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고문을 향한 응원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뜨거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 고문 지지자들의 공식 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고 응원의 게시물들이 이어진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 중심에는 자신들을 ‘개딸’로 부르고 이 고문을 ‘재명 아빠’라 부르는 2030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 이후 이 고문에 대한 2030 여성들의 지지가 상승한 것인지는 통계적으로 검증된 바 없지만, 2030 여성들에게서 이 고문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배경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 3.9 대선 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20대 이하 남성에서는 윤석열(58.7%),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재명(58.0%) 후보가 단연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를 내걸고 이대남(20대 남성)들의 표를 얻으려 한데 대해 ‘이대녀(20대 여성)’들이 결집해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상황에서 20대 여성들의 이런 결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의 젠더 정책이 대선 이후에도 특별히 달라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재명 고문에 대한 이대녀들의 지지가 계속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대선 이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은, ‘개딸’과 ‘재명 아빠’로 표현되는 응원의 광경들이다. ‘재명이네 마을’이나 ‘이재명 갤러리’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회원들이 이 고문과 대화를 나눴다는 SNS 인증샷과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개딸’이 “건강해서 5년 뒤에 청와대 가라자나(잖아)”라고 쪽지를 보내면 이 고문이 “우리 개딸님 고맙자나(잖아), 사랑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낸다. 또 다른 ‘개딸’이 “아빠 사랑해!!”라고 하면 이 고문은 “개딸 고마워”라고 답한다.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당선인 쪽의 젠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이대녀들이 이재명 고문을 대안으로 여기며 응원하는 것은 존중 받아야 할 의사 표현이다. 다만 ‘딸’과 ‘아빠’로 표현되는 서로의 관계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을 가부장적 관계로 얽어매는 또 하나의 팬덤 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원래 드라마에서 나왔던 ‘개딸’의 의미는 ‘성질머리가 대단한 딸’이었다. 이 고문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이 어떤 이유로 자신들을 ‘개딸’이라 표현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남녀 간의 차별이 여전한 세상을 향해 ‘성질’을 부릴 수 있는 딸들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사랑하는 딸과 아빠’의 관계로 자신들의 의식이 지배당하게 될 때, ‘개딸’들의 그 성질머리는 유독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앞에서는 스스로를 억압하게 만들 것 같다.

젠더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지난 대선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이다. 하지만 그 갈등을 해결해 가기 위한 노력은 팬덤정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일이다. 그가 누구든, 정치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응원은 모든 정치세력의 젠더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양성평등의 노력에 장애가 될 위험이 크다.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의 것이든 정책과 가치를 지지해야지, 본질은 빠져버린 채 ‘딸과 아빠’ 사이의 사랑만 오가는 문화로는 젠더 정책의 진전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세상을 향해 발언하려고 시작한 정치인 응원이 팬덤정치로 빠졌을 때, 오히려 침묵의 또 다른 변종이 돼버렸던 무수한 경험들을 생각해볼 일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