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시민사회단체 58곳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5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를 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5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를 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차별금지법 만들자고 단식까지 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부처 폐지의 임무를 부여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요?”

4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목숨을 건 단식투쟁 중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밀어낸 자리에 혐오공화국이 들어섰다”며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는 ‘윤석열 인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5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당선 후에는 인수위원회를 통해 공약을 지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임무를 맡긴 상황이다. 여성단체는 윤 당선자가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며 부처 폐지를 임시 보류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꼼수’가 있다고 보고 공약 이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공세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약 30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4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목숨을 건 단식투쟁 중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밀어낸 자리에 혐오공화국이 들어섰다”고 비판했다. ⓒ여성신문
4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목숨을 건 단식투쟁 중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밀어낸 자리에 혐오공화국이 들어섰다”고 비판했다. ⓒ여성신문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미류 책임집행위원도 현장에서 이어 말하기에 참여해 여가부는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평등을 목표로 하는 부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차별이 기본 값인 사회에서 평등을 연습하는 부처는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성차별의 구조를 변화시킨 경험은 다른 차별을 발견하고 변화시키는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가 추진되는 현실과 차별금지법이 ‘나중’으로 밀리는 현실은 이어져있다”고 도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나중에 해’, ‘동성애 반대하는 사람들 있으니 성소수자 차별해도 돼’라는 분위기를 통해 혐오세력은 ‘우기면 대접받는다’는 것을 익혀왔다. ‘페미니즘, 반대하는 사람들 있으니 그거 좀 유보해’라는 말 역시 증오선동을 허용하는 신호가 된다. 여성이 제물로 넘어간 후 이제는 장애인 투쟁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여가부 폐지라는 주장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온다 활동가는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돌봄을 주류화 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관점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전담 추진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황연주 사무국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여가부 폐지 저지를 위해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치권은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페미니즘과 거리두기를 이어갔다. 그 결과,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도, 낙태죄 폐지 대안 입법도, 차별금지법도 없는 세상에서 여가부 폐지 저지를 외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국민의힘과 이준석 당대표와 윤석열 당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성평등 추진체계 공약을 폐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기도 하고, ‘이대남’을 호명하며 여성을 지우는 국민의힘의 전략을 따라한 민주당 남성 정치인의의 잘못이기도 하며,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 2차 가해하며 페미니즘을 욕하는 일부 지지자를 내버려둔 민주당의 잘못이기도 하다”고 일갈했다. “연일 개혁을 외치는 민주당이 지난 몇 년 동안의 실책을 만회하고자 한다면 여가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맞서 싸워야한다”고 황 사무국장은 외쳤다.

장애여성공감 진은선 활동가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이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합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장애여성공감 진은선 활동가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이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합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장애여성공감 진은선 활동가는 “장애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무능하고 취약한 존재로, 피해자가 되어야만 인정받는 대상이 된다”며 “나이가 어리고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보호자가 필요하다’, ‘혼자살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의 돌봄을 받으면서 집에 있거나 시설로 가야한다’고 (제게) 말한다”며 “독립할 수 없는 사회에서 제가 장애여성으로 태어난 문제냐?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시설을 나와서 분리되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불평등한 사회가 문제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진 활동가는 “더이상 당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서 마음대로 갈라치기하는 방식으로 차별하지 말라.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이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합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툰작가인 천정연 대전여민회 활동가는 현장에 발언문을 보내왔다. 그는 “둘째를 키울 때 여성가족부 ‘아이돌보미 서비스’ 덕분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다”며 “첫째를 혼자 키우며 느꼈던 고립감과 고용단절의 고통을 조금 덜 수 있었고, 웹툰 작가로서 여성들의 결혼, 육아, 출산 과정을 지나며 겪는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에 관해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3.4%(2020년)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저는 육아휴직을 했지만 남편은 육아휴직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식은 둘이 같이 만들었고 심지어 저는 열달 동안 품고 낳기까지 했는데 아이 키우는 일까지 저 혼자 감당해야 하나?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성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천 활동가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진정으로 관심 가져야 할 것은 집무실 이전이 아니라 이런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 보류라는 임시적이고 소극적 조치 넘어 성평등 실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수 신승은, 오지은씨도 공연으로 집회에 참여하며 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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