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태어나면 병원이 출생신고 의무화
법무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국회 제출 예정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출생신고를 못 해 기초 복지도 못 누리고 유령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정부가 아이의 출생 등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출생 통보 의무화’ 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출생통보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4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은 시·읍·면장에게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신고되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2020년 기준 국내 분만의 99.6%가 의료기관에서 이뤄졌다. 법무부는 “의료기관의 출생사실 통보와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연계함으로써 출생신고 누락으로 인한 아동인권 침해를 현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아이의 출생신고 의무자는 부모다. 부모가 여러 이유로 출생신고를 못 하거나 안 하면, 아이는 국적도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살아야 한다.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등 적절한 의료조치도 받기 어렵고, 어린이집 이용도 초등학교 입학도 불가능하다.

2021년 12월 제주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교육·의료 혜택도 못 받고 20년 넘게 살아온 세 자매(24세, 22세, 15세)가 발견됐다. 세 자매는 지난 2월에야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 앞서 인천에서 친모에게 살해된 8살 여자아이, 여수에서 냉장고에 숨겨뒀다 발각된 생후 2개월 된 아이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비극적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출생 등록이 되지 못한 아동은 보호자와 주변 사람들에 의한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아동이 그러한 심각한 피해를 보더라도 국가에서 이런 상황을 인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017년에도 이와 같은 취지로 권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산모 정보공개 동의서 확보, 전산 처리 등 행정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또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혼외 출산 등 출산 사실을 숨기길 원하는 여성이 의료기관에서 출산하기를 꺼리고 아이를 유기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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