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단체를 가다] 5 :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인터뷰] 홍옥녀 제20대 회장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제도화해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간호조무사가 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은 평균 5년에 불과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공개한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에 의하면 간호사는 평균 7년8개월이지만 간호조무사는 이들보다 2년 8개월 덜 일했다.

간호조무사의 지위향상과 권익신장을 위해 1973년 창립된 사단법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는 197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다. 간호조무사는 1960년대 정부가 간호사 대체인력으로 신설했다. 현재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는 총 83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가운데 22만7,000여명이 의원·종합병원·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근무 중이다. 간무협의 회원은 17만명으로 올해 간무협이 내건 슬로건은 ‘새로운 출발, 간호조무사 노동존중의 해’다.

간무협은 슬로건에 발 맞춰 올해 10대 추진 사업을 발표했다. 우선 간호조무사 처우개선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과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위해서도 힘쓴다. 직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예산 3억 5,000만원을 확보해 직무 교육 다양화와 전문화 등에 쓴다. 또 간호조무사 교육제도 개선을 통해 방문간호 간호조무사 양성 표준교육과정 연구사업 추진·치매전문교육 교재 개정·심화 직무교육 개발 및 교육과정 다양화 등을 시행한다.

간무협은 감염병 예방 및 대응 인력으로 간호조무사를 활용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조무사 정원 기준 마련 등 역할 확대에도 집중한다. 그밖에 올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안정적 보수교육 운영 및 자격신고 운영 △간호조무사 조직화 △간호조무사 인식개선 위한 홍보사업 강화 △사무처 업무 중심 조직 구축과 임직원 역량 강화 △전산정보 시스템 개선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동안 간무협은 가족계획·모자·보건·예방접종·결핵퇴치 등의 사업을 전개했다. 최근 의료계에서 불거진 간호법과 관련해 간호법이 특정 직역을 위해 일방적으로 발의됐다며 제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무협은 국회의원 간담회와 1인 시위 활동 등을 전개해 법안 심사를 일시 보류시켰다.

간무협은 현재 13개 시·도 간호조무사회와 전국임상간호조무사협의회·교육위원회·국·공립 병원 특별위원회·파독간호조무사위원회·LPN중앙봉사단 등을 통해 각 분야 회원들을 대변하고 있다. 현재 2015년 임명된 홍옥녀 제20대 회장과 함께 김길순 수석부회장, 임선영·정재희·하식·최경숙·최승숙·주춘희 부회장이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홍옥녀 제20대 회장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제도화해야”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에게는 낡은 전투복이 있다. 홍 회장은 단체장 이름으로 가는 모든 행사에서 낡은 흰색 투피스를 입는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간호인력 개편을 성공할 때까지 한 가지 옷만 입기로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낡은 전투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 홍 회장은 “7년을 입어서 옷이 다 낡았다”며 “아침마다 이 전투복을 입으며 ‘오늘 전장에 나가서 간호조무사를 위해 싸우다가 시체로 집에 돌아가든지 아니면 입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에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간호 인력 개편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겼으나 한 가지가 빠졌다”며 “전문대 양성 제도화인데 기적적으로 임기 안에 이뤄져 전투복을 벗고 싶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재직했다. 그는 2015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되고 2018년 연임에 성공해 7년째 간무협을 이끌고 있다. 현재 간호조무사교육원 원장·대한결핵협회 ‘STOP-TB 협력위원회’ 위원·아이키우기 좋은나라 만들기 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지내고 있다.

2월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홍 회장은 “간호조무사 자질 향상과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제도화’가 이뤄져야 하며 공정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사회적 차별 해소 및 중앙회 법정단체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회장과의 일문일답.

-임기가 곧 끝나는데 어떤 마음가짐이신가요?

“짧지 않은 시간에 성과도 많았기에 뿌듯한 부분도 있지만 오랜 숙원과제라 할 수 있는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과 ‘협회 법정단체 인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임기가 곧 마무리되지만 한 사람의 간호조무사로서 간호조무사가 처한 차별적 상황을 개선하고 부당대우 문제 해결에 끝까지 힘을 보태겠습니다.”

-현재 간호조무사는 어떻게 양성되고 있습니까?

“특성화 고등학교와 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제도권 양성이 아니다 보니 교육의 질이나 관리 부실 문제가 늘 대두돼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나라 간호 인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간호 인력을 제도권 내 정규 과정을 통해 양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간절한 바람입니다.”

-전문직 여성으로 일하며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병원에 첫 출근하던 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는 근무 여건이라든가 제도적인 부분이 열악했습니다. 간호조무사가 고유한 사람으로서 존중되지 않는 모습을 목도한 것입니다. ‘이걸 내가 평생 업으로 삼아서 할 수 있을까’ 고민됐지만 제가 여길 떠나면 바뀌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내 인생을 간호조무사에 걸어보겠다는 다짐을 했고 35년 동안 병원에서 조직 활동도 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만들며 지위 향상이나 제도 개선 등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선배로서 예비 간호조무사에게 조언한다면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간호조무사입니다. 초고령사회에 돌입하면서 간호인력은 더욱 중요해졌고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간호인력 확보를 이유로 간호조무사는 의료현장에서 그 비중과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건강을 지켜주는 간호조무사는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필수 간호인력이자 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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