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젠더와 정책] ‘윤석열 정부’ 명운 가를 첫 번째 관문, 젠더 정책
[박선영의 젠더와 정책] ‘윤석열 정부’ 명운 가를 첫 번째 관문, 젠더 정책
  • 박선영 한국젠더법학회장·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2.03.15 17:57
  • 수정 2022-03-16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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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그녀들은 늘 그러했다”. 2018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이라는 단일의제로 총인원 30만이 결집한 청년 여성들의 혜화역 시위,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던 10·20·30 여성들에 의한 여성의당 창당, 21대 총선에서 여성의당에 투표한 21만의 여성,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제3당에 투표한 15.1%의 청년 여성.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 등 성별 갈라치기를 선거 전략으로 이용한 대통령 후보를 향해 ‘여기’ 에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여성들.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듯한 젠더 갈라치기와 혐오 정치에 맞서 여성들은 결집했고 상대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역대 가장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팔을 자르는 마음’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어느 20대 여성의 말에는 비장함과 고통이 느껴진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13일 “과거에는 집합적 성별 차별이 심해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여가부를) 만들어서 많은 법제 등으로 역할을 해왔다”라며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적 사안에 대해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기 때문에 지금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성차별은 이제 개인적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이 입는 불공정은 보다 강하게 구제해야 하지만, 성별에 의한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과 정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여가부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인식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임금의 66% 수준이고, 유리천장 지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한 이후 단 한 차례도 “꼴등”을 놓친 적이 없다. 여성들은 일하기 싫어서 출산, 육아 등을 핑계로 일을 그만둔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이고, 직장 성희롱 피해자 역시 대다수가 여성인 것은 운 나쁜 여성들이 많아서다. 여성노인의 많은 수는 빈곤하고, 코로나 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남성보다 여성들이 많은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이고,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여성이 남성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일까? 

성별임금격차, 강고한 유리천장, 여성의 경력단절 등은 노동시장의 불평등한 구조의 결과다. 성폭력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이유는 젠더가 성을 매개로 작동하는 방식과 젠더 권력의 차이가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매개 젠더폭력의 확산성과 영속선은 청년 남성이 아닌 청년 여성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한다.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의 영향은 여성에게 더욱 가혹했다. 우연적 사건들이 아닌 구조의 결과다. 관련 통계는 얼마든지 있다.      

20대 대선은 끝났다. 선거 승리가 지상 목표였던 정치의 계절을 가고 정책의 계절이 왔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표를 얻기 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국정 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공약을 정치하게 정책적 관점에서 다시 보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결과 공약 수정이 필요하다면 수정하는 것이 국정 운영자의 책임있는 태도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공약과 국정 과제가 일치하는 경우는 50%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지 않는가.  

젠더 갈라치기 공약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젠더 정책의 청사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윤석열 정부의 명운을 가르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한복판에 여가부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0.73%p 차이로 승패가 갈린 선거결과를 통해 여가부 폐지에 대한 민심은 확인된 것 같다. 확인된 민의를 무시하는 것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오만과 아집의 정치로 보일 수 있다. 또한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청년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과 대치는 지난 5년을 다시 반복하는 것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기 쉽다. 이번 대선만큼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대선은 없었다. 이젠 그 대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여가부는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후 보육업무, 가족정책을 이관받아 여가부로 확대 개편됐다가 다시 보육, 가족정책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되고, 또 다시 가족정책과 청소년정책이 여가부로 이관되는 등 정부의 성격에 따라 그 기능에 대한 부침을 반복했다. 이런 부침에도 불구하고 여가부는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로서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등 성 주류화를 위한 정책 수단의 제도화 및 정책적 실행, 젠더 이슈 공론화 및 법·제도 정비를 통한 추진기반 마련, 젠더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등의 성과를 보였다. 이런 성과는 여가부가 독립부처로 존재해 성평등 정책을 기획·통합해 집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삶은 녹녹하지 않다. 거기에 더해 최근 들어 청년세대 및 사회전반에 성평등 의식은 향상된 반면, 청년세대 간의 성별 갈등, 세대별 성평등 인식 차이, 여가부의 편향성 등으로 인해 여가부 폐지가 대선 공약이 되었고 국정과제가 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지난 5년간 여가부는 많이 부족했고, 그 결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여가부라는 정부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 수요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되기 위해 그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구조화가 진행돼야 한다. 더 이상 여성특화정책만이 아니라 남녀 모두의 삶의 변화를 주는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조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원회에 여가부 개편 방향을 포함해 젠더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거버너스가 구성되길 바란다.  그 곳에서 전문가들의 숙의를 통해 여가부의 변화 모습과 젠더 정책의 청사진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 ‘젠더 갈등’, ‘이대남’, ‘이대녀’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허구의 세계로부터 ‘우리’가 ‘우리 사회’가 ‘결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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