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성폭력 직권조사’ 결과 발표
국방부 장관에 공군 성폭력 2차가해 의혹 추가 조사
성폭력 예방 위한 제도 개선 등 권고
군인권센터 “국방부에 재수사 맡길 수 없어...특검 도입해야”

2021년 7월 26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의 빈소.  ⓒ홍수형 기자
2021년 7월 26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의 빈소.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법무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부터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 침해 사건 3건을 직권조사했고, 30일 국방부 장관에게 사건 관련 추가 조사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특히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일어난 이른바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의 경우 여러 2차 가해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은 피해자 사망 후 군법무관 동기들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유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대화를 나눴다. 이 국선변호인은 직무유기로 기소됐다가 지난 1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20전투비행단 군검사가 피해자의 자해 시도 사실을 부대 관계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인권위는 국선변호인과 군검사의 행위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을 외부에 노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또 인권위는 국방부 검찰단이 공군본부 법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전날인 2021년 6월 8일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 소속 군무원이 통화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군 차원의 “범죄성립 여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며 추가 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전 준장은 1일 여성신문에 “압수수색 관련 어떤 대화를 나눈 사실도 없다. 저와 통화한 직원은 압수수색영장 발부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위 조사 결과는) 국방부 검찰단이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혐의들을 입증할 증거나, 아예 수사 대상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던 내용들”이라며 “재수사를 국방부에 맡길 수 없고 특검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4당은 2021년 6월 소속 의원 112명 전원의 이름으로 이 사건 국정조사와 특검을 공동으로 요구하는 특검 임명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일 이 사건 관련 특검법을 발의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 아버지가 2021년 11월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특검 도입, 대통령 면담요청 등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 아버지가 2021년 11월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특검 도입, 대통령 면담요청 등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군 내 성폭력·2차가해 예방 위한 제도 개선 권고도

이외에도 인권위는 ▲성희롱 성립 여부 판단에 있어 부대장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외부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자문 절차를 거쳐서 판단하도록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할 것 ▲성폭력·성희롱 사건 은폐 및 회유를 예방하기 위해 지휘관이 성폭력 사건 인지 후 적절한 분리조치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을 충실히 이행한 경우에는 지휘책임을 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민간인 신분인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대 출입 및 상담 장소 확보 등에 애로사항이 없도록 개선 조치할 것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 전이라도 성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선변호사는 모두 민간 변호사로 선임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성폭력 예방 노력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복무계획보고의 복무중점 사항에 ‘인권증진’ 항목을 추가하고, 이 항목에 ‘성폭력 사고예방 활동’ 계획을 포함할 것 △사관학교, 부사관학교 등 초급간부 양성 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 등이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부대관리훈령’,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등에 2차 피해 정의 규정 등을 마련할 것, △기소 전까지는 가해자·피해자의 성명, 기타 개인 신상정보를 철저히 익명처리 할 것,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양정을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에 별도로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청원휴가 복귀 시점과 정기인사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청원휴가 기간을 최장 180일까지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선할 것(다만 청원휴가 제도가 성폭력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방치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가해자·피해자 분리, 청원휴가 사용 등의 2차 피해 방지 규정들이 성희롱 피해자에게까지 확대·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들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021년 8월13일 ‘해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유족의 진정을 접수해 조사하던 중, 군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잇따르자 같은 달 17일 육해공군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민감한 개인정보 포함 등을 이유로 공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성폭력 피해를 입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넘어 국가가 군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주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라며 “향후에도 군 내 성희롱·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이번 직권조사 권고 사항 등에 대한 국방부 이행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군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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