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협상단 2명도 비슷한 증상
러시아, 한반도식 우크라이나 분할 계획 제기돼

[런던=AP/뉴시스]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FC 구단주
[런던=AP/뉴시스]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FC 구단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영국 프로축구 첼시 FC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중독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협상단 2명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회담 직후 아브라모비치와 최소 2명의 우크라이나 협상단에게서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지속,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중독 증상을 겪은 우크라이나 협상단 중 한 명은 크림반도의 타타르인 의원인 루스템 우메로프로 알려졌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했다고 그와 가까운 한 관계자가 WSJ에 전했다.

이들 3명은 중독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오직 물과 초콜릿을 섭취했다고 유럽의 탐사전문 매체 벨링캣이 밝혔다.

회의를 마치고 키이우의 한 아파트로 이동한 뒤 중독 증세를 보였으나, 다음날 르비우를 거쳐 폴란드, 이스탄불까지 이동하면서 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소식통들은 평화회담을 방해하려는 모스크바의 강경파들이 비밀리에 이들을 공격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다만 이들의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상태가 좋아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방 전문가들은 생화학 무기 또는 일종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해 초래된 증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러시아, '한반도식 우크라이나 분할 계획' 제기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을 넘어서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전쟁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에 막힌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 제압을 포기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을 확보하는 쪽으로 목표를 수정했다는 관측을 내놓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한반도식의 ‘영구 분단’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부장은 27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체를 삼킬 수 없게 된 러시아가 그동안 점령한 모든 지역을 한데 모아 한반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준국가와 같은 실체’를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전복하려다 실패한 뒤, 주 작전 방향을 동부와 남부로 전환했다”는 점을 꼽았다.

부다우노는 “푸틴 대통령이 아마도 우크라이나에 한국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점령 지역과 점령되지 않은 지역을 분리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남한과 북한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공수부대와 기갑전력을 키이우에 집중했으나 23일께부터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부근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애초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하고 있던 동부 지역을 넘어 흑해와 면한 남부 지역을 공략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21일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 세력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남부 점령 지역에서 단순 점령이 아닌 영구 통치를 염두에 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러 세력이 만든 자칭 국가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수반은 27일 “조만간 유권자들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해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 합병 때도 주민투표를 명분 삼아 흡수 작업을 단숨에 마무리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영웅적인 항전에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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