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률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
“‘국민연금 무용론’? 아직 늦지 않아
일방적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조정 안돼
높은 노인빈곤율·미래세대 부담 살펴야”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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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연금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이대로라면 약 30년 후 연금 기금이 고갈되며, 젊은 세대는 보험료만 내고 아무것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많은 전문가들이 연금 수령액을 줄이거나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인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일방적인 조정을 넘어 제도 자체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 빈곤 해소, 재원 고갈 방지를 위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자고도 제안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전제와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기조발제를 맡았다.

현 국민연금은 40년간 일하면서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은퇴 후 일할 때 벌던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구조다.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체제’라고 한다.

그런데 보험료율을 이대로 유지하면 올해 33세인 1990년생이 연금급여를 받기 시작하는 만 65세가 되는 시점(2055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국회 예산정책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2020). 언론도 ‘국민연금 무용론’ ‘세대 간 도적질’ 등 자극적 보도를 거듭하면서 세간의 우려를 부추겼다.

정 위원장은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제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이 지나치게 높거나, 국민연금 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국민연금 기금이 30년치 이상 쌓여 있는 것은 상당한 재정적 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 “‘낸 것보다 많이 받는’ 제도 설계를 어떻게 수정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늦지 않았고 이제라도 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재정안정에 초점을 두거나, 소득보장에 초점을 두는 식이다. 정 위원장은 균형이 중요하다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조정과 같은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구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서구국가에서 공적연금을 줄이니까 우리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영양실조 걸린 사람들에게 ‘남들이 살 빼니까 너도 빼라’ 하는 것이다. (...) 일방적인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정책만을 도입하고, 복잡다단한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경우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약해질 우려가 있다.”

정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운용 방안으로 우선 퇴직연금을 포함한 공적·사적 연금의 실현 가능한 소득대체율(30년 가입 기준)을 40~45%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거나, 12%로 올리되 중산층 이상의 급여는 다소 줄이는 방안 등도 제안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일원화도 제안했다. 만 65세가 되면 매달 일정 금액의 기초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현재 소득 하위 70%의 고령층에 대해 30만7500원의 기초연금을 준다. 국민연금은 본인이 낸 금액에 대해 돌려받는 제도고,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금 마련 방식과 지속가능성을 두고 그간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정 위원장은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기초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원 마련이 합의되면 보편적 기초연금도 좋지만, 현실적으론 굉장히 어렵다. 5년 후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노인인데 보편적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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