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동 편지 ⑥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사시라"는 아이들

카카오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
카카오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

장안의 화제작 ‘며느라기’ 시즌2가 얼마 전 끝났습니다. 회당 조회수가 죄다 100만 뷰 이상이었다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이 땅 며느리와 시어머니 모두 입을 모아 말합니다. “딸같은 며느리는 없다구요.” 딸같기를 기대하지도, 딸에게 하듯 무작정 허물없이 대하지도 말라는 겁니다.

결혼해서 살아본 사람들은 압니다. “우리 시월도 참 가족같죠”가 며느리에게 얼마나 당혹스러운 말인지. 시월드만 힘든 걸까요. 갈등은 며느리와 ‘시’자 붙은 사람들 사이에만 있는 걸까요. 덜 불거져서 그렇지 사위와 장모 사이도 만만치 않다고들 합니다. 가깝다고 생각해 하는 말과 행동이 실은 간섭과 참견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건 가족끼리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얼마 전 아들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친구가 “엄마가 은퇴해서 큰 일 났다”며 “넌 어떻게 대처했느냐”고 물었다구요. 엄마가 일할 땐 서로 바빠 마주할 틈이 적었는데 은퇴해 집에 계시니 이것저것 자꾸 묻고 참견한다며 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니?” 아들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문을 닫는다고 했어요” “뭐라구?” “방문을 닫는다”구요. 그렇습니다. 아들은 외출했다 오면 자기 방에 들어가서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식사 때나 얼굴을 볼 수 있지요. 할 말이 있으면 방문을 두드린 다음 “얘기 좀 해도 될까” 물어서 괜찮다고 해야 그 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들은 엄마나 아빠의 질문, 관심, 간섭을 피하는 방법으로 문을 닫은 것이었습니다. 방문을 꼭 닫으니 말을 걸기 어렵습니다. 인터넷TV가 안 켜지거나 휴대폰이 말썽을 피우는 등 아쉬울 때 부르면 나와서 해결해 주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친구나 회사 일 등 알고 싶은 게 많지만 말하기 싫은 듯하니 캐묻기 어렵습니다.

아들 친구가 '엄마가 은퇴해 큰 일 났다'고 했다는 걸 보면 다른 집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이 마뜩잖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이 걱정스럽고 서운합니다.

부모의 마음은 단순합니다. 학교든 회사든 잘 다니는지, 세상이 하수상한데 별 일은 없는지, 대인관계는 괜찮은지 등이 궁금하고 혹시 말 한마디라도 보탬이 될까 싶은 겁니다. 자식들은 그런 관심이 오히려 난감하고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말해봐야 해결될 것도 아니고 걱정만 할 테니 안하느만 못하다 여기는 것같습니다.

부모는 선험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떼는" 운운하게 되는 것이지요. 부모 자식 간이라도 생각이 다르니 해법이 먹히기 어렵습니다. 방문을 닫는다고 괘씸해 하면서 멀리하는 한 소통은 점점 더 물 건너 가겠지요. 주말에 술 한 잔 같이하는 식으로 가능한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는 수밖에요.

엄마의 은퇴가 고민인 다 큰 자식들과 잘 지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나이 든 자녀는 엄마가  ‘엄마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같습니다. 자식보다 엄마 자신에게 집중해주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은퇴했다며 드디어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주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자식들은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한숨을 쉬는 듯합니다.

아빠도 다르지 않겠지요. 며느리와 시월드 뿐만 아니라 같은 가족끼리도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만큼의 거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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