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30 여성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기자의 눈] 2030 여성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3.16 20:22
  • 수정 2022-03-1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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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부동층 꼽히던 20대 여성
선거 막판 이재명에 표심 결집
“지방선거 때 보여주자” 의견도
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는 이제부터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우리의 정치는 이제부터”라는 목소리가 뜨겁다. 지지 후보의 패배로 낙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20대 대선에서 보여준 정치력을 6·1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실현해보자고 다른 여성들을 독려한다. 선거 막판 ‘혐오와 차별의 정치에 반대한다’며 모인 2030 여성들 표심은 여성들 스스로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줬다.

20대 대선은 정치 세력으로서 2030 여성의 결집을 제대로 보여준 선거다. 최후의 부동층으로 꼽히던 20대 여성들이 선거 막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결집하며 24만표(0.73%포인트)라는 역대 가장 근소한 표 차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18·19세 포함) 남성은 58.7%가 윤석열 당선자를, 여성은 58%가 이 후보를, 30대 남성은 52.8%가 윤 당선자를, 여성은 49.7%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크게는 10%포인트 격차로 이긴다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약세를 보이는 2030의 지지를 이끌어내 60대 이상의 보수 지지층과 결집하는 ‘세대 포위론’을 앞세웠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이 대표의 세대 포위론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전체에서 윤 당선자는 45.5%를 득표해 이 후보 47.8%에 뒤졌기 때문이다.

20대 여성들은 국민의힘이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젠더 갈라치기’를 선거 전략으로 삼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나섰다고 했다. 윤 당선자의 압도적 승리를 저지함으로써 반페미니즘 선거 전략을 심판했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20대 여성들의 표심은 ‘우리는 존재하고 어디에도 있으며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연대하고 뭉친다’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20대 여성이 집단적인 정치 세력화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27살 조모씨는 “원래 정의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최악을 피하기 위해 이 후보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나는 그는 “그렇다고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이 아닌 박지현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박지현씨는 텔레그램 내 디지털성착취 대화방인 ‘N번방’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전 활동가다.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익명으로 활동하던 그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마스크를 벗은 장면은 20대 여성 표심을 결집시킨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조씨는 “대선이 민주주의 꽃으로 불리지만, 몸통이나 열매는 선거 이후라고 생각한다”며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28살 이모씨는 “처음에는 차악이라고 생각하고 이 후보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이 후보의 지지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선택한 후보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이 후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나 무고죄 처벌 강화를 약속하며 반페미니즘을 내세우는 시대에 2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정치인은 이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26살 이모씨는 “페미니즘이 구체적인 현실을 바꾸는 지향이기 때문에 정치에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20대 여성이 목소리를 낸 것처럼 떠들지만 여성들은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늘 정치의 중심에 있었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 왔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도 이제 2030세대 여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민주당도 안주해선 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2030 여성 표심이 정치권에 ‘어퍼컷’을 날렸지만 아직 정치권은 정신을 못 차린 듯 하다. 윤 당선자가 여러 번 추진 의지를 보인 여가부 폐지 공약은 정책 대안과 새로운 성평등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등 돌린 20대 여성을 돌려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성별이 극명히 나뉜 표심을 확인하고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기존에 있었던 ‘여성’ 분과조차 만들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당선 일성으로 국민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강조했다.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등 돌린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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