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집권하면
여성 노동 정책 어떻게 달라질까

윤석열 정부의 여성 노동 정책, ‘엄마는 있고 여성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자는 모성·부성 보호 제도 강화를 약속하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우려를 사고 있다.  ⓒ이은정 디자이너
윤석열 정부의 여성 노동 정책, ‘엄마는 있고 여성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자는 모성·부성 보호 제도 강화를 약속하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우려를 사고 있다. ⓒ이은정 디자이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새 정부의 여성 노동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모성·부성 보호 제도가 강화된다. 육아휴직 기간,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난임치료휴가가 확대된다.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도 기대된다. 윤 당선자는 “양성평등 실현의 핵심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적극 돕는 것"이라며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충분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채용부터 퇴직까지 전 과정에서 성별 격차 실태를 드러내는 ‘성별근로공시제’ 공약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는 꼬리표를 달아 김이 빠졌다. 

오히려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우려를 샀다. 윤 당선자는 “성평등 공약”이라고 주장하나, 명백히 성차별을 더 부추길 수 있는 정책들이다.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성의 폭넓은 인정 등 주요 노동문제에 대한 공약도 실종됐거나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 발표한 주요 성평등 노동 공약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 발표한 주요 성평등 노동 공약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육아휴직 확대 등 일·가정 양립 지원 강화
난임휴가 확대·월 100만원 부모급여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의지도

윤 당선자는 모성·부성 보호 제도 강화를 약속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연장한다. 육아휴직 기간도 남녀 각각 1년에서 1.5년씩, 부부 합산 총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자영업자 등의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신·출산 전 성인여성 건강검진 지원 확대, 모든 난임 부부에 치료비 지원, 난임휴가 기간 7일로 확대, 임신·출산 관련 모든 질병의 치료비 지원 확대, 자녀 출생 후 1년간 월 100만원 부모급여 제공도 약속했다. 윤 당선인 측은 임신·출산·양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 “출생률 회복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사회복지종사자 임금적용 기준 단일화, 돌봄서비스 제공인력의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 발표한 주요 성평등 노동 공약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 발표한 주요 성평등 노동 공약들 ⓒ국민의힘

실효성 의심스러운 공약도
채용부터 퇴직까지 성별격차 데이터 공시하는
‘성별근로공시제’...기업 자발적 참여 그쳐
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 사각지대 해소방안 부실
주52시간제 등 노동시간 탄력적 운영
각종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 기조’ 예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공약들도 있다. 먼저 ‘성별근로공시제’다.

윤 당선자의 ‘성별근로공시제’ 공약 설명.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윤 당선자의 ‘성별근로공시제’ 공약 설명.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채용과 근로, 퇴직 등 모든 단계에서 성비와 성별임금격차를 공시한다는 구상이다. 채용 단계에선 지원부터 최종 합격까지, 근로 단계에서는 부서별 근로자·승진자·육아휴직 사용자 성비와 성별임금격차를 공개한다. 해고자·조기 퇴직자·정년 은퇴자의 각 성비도 밝힌다. 500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성계는 오랫동안 성별에 따른 임금, 직무, 승진, 고용 형태 등 ‘성별 격차’ 데이터 공개를 요구해왔다. 우리 법은 고용 성차별을 금지하나, 여성을 배제하는 관행과 문화는 아직 남아있다. 여성이 결혼·임신·출산을 이유로 주요 업무나 승진에서 밀려나거나, 청소, 커피 타기 등 잡무나 허드렛일이 ‘여성의 일’로 취급되기도 한다. 성별격차 데이터 공개는 이러한 성차별 실태를 파악할 첫 단추다. 서울시가 2019년 지자체 최초로 산하기관의 직급별·직종별·재직년수별 성별 임금을 공시하기 시작했으나, 민간으론 확대되진 않았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영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2011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시행했는데, 참여율이 오르지 않자 법률을 개정해 2018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공시를 의무화했다. 

윤 당선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우리 사회엔 배달 라이더, 미용사, 백화점 매장 판매원, 웨딩플래너, 텔레마케터, 학습지 교사 등 노동자인지 프리랜서인지 법적 경계가 불분명한 노동자가 219만명이 넘는다(한국고용정보원, 2021). 여성이 46.5%다. 플랫폼 노동의 성별임금격차도 뚜렷하다. 남성이 월 169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133만원을 번다. 이런 ‘그림자 노동’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반갑지만, 관련 법률 제·개정 여부, 노동자성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상시 지속 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관계법 전면 적용’, ’초단시간 근로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해서도 윤 당선자는 별다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주52시간제 등 노동시간 탄력적 운영, 각종 노동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 기조’를 예고한 윤 당선인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는 공약도 장시간 노동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공약이라는 의견이 많다.

앞서 윤 당선자는 ‘주 120시간 노동’,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강성노조’ 등 반노동적 발언을 거듭해 비판을 받았다. 민주노총은 윤 당선자가 “노동에 대한 무지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해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 발표한 주요 성평등 노동 공약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선 기간 발표한 주요 성평등 노동 공약들 ⓒ국민의힘

성범죄 무고죄 법정형 강화와
여가부 폐지가 “청년·양성평등 공약”?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 보복 등 악용 우려
부처 폐지 후 정책 수행 구체적 대안 부재

윤 당선자는 성범죄 무고죄 법정형 강화, 여가부 폐지 같이 우리 사회 성평등 수준을 악화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웠다. 심지어 “청년 공약”, “성평등 공약”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여성계는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죄를 악용해 피해자를 옥죄는 현실을 안다면 무고죄 강화를 약속할 수 없다고 거듭 비판해왔다. 실제로 무고죄로 처벌된 성폭력 피해자도 극소수다. 2017~2018년 성폭력 무고로 고소된 사례 중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6.4%에 그쳤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특히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피해 신고에 보복할 목적으로 무고죄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일이 많다(직장갑질119, 2022). 무고죄 강화 공약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가부 폐지는 명백한 퇴행이다. 새 정부가 성평등 실현을 위해 관련 부처의 행정집행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나온 공약이다. 지난 7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10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꼴찌를 기록했다. 성별임금격차,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주요 항목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윤 당선자는 고용노동부 산하에 한국형 ‘양성평등 고용 기구’를 설치해 성차별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 관련 내용은 찾기 어렵다. 차라리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인 여가부의 권한과 예산, 조직을 늘리고, 최소한의 성차별이나 직장 내 괴롭힘 시정 명령 권한이라도 확보하도록 하면 어떠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여가부 폐지’를 고수한다. 부처 폐지 후 구체적 정책 수행 대안은 아직 없다. 근본적 성차별 방지·해소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높지만, 윤 당선자는 미온적이다. 이대로는 다른 여성 노동 공약들이 무색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지난 7일 윤 당선자의 여성 노동 공약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평을 덧붙였다. “여성도 노동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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