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tterstock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여성은 소프트웨어 활용 정도가 낮은 일자리에 많이 일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나타나는 테크놀로지 중심의 기업일수록 성별 다양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hutterstock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장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한 물류산업의 발전,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산업의 발전 등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며 동시에 기존일자리 소멸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한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은 성 불평등한 여성노동시장에서 왜곡되어 나타난다. 예컨대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할 새로운 일자리가 컴퓨터 및 수학, 건축 및 공학 관련 분야일 것이고 불행히도 현재 해당 분야의 여성 비중이 매우 작으므로 여성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희망적인 부분은 여성 집중 직종인 문화·예술 분야는 AI 등의 기술대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들의 일자리는 견고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예측에서 공통되는 부분은 노동시장에서의 직종별 성별분리현상이 여전히 존재하고 미래 디지털 전환 일자리에서도 유사한 경향성으로 확인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여성은 소프트웨어 활용 정도가 낮은 일자리에 많이 일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나타나는 테크놀로지 중심의 기업일수록 성별 다양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미래 고숙련, 고임금의 수요가 높은 일자리에 여성이 활발히 진입하여 경력개발을 이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여성노동시장의 성별불균형과 불평등이 디지털 전환 이후에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래 여성일자리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발전적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을 위한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경력 진입기에 있는 여성부터 경력마무리에 있는 여성들 모두가 디지털 전환기에 본인들의 능력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리스킬링(reskilling·전환교육)과 업스킬링(upskilling·기술 고도화를 위한 재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리스킬링을 위한 구체적 지원 시스템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새로운 교육훈련이 지원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업무변화를 해야 하는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학교, 기업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교육과 훈련이 지원되어야 한다. 이미 업무 현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일하는 방식이 많이 변화되고 있는데, 학교와 직업훈련기관의 프로그램은 단순 기술만 접목되었지 ‘일’에 대한 가치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시간중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가 급격히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학습환경에 디지털이 접목됐으나 수업하는 방식, 튜터링 기술은 대면수업과 큰 변화가 없다. 이는 직업훈련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교육과 훈련은 여성 과밀 직종에서는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 여성 과밀직종인 단순사무는 얼마든지 외주화 또는 완전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업무수준 향상을 통해 본인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업스킬링은 미래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전환 업무를 수행할 전문 인력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숙련 인재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노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경제적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거나 디지털 전환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신규 인력을 필요로 한다. 향후에는 이런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에 여성들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여성직업이라 분류되는 간호사의 경우, 병원 정보화와 간호정보시스템의 발전으로 직무내용에 큰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간호대학 뿐만 아니라 일선 병원의 간호현장에서 더 많은 재교육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고령사회에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은 간호인력들이 새로운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디지털 전환으로 나타날 미래 일자리에 대해 성별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성인지적인 예측정보시스템을 마련하여 직업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진로를 안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디지털 직무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역량은 임금노동자 뿐만 아니라 미래 새로운 노동형태인 플랫폼 노동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기제이다. 특히 클라우드 노동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 현재 기업조직문화에서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여성노동의 미래는 아직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성에게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성별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여러 지표에서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미래 여성노동시장은 이런 글로벌 지수가 점점 개선되는 형태로 발전돼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좋은 정부란 국민 누구에게나 희망을 갖게 하고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실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정부가 돼주길 기대한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