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40여 개도국서 4000억원 규모 젠더 사업
"여성의 권리보장, 지위향상은 발전의 전제조건"

‘코이카 네팔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및 안전한 교육환경 구축을 통한 소녀 및 여성 역량강화사업’의 수혜자 Dhauli 씨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 사진=유네스코 제공
‘코이카 네팔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및 안전한 교육환경 구축을 통한 소녀 및 여성 역량강화사업’의 수혜자 Dhauli 씨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 사진=유네스코 제공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소외된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성차별과 성폭력은 빈곤, 보건문제, 분쟁, 재난 등 발전의 걸림돌 중 하나이자, 다른 갈등들이 여성의 권리나 생존을 위협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제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7개 중 5번을 성평등으로 명시했다.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경제·사회·환경 분야 17가지 목표로 2015년 9월 UN에서 채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은 자국 공적개발원조(ODA)의 38%를 성평등에 할애하고 있다.  

코이카 또한 국제 개도국 여성들이 겪는 여러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질의 교육과 직업 기회 등 여성의 경제 역량 강화 △사회 참여 등 사회적 지위 향상 △폭력 방지 등 기본권 확보 등 부문에서, 40개 국에서 총 53건, 3억5000만달러 규모(약 4000억원)의 성평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이카 네팔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및 안전한 교육환경 구축을 통한 소녀 및 여성 역량강화사업’의 수혜자 Nagina 양이 학교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네스코 제공
‘코이카 네팔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및 안전한 교육환경 구축을 통한 소녀 및 여성 역량강화사업’의 수혜자 Nagina 양이 학교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네스코 제공

대표적으로 이라크에서는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작년부터 2023년까지 299만 달러를 투입해 IS전쟁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치료, 법률지원,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는 사회 내 뿌리 깊은 여성 차별주의와 정부의 낮은 젠더 인식, 샤리아법(이슬람 율법) 등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낮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코이카는 지난해 11월 이라크 키르쿠크 주에 전쟁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치료, 심리상담, 법률지원 및 적응 등을 종합 지원하는 전쟁 폭력 피해 여성 원스톱지원센터를 개소했다. 키르쿠즈 주는 반군단체에 의해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으로 꼽힌다.

코이카는 니나와주에 1개 센터를 더 건립하고, 이라크 국무조정실, 보건부 및 경찰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제도적 미흡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컨설팅도 제공한다. 지역사회 내 뿌리 깊은 여성 차별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광범위한 캠페인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총 9만3000명의 이라크 여성과 남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인식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영아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우키하 읍 난민캠프 내 여성친화센터를 방문해 여성들과 상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코이카
도영아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우키하 읍 난민캠프 내 여성친화센터를 방문해 여성들과 상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코이카

네팔에서 코이카는 2016년부터 유네스코와 손잡고 515만 달러를 투입해 네팔 5개 지역에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교, 지역사회 등 여성을 소외시키는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네팔 성개발지수(GDI)는 0.933으로 189개 국 중 142위다. 네팔의 평균 학교 재학년수는 여성은 4.3년, 남성은 5.8년이며, 현지 남성 10명 중 8명(78.6%)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데 반해 여성은 10명 중 6명(59.7%)만 글을 읽을 수 있다. 입법, 고위 공직자 및 관리직 중 여성 비율은 13.2%, 전문직·기술인력 중에는 30%이며, 1인당 GNI 또한 여성은 2,910달러, 남성은 4,108달러로 차이가 난다.  

코이카는 △성폭력 예방 및 임신, 출산, 양육에 관련한 보건, 사회 교육 등 포괄적 성교육 제공 △여성 교육 참여 권장 및 문해 능력 강화 △학교 밖 여성 청소년 대상 취·창업 교육 △안전하고 건강한 학습 환경을 위한 학교 화장실, 식수 시설 개선 등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1458명이 일자리를 얻고, 1874명이 문해 교육을 받는 등 네팔 소녀와 여성 7만3650명이 수혜를 입었다고 코이카는 설명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네팔 7개 지방정부가 최근 포괄적 성교육의 정착과 성폭력 방지를 위한 공약을 발표한 바, 향후 여성 인권을 향상하기 위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2016년부터 250만 불을 투입해 한국형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지원 모델인 ‘해바라기 센터’ 운영 노하우를 베트남에 전수하기 위해 ‘베트남 폭력피해 여성 및 여아 예방 보호 모델 구축사업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의 결과로 작년 기준 24시간 긴급 전화를 통해 13,544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실제 폭력 피해 구제 건수는 342건에 달한다.

이웃 라오스에서는 2024년까지 700만 달러를 투입해 유엔개발계획(UNDP)·유엔인구기금(UNFAP)·라오스 여성연맹과 함께 여성폭력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코이카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전문성을 갖춘 여성폭력 중앙상담센터를 최초로 설립하고, 한국의 여성폭력 대응 전문가들을 파견해 현지 상담 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전국의 라오스 여성연맹 산하 17개 지방 상담센터에도 교육을 진행한다.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은 “200년 전 노예해방을 주장하면 목숨을 잃었고, 100년전 여성참정권을 주장하면 감옥에 보내졌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류의 역사는 때로 느려 보이지만 진전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시기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았음에도, 여성의, 그리고 전 인류의 평화와 인권이 존중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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