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정미경·김예지·조수진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우려·비판
이 대표, 장애인 단체 원색적 비난 이어가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연일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물론 시위에 비판적이던 다른 장애인 단체까지 이 대표를 질타하는데도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사과 안 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전장연은 이날 성명을 내 “(이 대표는) 즉각 공개 사과 하십시오. 사과하지 않을 때는 혐오차별과 갈라치기 선동하는 국민의힘과 당대표를 향한 투쟁을 별도로 선포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십시오”라며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십시오”라고 적었다.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전장연을 비판하며 올린 25일 게시글 중 하나. ⓒ페이스북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전장연을 비판하며 올린 25일 게시글 중 하나. ⓒ페이스북 캡처

발단은 지난 25일 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정인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며 이동권 시위를 여는 전장연을 비난했다. 이후 30일 오전까지 비슷한 논조의 글을 십여 개 올렸다. 28일 당 공식회의에선 ‘비문명적’, ‘불법 시위’ 등의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미경 국민의 힘 최고위원은 28일 당 공식회의에서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수진 국민의 힘 최고위원도 동일석상에서 “국민의 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며 이 대표에게 전장연 관련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는 나경원 의원도 28일 페이스북에서 “그들이 문대통령, 박원순 시장 시절과 달리 거친 방법의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위법한 시위활동도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라면서도 “지하철에 100퍼센트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김예지 국민의 힘 의원이 27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전장연의 제 25차 출근길 시위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예지 국민의 힘 의원이 27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전장연의 제 25차 출근길 시위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특히 장애 당사자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제25차 출근길 시위에 참석해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으로 마음을 나누지 못한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었고 다음날에는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서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 이 대표가) 자각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장애인 단체도 이준석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역시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28일 성명을 내서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28일 ‘약자와 동행 대신 혐오 조장, 당 대표 자질 없는 이준석은 사퇴하라’라는 성명을 냈다. “우리 연맹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은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제 인식엔 적극 공감한다”면서 “무개념과 몰상식, 무(無)대안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대표는 자질을 잃었다”고 수위 높은 표현을 쏟아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전장연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에 ‘서울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고 발언한 것에 “(이 대표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장애인들에게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는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당 비판들에 대해 ‘자신의 말엔 문제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29일에도 YTN 라디오에 출현해 여성·장애인 관련 의제를 ‘소수자 정치’라고 규정한 뒤 “‘볼모’는 관용적인 표현인데 이게 무슨 문제냐”며 “결국 내가 한 말의 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장애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냐’(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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