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개 여성·시민단체 모여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발족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 삭제해야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 성평등 모델'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30개 여성·시민단체가 모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30개 여성·시민단체가 모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고 “성매매처벌법은 여성을 상품화하고 막대한 불법 이득을 취하는 알선자와 구매자 등 성산업 카르텔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성매매처벌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 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면책조항이다. 문제는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성매매 여성은 ‘행위자’로 처벌되고 있는 현실이다. 단체는 현행법이 성매매 피해가 자발적인지, 단순한 위계 위력에 의한 것인지, 강제적인 것인지 저울질하며 실제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알선자와 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성매매처벌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 성평등 모델'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매매처벌법 개정연대 발족식을 열고 성매매 여성 처벌조항 삭제, 성 구매 수요차단 등을 촉구했다. ⓒ홍수형 기자

원민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 변호사는 “성착취 피해자를 자발과 강제로 나누고 피해자로 입증된 자만을 구체화하겠다는 한계를 지닌 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수많은 성착취 피해 여성들이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싸웠지만 끝내 현행법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현행법은 그에 머무르지 않고 성착취 수요자들에게 성착취 범죄가 폭력이 아닌 것 같은 왜곡된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고 말했다. 

성매매여성 처벌조항은 성매매 여성을 협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장미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활동가는 “성착취 공간에서 여성들은 폭력, 성폭행 등 목숨을 위협받는 심각한 범죄 피해를 겪어도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피해를 호소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업주가 여성들에게 처벌 받는다는 법 조항을 빌미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폭력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소속 짤 활동가는 “어떤 경찰과 검찰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가 되기도,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며 “성매매방지법은 약자의 편에 먼저 서는 법이어야 하며,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 성평등 모델'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매매처벌법 개정연대 발족식을 열고 성매매 여성 처벌조항 삭제, 성 구매 수요차단 등을 촉구했다. ⓒ홍수형 기자

실제로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행위자”와 “피해자”로 구분하는 방식을 폐기하고 성매매 알선업자와 성구매자만을 형사처벌하는 일명 ‘노르딕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노르딕 모델’은 1999년 스웨덴이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수자의 처벌에 집중하는 성구매행위법(Sex purchase act)을 처음 시행했다. 성매매의 수요를 차단하는 쪽이 성산업 단속의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및 성매매에 의한 착취를 금지하기 위해 입법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는 유엔(UN) 여성차별 철폐위원회의 권고와도 부합한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성매매 처벌법’은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매매여성을 ‘행위자’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산업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합당한 처벌을 하길 강력히 요구한다”며 “처벌법이 아닌 보호법으로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발족선언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 성매매여성 처벌조항 삭제,
성구매 수요차단을 위한 공동행동을 시작하며, 
성매매처벌법 개정하여 성매매 범죄 강력 처벌하고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하라!

2004년 3월 22일, 대한민국의 강고한 성매매 카르텔을 뒤흔든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다.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 참사, 2002년 군산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 참사 등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으로 드러난 성매매 현장의 폭력과 착취에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가 응답한 결과였다.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 두 개의 법률로 이루어진 성매매방지법 제정 및 시행 이후 국가는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매매 집결지 단속 및 구매자, 알선자, 업주 등 성매매 관련자들을 처벌하면서 성매매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 인권 유린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성매매 피해자 등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지원 체계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성매매 처벌법’은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매매여성을 ‘행위자’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피해가 자발적인지, 단순한 위계 위력에 의한 것인지, 강제적인 것인지 저울질하며 실제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 성구매자 남성이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동안 법은 피해자인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집행되고 있다. 성착취로 인해 여성들이 죽어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성매매는 그저 개인의 선택이자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며 국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불완전한 법으로 인해 정부의 성매매 정책은 실종되고, 성매매여성들은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며, 그 사이에 성구매자는 활개를 치고 성매매 알선업자들은 더욱더 번성하고 있다.

1949년 UN 총회에서 채택한 ‘인신매매 금지 및 타인의 성매매 행위에 의한 착취금지에 관한 협약 및 최종의정서’는 “성매매 행위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에 따르는 해악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개인과 가정 및 공공사회의 복지를 위태롭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1979년 채택된 UN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는 “당사국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및 성매매에 의한 착취를 금지하기 위하여 입법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명시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1962년, 1984년에 이 의정서와 협약에 가입 및 비준하였다. 또한 정부는 2019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하여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으로 규정하여 성매매가 여성폭력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처럼 성매매는 국제법상, 그리고 국내법상 명백한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자 여성폭력이다. 그럼에도 불완전한 성매매처벌법 때문에 성매매피해자는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으며 성매매 범죄는 더욱더 교묘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이 짊어지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2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날 우리는 이 자리에 다시 모여,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취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이 법의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거대한 성착취 산업 카르텔 속에서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성매매가 위계와 위력으로 일어나고 있는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임을 알고 있다. 성매매처벌법은 피해 여성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 성산업을 통해, 여성을 상품화하고 막대한 불법 이득을 취하는 알선자와 구매자 등 성산업 카르텔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성산업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성매매는 여성을 성상품화 하여 수요자들에게 여성착취가 유지⦁가능케 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하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산업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이에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성산업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합당한 처벌,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성매매착취구조에서 성매매여성은 피해자다! 처벌법 아닌 보호법으로 여성인권 보장하라!

하나. 성매매여성 처벌조항 삭제하고, 성착취 카르텔 유지해온 국가는 성매매처벌법 개정으로 응답하라!

2022년 3월 22일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경원사회복지회, 나누리회 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 동두천 성폭력상담소, 두레방, 두레방외국인여성지원시설, 성매매피해상담소WITHUS, 성매매피해자일반지원시설 희망터,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 품, 햇살사회복지회, 헤아림),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나린아띠, 든솔, 보따리, 예그리나, 키싱구라미, 하쿠나마타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대구여성인권센터,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새움터, 수원여성인권돋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여성인권 티움, 인권희망 강강술래, 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경남범숙의집, 구세군샐리홈, 구세군정다운집, 나루, 나자렛가정공동체, 누리봄, 다시봄, 로뎀의집, 마들렌의집, 마인하우스, 부산여성의집, 살림쉼터, 새날을여는청소녀쉼터, 소망의집, 수지의집, 신나는 디딤터, 씨밀레, 씨튼해바라기의집, 여신, 여울여성희망센터, 우리들쉼자리, 우리청소녀쉼자리, 유프라시아의 집, 평화의샘, 한국여성의집, 해뜨는집, 해바라기 쉼자리, 헤아림, 휴먼케어센터, 희망터), 현장상담센터 협의회(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부설 춘천길잡이의집, 경북여성현장상담센터 새날, 김해성인권지원센터 어울림, 마산YWCA 부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 에이레네 상담소, 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여수여성인권지원센터 새날지기, 울산성매매피해상담소), 다시함께상담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십대여성인권센터, 충남여성인권상담센터, 젠더교육플랫폼 효재,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경남여성회, 탁틴내일, 부산여성회 사하가정성폭력상담소, 성폭력예방치료센터,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언니들의병원놀이,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 전주여성의전화, 여성의당, 여성의당 성착취금지법 입법본부,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전북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2개 상담소), 서울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장애인연합 (230개 성매매피해자지원단체 및 여성․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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