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18일 개막
유명인들이 썼던 루이비통 트렁크·공예품
200여 점 한자리에...아시아 최초 공개
침대, 옷장, 책상을 트렁크에 넣어 옮길 수 있다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한 세기 전 현실로 이룬 상상이다. 그뿐인가. 정글 탐험가를 위해 구리·아연·청동으로 만든 벌레 차단 트렁크, 책 80권과 타자기를 수납할 수 있는 저술가용 트렁크.... 놀라운 상상력과 탄탄한 기술력이 만나 탄생한 루이비통 트렁크들이 지금도 수백 개 남아 있다.
19세기부터 사용된 진귀한 트렁크를 보며 여행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이다. 스웨덴 컬렉터 매그너스 말름이 수집한 루이비통 트렁크와 공예품 약 200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개인 단일 수집품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다.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작은 1854년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여행가방 꾸리기 전문 매장’이었다. 디자이너 루이 비통은 목공, 짐 꾸리기 전문가(패커)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파리 최초의 철도선 ‘파리 생 제르맹’이 작업장 근처에 들어서자, 비통은 1858년 평평한 바닥을 가준 사각형 트렁크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를 선보였다. 물건을 겹쳐 쌓을 수 있고 가볍다는 게 장점이었다. 프랑스 황후, 귀족, 헤밍웨이 등 저명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루이비통 트렁크 열풍이 일었다.
그 ‘VIP 고객들’의 소장품을 한데 모은 전시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 미 배우 주디 갈란드, 팝스타 저스틴 비버,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 등 유명인사들의 소장품을 모았다. 보석, 시가, 캐비어 등 사치품만 담는 전용 트렁크도 흥미롭다. 엇비슷해 보이는 사각형 트렁크마다 정교한 내부 디자인과 수납 공간을 갖춰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사진 찍기도 좋은 전시다. 각 트렁크 디자인, 소유자, 제작 시기의 특성에 맞춰 다채롭게 전시 공간을 꾸몄다. 롤스로이스 자동차, 타이태닉 호, 여행객들이 탄 열차, 루스벨트 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야전병원 등 실감 나는 연출이 돋보인다. 루이비통의 관광 홍보 포스터들로 한 벽면 전체를 꾸며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전시를 기획한 LMPE 컴퍼니의 김단 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속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시기다. 단순히 명품 브랜드로서의 가치보다 역사적으로 함께 했던 루이비통 트렁크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예술적 가치까지 선사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컬렉터 말름은 “작품에 담긴 놀라운 장인정신, 품질, 디자인, 느낌에 압도당했다. 트렁크의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루이비통이 2017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전시를 즐겁게 관람한 독자라면 이번 전시도 찾아볼 만하다. 루이비통의 장인정신과 브랜드의 역사를 깊이 있게 설명하기보다는 다채로운 인물, 시대, 풍경과 연계해 극적으로 연출하는 데 초점을 둔 전시다. 5년 전 전시보다 디테일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지난 150년 간 루이비통 트렁크의 끝없는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8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타임워크 명동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