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메디신 윤채옥 대표
“암 환자 위해 도움 주고 싶다”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 ⓒ홍수형 기자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 ⓒ홍수형 기자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치료제를 만든다. 그것도 온몸으로 전이되는 말기암을 목표로 한다. 해외가 아닌 한국 기업에서 말이다.

윤채옥 대표가 설립한 진메디신은 바이러스로 항암치료제를 만든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 치료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에 시작됐으나 항암 바이러스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가 각광받기 시작한 가운데 진메디신의 항암제는 증식이 가능한 독성이 제거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 암세포를 사멸한다. 항암 바이러스 분야 세계 상위 4인에 이름을 올린 윤 대표는 27년째 유전자 치료제 연구에 전념 중이다. 현재 진메디신이 보유한 핵심특허 등록은 157건이고 출원은 221건이다. SCI급 저널 논문도 220여편에 달한다. 특히 진메디신은 모더나 창립자인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를 과학자문위원으로 두고 있다. 랭거 교수를 비롯해 50여명의 전문 인력과 산학계 석학으로 구성된 연구자문위원회가 신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진메디신이 활용하는 바이러스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반이 된 아데노바이러스다. 진메디신의 항암 아데노바이러스는 암세포 사이에 있는 세포외기질을 녹여낸다. 이것이 기존 항암 바이러스와의 차별점이다. 진메디신이 자체 개발한 항암 파이프라인은 총 4개다. 임상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물질인 ‘GM101’는 다른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 내에서만 증식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살상할 수 있다. GM103는 우리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항암 면역반응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으며, 'GM102’와 ‘GM104’는 전신 투여를 통해 전이된 암세포에 도달하는 항암 물질이다.

윤 대표는 올해 임상 2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GM103은 임상1상을 미국과 호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1상이기 때문에 대장암·신장암·유방암 등 여러 개의 암에 대해 적용한다. GM101은 임상2상을 진행 예정이다. 2상은 특정 암을 정해서 적용해야 하는데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 효과가 없고 예우가 나쁜 암인 삼중음성 유방암이 그 대상이다.

지난 8일 서울시 성동구 한양대 진메디신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항암 바이러스를 ‘팔방미인’ 항암제라고 말한다. 윤 대표는 “제가 1세대 항암 바이러스 연구자인데 직접 해보니 매력이 너무 많았다”며 “당시 항암 바이러스는 암 세포만 감염시켜서 죽이는 것으로만 인식됐는데 그것 외에도 잠재력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평생을 연구에 올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 개발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 연구를 research(리서치)라고도 하는데 re-(재)니까 다시 되돌아서 또 연구하게 된다”며 “연구를 하면 할수록 발전되는 것이 눈에 보이니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6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그는 2000년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교수직을 지냈고 현재 한양대 공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Molecular Therapy 부편집장 외 다수의 해외 전문학술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 ⓒ홍수형 기자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 ⓒ홍수형 기자

-전신 투여용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는 환자에게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항암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장점이 굉장히 많아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바이러스가 주변 암 조직으로 퍼져서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요. 암 조직에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혈관을 사멸시켜서 암 성장을 억제할 수 있고, 또한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하게 유도한다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은 좋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치료 효과가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어요. 그래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회피하기 위해 종양 내 투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문제는 암은 전이가 되죠. 온몸에 퍼져 있는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정맥 내 투여예요. 저희 진메디신은, 혈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온몸을 돌다가 암세포를 만나면 선택적으로 결합을 해서 들어가게 할 수 있는 전신투여형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 기술은 안전하게 항암 바이러스를 온몸에 퍼져 있는 암세포로만 집중적으로 가게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아지면서 안전성도 보장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미 이들 기술에 대한 특허를 다수 출원 및 등록했고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서 현재, 임상개발을 목표로 열심히 진행하고 있어요.

-수십 년 동안 연구에 매진하다 갑자기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처음부터 기업가 정신이 높지 않았어요.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웠어요. 하지만 회사를 차릴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어요. 항암 바이러스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제자들이 육성됐고 개발된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도 많이 했으니까요. 우스울 수 있지만 제자들과 ‘우리가 인류를 위해서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훌륭한 제자들과 회사를 해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고 많은 분들의 투자도 받으며 회사를 차렸어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책임 의식이 제 어깨를 크게 짓누르고 있다는 점이에요. 교수로서는 연구를 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다른 각도로 연구를 새로 시작하면 돼요. 하지만 회사는 다르죠. 저희의 기술력을 믿고 투자해준 분들, 임직원분들, 이분들은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분이죠. 꼭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야죠.”

-진메디신의 독자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항암 바이러스에 대한 깊은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에 있어요. 저희는 현재까지 그 어떤 회사보다 항암 바이러스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 중이에요. 또 치료제로서의 장점과 단점 분석을 오랜 기간했기 때문에 더 좋은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축적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개발된 파이프라인들이 구축돼 있어요. 이런 저력이 진메디신의 강점이에요.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희 회사가 항암 바이러스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 기업이 되는 것이죠. 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요. 수명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항암 치료제 개발을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예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