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내 긴급환자 구조
엘리베이터로만 이동 가능한데
강남구청역, 뛰어도 지상까지 약 5분
4분 39초. 7호선 강남구청역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이다. 긴급구조대가 들것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로를 따라가봤다. 심정지‧호흡곤란 환자의 ‘골든타임’ 4~6분 안에 병원에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길고 불편한 여정이었다. 기자는 인파가 적은 28일 오후 2시, 노트북이 든 배낭 하나만을 메고 달렸다. 승강장에서 지하 2층 대합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하나 탄 후, 지하 2층에서 또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7호선 승강장 한쪽 끝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반대편 승강장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역을 가로질러야 한다. 게다가 7호선 대합실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4호기 1대뿐이다. 출구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4대 중 3대가 수인분당선 개찰구와 이어진다. 엘리베이터가 더 늦게 도착했거나, 기자가 승강장 맞은편에서 출발했거나, 역 내 이동 경로를 몰랐거나, 사람이 많은 상황이었다면 더 오래 걸렸을 수 있다.
비상 시 소방관이 역의 구조를 숙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 도착해 헤맬 가능성도 있다. 강남구청역 관할서인 강남구청 소방서 관계자는 “강남에 있는 수만 개 건물의 정보를 다 알 수 없다. 출동 시 중앙관제센터에서 정보를 건네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소방관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알리며 “이러한 일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분들이 있다. 휠체어를 타고 있어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 분들”이라며 “서울시 도시철도 엘리베이터 설치율 94%라는 숫자 속에는 이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알아달라”고 밝혔다.
그래도 강남구청역은 교통약자의 이동이 편리한 편이다. 출구 네 곳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종로 최대의 환승역 종로3가역은 어떨까. 16개의 출구가 있다. 그러나 출구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12번과 13번 출구 사이, 8번 출구 앞 단 두 대뿐이다. 두 엘리베이터 간 거리는 342m. 만일 한 대가 고장났거나 점검 중이라면 비장애인 성인 걸음으로 평균 7분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