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정호영·이창양·박보균 후보자
과거에 쓴 칼럼·논문 잇따라 논란
성별 고정관념·인식 수준 드러나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들이 과거에 썼던 글들이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주요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편향적이고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실은 칼럼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서다. 칼럼이 공직 후보자의 주요 검증 대상이 된 까닭은 글이 필자의 가치관과 인식 수준을 고스란히 담아내 공직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과거에 쓴 칼럼과 글로 자질 검증대에 오른 후보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부장관 후보자 등이다. 

정호영 “결혼은 암 치료의 특효약”

정 후보자는 “출산은 애국이며 결혼은 암치료 약”이라며 저출산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듯한 칼럼을 쓴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칼럼은 경북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할 때 쓴 것이다. 칼럼 읽기 ▶ http://news.imaeil.com/page/view/2012102907443938026

정 후보자는 2012년 10월29일 매일신문에 기고한 ‘애국의 길’이라는 칼럼에서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며 “‘결혼’과 ‘출산’이 그 방법”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결혼만으로도 당장 예비 애국자가 될 수 있고 출산까지 연결되면 비로소 애국자의 반열에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여성 10명 중 겨우 1명이 결혼을 했다는 통계가 과연 맞는지 살펴보면 된다. 거기에다 우울한 이야기가 또 있다”며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비율, 즉 ‘생애 독신율’이란 것이 곧 15%가 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20%로 올라갈 전망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이는 출산율이 저조한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 장관은 또 2010년 12월 6일 ‘디지털 사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면접 지원자들의 이력서 사진 포토샵을 거론하며 “남자가 여자가 더 심하다. 미모든 아니든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2013년에는 ‘3M(미터)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한 법은 불합리하다는 의료단체 주장에 동조하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정 후보자는 “애당초 여자 환자의 가슴에 바로 귀를 대기가 민망해서 만들어진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며 “어쩌면 앞으로는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썼다.

김현숙 “성인지 예산, 국방 예산 수준 증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16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문 정부’라는 칼럼에서 성인지 예산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의 주장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주로 유통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이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 젊은 여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며 “예산 지출이 남성과 여성 삶의 차이와 특성을 반영하여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도록 분배한다는 성인지 예산(gender budget)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성인지 예산은 각 정부 부처 예산 중에 직간접적으로 성평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 예산을 모은 것을 말한다. 즉, 예산이 성평등 관점에서 적절하게 쓰이는지 점검하는 분류 기준일 뿐이다. 칼럼 읽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1/04/16/3ZFKIRCFZJB3VA24KRKOVRMUCY/

이창양 “출산기피 부담금 도입”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10년 조선일보에 ‘출산 기피 부담금’이란 칼럼을 게재하며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세대에 부담금을 물릴 것을 제안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경제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데 부담금을 도입하는 것이 의미 있는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건강이나 경제 사정 등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 출산을 기피하는 세대에게 일종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칼럼 읽기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15/2010121502174.html

논란이 일자 이 후보자는 “경제학적 이론으로 살펴보면 저출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보균 “5.16 근대화 혁명”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중앙일보 편집인·대기자로 재직 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적을 부각하는 칼럼을 다수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2년 7월 20일 ‘역사는 통합의 무기다’라는 칼럼에서 “5·16은 산업화의 상징이다. 5·16은 쿠데타로 시작했지만 근대화 혁명의 시작이었다”라고 썼다. 또 “박정희는 역대 대통령들 중 여론 평가에서 1위다. 박정희 시대는 유신 독재의 어두움이 있다. 다수 국민은 박정희의 공과(功過) 중 공적을 먼저 바라보려 한다”고 밝혔다. 2019년 3월 14일 ‘DJ 집권 시절이 좋았다’라는 칼럼에서는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다. 거기엔 ‘수호지의 양산박’ 느낌이 풍긴다”라고 적었다.  

박 후보자 측은 “전두환씨를 양산박에 빗댄건 패거리 정치를 비판한 것이고 미화 의도가 없다”며 “대부분 용서와 화해의 정치에 초점을 맞춘 칼럼이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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