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18일 개막
유명인들이 썼던 루이비통 트렁크·공예품
200여 점 한자리에...아시아 최초 공개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침대, 옷장, 책상을 트렁크에 넣어 옮길 수 있다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한 세기 전 현실로 이룬 상상이다. 그뿐인가. 정글 탐험가를 위해 구리·아연·청동으로 만든 벌레 차단 트렁크, 책 80권과 타자기를 수납할 수 있는 저술가용 트렁크.... 놀라운 상상력과 탄탄한 기술력이 만나 탄생한 루이비통 트렁크들이 지금도 수백 개 남아 있다.

19세기부터 사용된 진귀한 트렁크를 보며 여행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이다. 스웨덴 컬렉터 매그너스 말름이 수집한 루이비통 트렁크와 공예품 약 200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개인 단일 수집품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다.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에서 볼 수 있는 옷장 트렁크. ⓒ이세아 기자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에서 볼 수 있는 옷장 트렁크. ⓒ이세아 기자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에서 볼 수 있는 미 배우 주디 갈란드의 신발 트렁크. ⓒ이세아 기자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에서 볼 수 있는 미 배우 주디 갈란드의 신발 트렁크. ⓒ이세아 기자
패션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가 소유하던 루이비통의 카지노 트렁크. 주사위, 룰렛 등 게임과 도박의 필수품을 하나의 트렁크에 집약했다.  ⓒ이세아 기자
패션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가 소유하던 루이비통의 카지노 트렁크. 주사위, 룰렛 등 게임과 도박의 필수품을 하나의 트렁크에 집약했다. ⓒ이세아 기자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루이비통 슈프림 한정판 스케이트보드 트렁크.  ⓒ이세아 기자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루이비통 슈프림 한정판 스케이트보드 트렁크. ⓒ이세아 기자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작은 1854년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여행가방 꾸리기 전문 매장’이었다. 디자이너 루이 비통은 목공, 짐 꾸리기 전문가(패커)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파리 최초의 철도선 ‘파리 생 제르맹’이 작업장 근처에 들어서자, 비통은 1858년 평평한 바닥을 가준 사각형 트렁크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를 선보였다. 물건을 겹쳐 쌓을 수 있고 가볍다는 게 장점이었다. 프랑스 황후, 귀족, 헤밍웨이 등 저명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루이비통 트렁크 열풍이 일었다.

그 ‘VIP 고객들’의 소장품을 한데 모은 전시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 미 배우 주디 갈란드, 팝스타 저스틴 비버,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 등 유명인사들의 소장품을 모았다. 보석, 시가, 캐비어 등 사치품만 담는 전용 트렁크도 흥미롭다. 엇비슷해 보이는 사각형 트렁크마다 정교한 내부 디자인과 수납 공간을 갖춰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사진 찍기도 좋은 전시다. 각 트렁크 디자인, 소유자, 제작 시기의 특성에 맞춰 다채롭게 전시 공간을 꾸몄다. 롤스로이스 자동차, 타이태닉 호, 여행객들이 탄 열차, 루스벨트 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야전병원 등 실감 나는 연출이 돋보인다. 루이비통의 관광 홍보 포스터들로 한 벽면 전체를 꾸며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18일 개막한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전’ 전시장 전경. ⓒLMPE컴퍼니 제공

전시를 기획한 LMPE 컴퍼니의 김단 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속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시기다. 단순히 명품 브랜드로서의 가치보다 역사적으로 함께 했던 루이비통 트렁크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예술적 가치까지 선사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컬렉터 말름은 “작품에 담긴 놀라운 장인정신, 품질, 디자인, 느낌에 압도당했다. 트렁크의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루이비통이 2017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전시를 즐겁게 관람한 독자라면 이번 전시도 찾아볼 만하다. 루이비통의 장인정신과 브랜드의 역사를 깊이 있게 설명하기보다는 다채로운 인물, 시대, 풍경과 연계해 극적으로 연출하는 데 초점을 둔 전시다. 5년 전 전시보다 디테일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지난 150년 간 루이비통 트렁크의 끝없는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8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타임워크 명동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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