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빵'보다 중요했다

1883년 뉴질랜드서 '첫' 획득…중동권만 남아

여성참정권 운동은 184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여성권리대회에서 시작됐다. 영국에서는 1860년대부터 존 스튜어트 밀 등 지식인들이 여성참정권을 의회에 꾸준히 상정했고 미국 역시 1879년부터 여성참정권 청원이 매해 의회에 제기됐으나 부결됐다.

놀랍게도 여성에게 처음 선거권이 부여된 곳은 1893년 뉴질랜드에서다. 1888년부터 뉴질랜드 여성들은 참정권 획득을 위한 국민 소원 서명운동을 펼쳤다. 청원은 매번 기각됐으나 1893년 다섯 번째 소원에서 당시 성인여성의 1/3에 해당하는 3만 1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결국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획득했다. 1890년 뉴질랜드 최초의 총선거에서 사회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자유당이 승리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어서 1902년 호주에서, 1908년 핀란드에서 여성참정권이 획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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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참정권을 촉구하는 신문.◀

미국에서 결정적 계기는 오늘날 '세계여성의 날'의 시초가 된 1908년 3월 8일 여성노동자들의 참정권 요구 대규모 시위. 결국 1920년 의회는 여성 참정권 청원을 통과시켰고 모든 미국 여성은 참정권을 획득했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참정권을 부여했다. 이에 앞서 영국 여성들은 1903년 WSPU(여성사회정치연합)을 구성해 참정권 획득을 위한 격렬하고 극단적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다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여성들은 전시노동에 참여했고 정부는 그 보상으로 참정권을 부여했다. 영국에서 여성이 남성과 같이 21세부터 동등한 선거권을 갖게 된 것은 1928년에 가서다. 최근 모든 선거에 남녀동수법을 적용, 여성할당제의 새 역사를 연 프랑스는 한참 늦은 1944년에서야 완전한 여성참정권을 획득했다. 스위스는 우리나라(1948년)보다 늦은 1971년에 비로소 여성 참정권을 획득했다.

중동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도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쿠웨이트에서는 1998년 여성에 대한 선거 및 피선거권 부여 법안을 놓고 수개월간 논란을 벌어졌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법적으로는 여성 참정권이 보장돼 있으나 남성지배 사회체제에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완전 봉쇄돼 왔다. 다행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40년 만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여성이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 여성들의 정치참여에 청신호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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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여성참정권협회의 총회 포스터.▲

21세기 여성들은 단순히 투표에 그치지 않고 직접 후보로 나서며 정당의 대표, 국가의 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여성들은 이제 여성할당제, 여성전용구제 등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진정한 정치 참여를 위해 참정권을 넘어 또 다른 차원의 투쟁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선희 기자

■ 말말말 ─ 여성이 한 표를 행사하기까지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

- 프랑스혁명 당시 '여성인권' 선언 후 처형된 여성연극인 올랭프 드 구주

“만약 민주주의의 원칙이 옳은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믿는 바대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백인이 아닌 흑인으로,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 태어난 것이 그 사람의 위치를 결정해서는 안 되듯이 여자로 태어난 것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저서 <여성과 예속>에서

“최고의 남성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정책이 승리할 뿐이다.”

- 1918년 30세 이상 여성참정권 획득 후 1919년 영국의회 최초의

여성의원이 된 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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