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환 목사 배우자이자 동지로 민주화 운동에 헌신
미국 선교사들과 ‘반독재 투쟁’ 해외에 알려
1986년 기지촌 여성 지원단체 ‘두레방’ 설립도

민주화 운동과 여성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고 문혜림 여사. 사진=유족 제공
민주화 운동과 여성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고 문혜림 여사. 사진=유족 제공

민주화 운동과 여성 인권 운동에 헌신한 문혜림(본명 해리엇 페이 핀치벡·사진) 여사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자택에서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 고 문동환 목사의 배우자다. 1960년 하드포드 신학대학원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하던 고인은 미국 유학 중이던 문 목사를 만나 이듬해 12월 서울 경동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976년 민주구국선언문 사건 때 부인들과 시위하는 모습. 사진=유족 제공
1976년 민주구국선언문 사건 때 부인들과 시위하는 모습. 사진=유족 제공

문 목사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과 1979년 YH무역노조 사건으로 두 차례 옥살이를 하는 동안 석방 운동에 나섰다. 민주화를 지지하는 선교사들과 ‘월요모임’을 꾸려 한국의 반독재 투쟁을 해외에 알렸다.

특히 1986년 3월 의정부시에 민간단체인 ‘두레방’을 설립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지촌 여성을 돌보는 일에 매진했다. 1991년까지 대표를 맡아 기지촌 여성들의 자활과 자립을 돕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두레방은 현재 기지촌에서 발생하는 성매매 문제와 군사주의로 인한 폐해, 특히 기지촌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두레방 현판 앞에 선 문혜림(왼쪽) 여사와 친구이자 ‘월요모임’ 일원이었던 슈 라이스 선교사. 사진=유족 제공
두레방 현판 앞에 선 문혜림(왼쪽) 여사와 친구이자 ‘월요모임’ 일원이었던 슈 라이스 선교사. 사진=유족 제공

고인의 딸 문영미 사단법인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는 지난해 계간지 이야기꽃(storyblossoms.com)에 올린 ‘나의 어머니 문혜림, 두레방 이야기’에 “(고인은) 두레방 활동을 통해 '양공주'로 낙인 찍혔던 여성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가부장적인 군사문화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사회에 알렸다”며 “두레방 운동은 여러 성매매여성을 돕는 단체의 출범으로 이어졌으며,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썼다.

유족으로 아들 창근 태근 씨, 딸 영미 영혜 씨 등이 있다. 장례는 뉴저지에서 치러진다. 20일 오후 3시 서울 미아리 한빛교회에서 추모예배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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