라와 있다. 박주민‧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법안이 존재한다. 하지만 네 법률 모두 한 번의 심사도 없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1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차별 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했는데 그것을 아직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답답함을 표했다.

두 활동가는 “새로운 정부의 혐오 정치가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논의, 장애인 인권 등 관련 (향후 집권여당이 될 국민의힘) 당 대표의 인식 등을 보면 앞으로 혐오 정치가 더 선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 장치(차별금지법) 없이 그대로 (혐오 세력을) 맞이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미류 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금까지 미뤄진 데에는 여당인 민주당 탓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은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법의 취지나 의미를 반대한 적은 없지만 늘 미뤄왔다”면서 “이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결단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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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만든 '평등텐트촌'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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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미류 책임집행위원을 만났다. 이들은 11일부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홍수형 기자

두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통해 “개인이 겪은 차별을 말할 수 있는 공적인 자리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미류 위원은 “옛날에는 차별을 당하면 친구, 가족, 지인 등 주변인들에게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공론장이 생기면서 비난받지 않고 차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와 관계가 확장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미 많은 지역이나 연대 단체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힘을 많이 모아놨다”면서 “이제 (모아온) 동력을 국회 앞에서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17년 3월 출범했다. 2022년 4월 기준 166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라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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