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언니들]
송영주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
메리어트 25년 장기 근속
한국 ‘우먼 인 리더십’ 홍보대사

지금 잘나가는 당신도
언젠가 후배들에 자리 내줄 운명
부하 잘 챙기는 리더가 현명해
불안·질투심에 무작정 퇴사?
당신만 손해...때론 버텨야 기회 와
대인관계 잘 유지하려면
먼저 안부 묻고 애정 표현하라

송영주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제공
송영주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제공

송영주(51)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는 옛 상사의 조언을 자주 되새긴다. “주 5일 중 사흘은 동료와 부하를, 이틀은 상사나 명망 있는 고객을 챙기는 데 써라. 왜 부하까지 잘 챙겨야 하냐고? 지금은 네가 잘나가도, 언젠가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들이 너를 끌어줄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때가 온다.”

정말 그랬다. “저보다 늦게 입직해 더 빨리 승진하는 후배들을 보며 실감했어요. 나는 중요한 교훈을 일찍 배웠구나. 누군가는 마음이 불편하겠죠. 저렇게 젊은데, 내 부하였는데... 그런 생각만 하다간 ‘꼰대’가 돼 잊혀질 수도 있습니다. 정말 빠르게 변하는 시대잖아요.”

송 이사는 JW 메리어트 제주 호텔 운영부서 총괄이다. 제주 서귀포에 올여름 문을 여는 대형 럭셔리 리조트다. 정식 명칭은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 JW 메리어트 브랜드의 첫 제주 진출작이다.

그는 호텔업계에 드문 여성 임원이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전체에서도 드문 25년 장기 근속자다. 리츠칼튼 서울을 시작으로 JW 메리어트 서울, 메리어트 이규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즈스퀘어 등을 거쳤다. 2014년 아태지역 고객만족도 1위를 달성해 상을 받았다. 2016년 아태평양 본사에서 연 차기 총지배인 양성과정(GM Elevate 코스)을 이수했다. 2018년부터 메리어트 한국 여성 리더십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변화하는 조직에 필요한 리더십을 고민하는 선배다. “젊은 호텔”의 리더라서 더 그렇다. JW 메리어트 제주엔 1990년대생 리더가 많다. 대리·과장급엔 30대 비중이 크고, 김덕승 총지배인도 40대다. 직원 투표로 직급·직책을 떼고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저희 세대는 고민이 많았는데 젊은 직원들은 새 호칭에 바로 적응하더군요. 놀랐고 조금 부끄러웠어요. 지금 세대에 맞는 비즈니스를 하려면 저희부터 고정관념을 버려야겠죠.”

제주 서귀포에 자리한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 전경. 2022년 2분기 문을 열 예정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제주 서귀포에 자리한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 전경. 2022년 2분기 문을 열 예정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송 이사는 스파&피트니스 영업·운영 전문가다. 호텔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VIP 고객을 유치·관리하는 일을 오래 해왔다. 성과주의, 경쟁 문화에 익숙하다. 기자에게도 “비즈니스로 만났다면 친밀한 인간관계보다 능력,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 이 업계에서 ‘월급이 적어서 딴 데 간다’는 건 핑계다, 일을 못한다는 뜻”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성실하고 진취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자신의 노트북에도 ‘하기 싫은 일은 끊임없이 핑계를 찾을 것이고, 하고자 하는 일은 끊임없이 방법을 찾을 것이다’ 라는 문구를 써서 붙여뒀다.

그런 성실함이 보답받은 적 있다. 2014년,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오픈을 앞두고 태스크포스(TF)팀으로 가서 업무를 도왔다. 바쁜 일과를 마치고 자정이 가까운 시각, 숙소에 돌아가다가 수영장을 청소하는 직원들을 봤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밀대를 들고 새벽 3시까지 함께 청소했다. 그 모습을 누군가가 사진으로 찍어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게 됐고, 추천을 받아 스파 담당에서 전체 운영 부서 관리 직책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송영주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제공
송영주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제공

호텔리어 10년 차, 30대 초반에 “커리어 정체기”가 왔다. ‘브랜드 런칭과 VIP 공략을 도와달라’는 모 가구회사 임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팀장으로 이직했다.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이 딴판이었다. 조직 내 텃세도 심했다. 고심 끝에 8개월 만에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제 실수를 인정하며 기회가 있다면 복귀하고 싶습니다.” 영어로 메일을 써서 마크 새터필드 당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총지배인에게 보냈다. 연락이 없어도 계속 보냈다. 세 번 만에 짧은 답장이 왔다. “행운을 빕니다(Good luck to you)”. 포기하고 지내던 어느 날, 인사부에서 연락이 왔다. 새터필드 총지배인이 승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 사람을 한번 찾아봐라’ 했다는 것이다. “창피하고 우스운 이야기다. 그렇지만 퇴사는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후배가 있으면 대부분 만류한다. 시기심이나 불필요한 불안감 때문이라면 더 말린다. “나보다 못하거나 동급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승진하면 기분 나쁘죠. 그렇다고 관둔다? 비슷한 자리가 났을 때 당신은 잊혀질 겁니다. 아주 특별한 인재가 아니라면 조직은 떠난 사람을 굳이 찾지 않아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 언젠가 기회가 오기도 하고요.”

계획 없는 퇴사는 금물이라고 했다. “아무리 일을 잘했어도 지금은 그냥 놀고 있다면 채용하기 어렵습니다. 내 평판은 과거 이력이 아니라 지금 내 곁의 동료들이 만들어줍니다. 더 좋은 자리에 가고 싶다면 지금의 일터에서 최고의 평판을 끌어내려 노력하는 게 좋아요.”

조직에서 부당한 평가를 받아 속상하다면? “억울하다고 하기보다 퍼포먼스로 보여주세요. 퍼포먼스가 좋은 사람은 웬만해선 안 잘립니다.”

직장을 떠나도 괜찮은 경우는 언제일까. “이 친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더 큰 그릇이구나, 앞길을 막지 말아야겠다 싶으면 가라고 합니다. 후회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경쟁력을 인정받아서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합니다. 한 브랜드에 몇십 년씩 충성하는 게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2~3년마다 전략적으로 이직하면서 여러 브랜드를 경험한 이들이 각광받는 듯해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친구들을 일부러 채용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먼저 다가서고 많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생일을 맞은 사람, 뜻하지 않게 서먹해진 사람,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선물을 보내요.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의 기프티콘이나 상품권을 보내고 안부를 묻는 식이죠. 효과 좋아요. 젊은 후배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꾸준히 ‘하트’를 누르고 댓글도 답니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를 밀어내지만요. 하하.” ‘애정’과 ‘오지랖’은 종이 한 장 차이인 줄 알지만, “내가 그들만 했을 때 선배들이 미리 알려줬다면 좋았을 일들은 최대한 나누려 한다”고 했다.

인맥관리 비결도 물었다. “1년에 한두 번 문자만 보내도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영업은 동네 군고구마상 같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늘 거기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요.”

정말 힘들었던 순간도 털어놨다. 2016년경 갑자기 탈모가 찾아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가 ‘애들이 나보고 고아래’ 하는 거예요. 맞벌이 부부라 쭉 친정에 맡겼거든요. 아이가 힘들어하고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까지 겪는 줄 몰랐어요. 10년 만에 아이를 집에 데려왔어요. 일도 힘든데 육아 스트레스가 겹쳐 그랬는지 3개월 만에 머리가 다 빠졌죠. 휴직할까 했지만 그러면 영영 일을 그만둬 버릴 것 같았어요. 대신 가발을 샀어요. 거울 속 내가 어색해서 벗었다가 썼다가, 드라이를 해봤다가... 그때 아이가 그랬어요. ‘아무도 엄마만큼 엄마한테 신경 안 쓰니까 그냥 쓰고 다녀!’ 그 말에 용기가 났어요. 다시 머리가 자랄 때까지 가발 쓰고 일했어요. 당연히 티가 나죠. ‘난 저렇게 회사 못 다녀’, ‘정말 독해’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자신감이 바닥을 치다가도 아이의 말을 생각하면 힘이 났어요. 그래, 이 순간도 지나갈 거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1999년부터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우먼 인 리더십(Women in Leadership)’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각국에 ‘여성 챔피언’을 선정해 정기 교육과 모임, 봉사활동 등도 연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1999년부터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우먼 인 리더십(Women in Leadership)’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각국에 ‘여성 챔피언’을 선정해 정기 교육과 모임, 봉사활동 등도 연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메리어트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1999년부터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우먼 인 리더십(Women in Leadership)’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태 지역 11개국 홍보대사 26명을 선정해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기획·실행한다. 또 각국에 ‘여성 챔피언’을 선정해 정기 교육과 모임, 봉사활동 등을 연다. 여성 선후배들의 만남, 현장 경험을 나누고 토의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송 이사는 한국의 ‘우먼 인 리더십’ 프로그램 홍보대사이자 ‘여성 챔피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호텔리어가 늘면서 호텔업계도 많이 달라졌어요. 매니저 이상 직급에 오른 여성이 늘었죠. 본사에서도 총지배인급에 일정 성비를 제시하고, 미달하는 호텔에 낮은 점수를 줍니다. 그래도 한국 투자자들은 아직 총지배인으로 ‘40~50대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요. 하지만 여성들 스스도 차별받는다, 어차피 안 된다며 피하기보다 스스로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회를 잡으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송영주 운영이사는

2021.4 ~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 운영부서 총괄 책임자(운영이사)
2018.11 ~ 2021.3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운영부서 총괄 책임자(운영이사)
2005.5 ~2018.10 메리어트 이큐제큐티브 아파트먼츠 서울 부총지배인
2000.6 ~ 2004.9 JW 메리어트 서울 오프님팀 피트니스&스파 멤버십세일즈 매니저
1994.11 ~ 1998.11 리츠칼튼 서울 오프닝팀 피트니스&스파 멤버십세일즈 이규제큐티브(주임)

2015 ~ 대한민국 여성리더십 홍보대사 위촉
2018 ~ 2020 대한민국 메리어트 브랜드 호텔 운영부서 챔피온 위촉
2016.1 ~ 2017.1 메리어트 아시아퍼시픽 본사 차기 총지배인 양성과정인 GM Elevate Course 이수
마켓 챔피온 업무 경험(MARKET CHAMPION TASK)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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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일하는 언니들

나이 들어서도, 아이 낳고도 ‘일하는 여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삶의 경로가 됐습니다.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일과 삶 이야기,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봅니다. 여성들이 서로의 ‘멘토’가 돼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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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JW 메리어트 제주 운영이사 - 후배에게 밀릴까 걱정, 무작정 퇴사...당신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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