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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대한간호협회 사무총장▶

가수 박미경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의 항의가 거세다.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의숙)는 지난달 11일 법원에 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동영상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방송위원회와 방송국 윤리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했다. 대한간호협회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 편집자 주

최근 역사적 왜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탤런트 이승연의 정신대 누드'가 판금조치된 데 이어 '가수 박미경 뮤직 비디오'가 화제가 되고 있다. 가창력이 우수하다거나 뮤직 비디오의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다. 그것을 둘러싼 '시비'로 연예가가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문제의 뮤직 비디오에는 '간호사, 여자경찰, 가정부, 바니 걸'을 비롯한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하며 하나같이 심한 노출과 선정적인 율동으로 일관했다.

요즘 들어 성의 상품화 현상이 더욱더 심해진다. 흔히 잘 나간다고 하는 TV나 잡지, 심지어 신문에 나오는 광고에도 꼭 인기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온갖 성적 노출과 행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려 한다. 가수들이 새로운 곡 출시에 맞춰 들고 나오는 뮤직 비디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도대체 노래를 알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눈요기 거리로 시청자들의 눈을 한번이라도 더 끌어보려는 것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봇물처럼 쏟아내며, 우리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하려 한다.

광고나 TV 같은 대중매체는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흥미, 습관, 욕구를 반영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영향을 끼침으로써 사회문화를 형성시키는 존재다. 이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우리는 성을 상품화시킨 내용들을 자주 접하고 있으며 어느덧 우리의 의식 속에 내재화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대중매체가 보여 주는 남성상과 여성상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은 물론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에도 엄청난 폐해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업주의의 급격한 발달은 이런 문제의식조차 제기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과거부터 성불평등하면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교육기회 증가와 사회진출의 확대로 어엿한 소비주체의 한 부분으로 이바지하는 요즘은 이런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주도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시청자들의 반발로 얼마전 공중파 방송이 금지되었지만 그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꾸준히 열려 왔던 미스코리아 등의 미인대회도 여성을 상품화시켜 그것을 은연중에 대중들의 의식에 하나의 대규모 연례행사로 각인시킨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에게 차지하는 대중매체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성 의 상품화에 대한 우리의 의식 변화에 여성의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번 '박미경 뮤직 비디오' 사건으로 말미암아 전국의 20만 간호사들이 받은 수치심과 직업에 대한 회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간호사는 전국의 병원, 보건소, 노인요양원 등에서 질병으로 또는 죽음에 직면해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건강지킴이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간호사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지는 못할망정 가수 박미경의 뮤직 비디오는 얄팍하고 밀조직적인 성상품화의 수단으로 간호사 복장과 캡을 도용했다.

뮤직 비디오를 제작한 기획사 측의 주장처럼 '실업과 정치적인 문제들로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기 위해' 꼭 그런 식으로 여성들이 등장해야만 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또한 그러한 내용의 뮤직 비디오가 가족들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지상파 방송에서 공공연히 방영되도록 심의를 허락한 방송국의 무성의에도 분노가 일어난다.

일부 언론에서는 요즈음은 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리와 지위가 많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무감각한 언론과 얄팍한 상술로 한몫 잡으려는 기획사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사회와 문화는 단합된 의지를 보일 때만이 변화한다. 성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자라나도록 도덕적인 성문화 정립을 위해 여성계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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