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시민들 목소리]
집값·취업 등 먹고사는 문제 시급
혐오·차별에 편승한 과거 반성하고
여성·성소수자 등 약자에 관심을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한민국호의 5년을 이끌어갈 2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5월 9일 출범할 새로운 정부 앞에는 코로나19와 양극화 위기, 기후 위기, 신냉전의 국제 정세 등 국가적 과제가 산적하다. 시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코로나 극복부터 경제 회복과 청년 실업 등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비롯해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편 가르기를 넘어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요구가 뜨거웠다. 이번 선거는 유독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경쟁이 치열했다. 혐오와 차별을 선거 전략으로 삼아 젠더 갈라치기를 하며 성평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직장인 이하은(26)씨는 “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트럼프 정권에서 절감했듯 혐오에 기반한 정치는 무엇도 남기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김영빈(25)씨는 “여성의 존재를 지우지 않고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에선 2030 여성들의 존재가 지워지다시피 했다”면서 “이 사실을 반성하고 여성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낼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비동의강간죄와 생활동반자법 법제화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도 “새 대통령은 우선 혐오와 차별에 편승한 과거를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 사회를 향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 마련, 여성가족부 강화와 성평등 추진 체계를 확대 재편도 요구했다. 

조일지 퍼플레이컴퍼니 대표는 “혐오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 지성이 작동하는 품격 있는 나라, 다양성 인정과 존중을 훗날로 미루지 않는, 지금 당장 평등한 나라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노력하면 이 한 몸 누일 보금자리는 마련할 수 있고 몇 년 전을 떠올리며,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청년당원들과 정책공약 행복배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당선인이 2월 15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청년당원들과 정책공약 행복배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적절한 보상과 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자영업자 유영재(54)씨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한동안 가게 문을 닫기도 하고 영업시간과 직원을 단축하며 간신히 버텨왔다. 그럴 때마다 왜 국가가 아닌 자영업자가 오롯이 짐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 대통령은 서민 경제 회복에 힘쓰며 국가 재난 위기 상황에서 국민만 죽어 나가떨어지는 정책이 아닌 국민을 살릴 정책으로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열된 우리 사회를 포용과 통합의 길로 이끌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대학생 유병준(24)씨는 “부동산, 코로나 방역정책, 젠더, 공정과 정의 등 여러 분야에서의 다양한 계층의 견해 차이와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은 이러한 갈등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했다”며 “새 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방조한 정치권을 쇄신하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했다.

직장인 고준영(30)씨 역시 “개인의 사리사욕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본인과 친인척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국민의 대리인이라는 대통령의 역할에 걸맞게 공정하고 투명한 역할 수행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임기 종료 후에도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기후위기 대응, 평화체제 기반 마련 등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작가로 일하는 김수빈(33)씨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언급하며 “언제든 전쟁이 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국력은 외교와 국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새 대통령은 외교의 방향성을 제대로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적폐를 청산하고 자주국방의 기틀을 더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강원도의 잦은 산불, 50일의 장마가 상징하는 기후위기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이다. 따라서 미래를 지킬 기후위기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도록, 생활 속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더 많은 환경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YWCA연합회를 이끄는 원영희 회장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를 남북이 공동 해결하기 위해 협력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대통령은 기후위기와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고, 여성을 비롯한 약자층에게 정의로운 체제 전환해나가길 바란다”면서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 젠더폭력 없는 사회가 되기 위해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하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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