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내 긴급환자 구조
엘리베이터로만 이동 가능한데
강남구청역, 뛰어도 지상까지 약 5분

비장애인 기자가 인파가 없는 28일 오후 2시 강남구청역에서 환자 이송경로를 따라 달려보았다. ⓒ서울교통공사 이미지 편집, 여성신문
비장애인 기자가 인파가 없는 28일 오후 2시 강남구청역에서 환자 이송경로를 따라 달려보았다. ⓒ서울교통공사 이미지 편집, 여성신문

4분 39초. 7호선 강남구청역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이다. 긴급구조대가 들것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로를 따라가봤다. 심정지‧호흡곤란 환자의 ‘골든타임’ 4~6분 안에 병원에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길고 불편한 여정이었다. 기자는 인파가 적은 28일 오후 2시, 노트북이 든 배낭 하나만을 메고 달렸다. 승강장에서 지하 2층 대합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하나 탄 후, 지하 2층에서 또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7호선 승강장 한쪽 끝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반대편 승강장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역을 가로질러야 한다. 게다가 7호선 대합실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4호기 1대뿐이다. 출구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4대 중 3대가 수인분당선 개찰구와 이어진다. 엘리베이터가 더 늦게 도착했거나, 기자가 승강장 맞은편에서 출발했거나, 역 내 이동 경로를 몰랐거나, 사람이 많은 상황이었다면 더 오래 걸렸을 수 있다.

7호선 강남구청역 청담방향 승강장 엘리베이터는 승강장 한 쪽 끝에만 위치해 있다.  ⓒ여성신문
7호선 강남구청역 청담방향 승강장 엘리베이터는 승강장 한 쪽 끝에만 위치해 있다. ⓒ여성신문

비상 시 소방관이 역의 구조를 숙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 도착해 헤맬 가능성도 있다. 강남구청역 관할서인 강남구청 소방서 관계자는 “강남에 있는 수만 개 건물의 정보를 다 알 수 없다. 출동 시 중앙관제센터에서 정보를 건네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소방관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알리며 “이러한 일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분들이 있다. 휠체어를 타고 있어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 분들”이라며 “서울시 도시철도 엘리베이터 설치율 94%라는 숫자 속에는 이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알아달라”고 밝혔다.

강남구청역에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총 4대 설치되어 있다. ⓒ네이버 지도 이미지 편집, 여성신문
강남구청역에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총 4대 설치되어 있다. ⓒ네이버 지도 이미지 편집, 여성신문
16개 출구가 있는 종각역에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단 2대 뿐이다. ⓒ네이버 지도 이미지 편집, 여성신문
16개 출구가 있는 종각역에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단 2대 뿐이다. ⓒ네이버 지도 이미지 편집, 여성신문

그래도 강남구청역은 교통약자의 이동이 편리한 편이다. 출구 네 곳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종로 최대의 환승역 종로3가역은 어떨까. 16개의 출구가 있다. 그러나 출구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12번과 13번 출구 사이, 8번 출구 앞 단 두 대뿐이다. 두 엘리베이터 간 거리는 342m. 만일 한 대가 고장났거나 점검 중이라면 비장애인 성인 걸음으로 평균 7분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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