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언니들] 오은영 박사 “아프다며 찾아온 당신들이 날 살렸다”
[일하는 언니들] 오은영 박사 “아프다며 찾아온 당신들이 날 살렸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3.08 12:10
  • 수정 2022-06-21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하는 언니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아프다, 도와달라는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돕는 ‘내면의 힘’ 있다
안내하며 저도 힘과 용기 얻어”
건강관리 비결은 ‘1일1식’
틈틈이 공부하고 메모·녹음
“삶을 유지하는 힘은
너무 비장해지지 않는 것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여성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여성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57) 박사는 지금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멘토’다. 15년 넘게 마음의 문제를 진단해왔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등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다독여왔다. 어른의 상처도 도닥인다. 채널A ‘금쪽상담소’, 한국일보 ‘오은영의 화해’ 등, 아프다며 그를 찾는 이들의 사연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2022년 제17회 학부모가 뽑은 교육 브랜드 올해의 교육인 대상에 선정돼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오은영 박사가 사랑받는 비결은 단순해 보인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애정을 담아 진단한다. 성급한 ‘사이다’ 조언부터 꺼내지 않는다. 냉철하게 진단하되 희망을 말한다.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에겐 “쇠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다”며 멀리, 깊이 보라고 권한다. “인생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되, 문제가 생기면 극복하면 된다. 극복한다는 것은 성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피하지 않고 끝까지 겪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오은영의 화해』 중).

오은영 박사의 ‘신격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무한한 신뢰는 기댈만한 어른이 그만큼 드물다는 방증이 아닐까. 삶은 어렵고 인간은 결점투성이다. 오은영 박사는 따스한 격려를 잊지 않는다. 분노를 쏟아내는 엄마가 괴롭다는 딸에겐 “아무리 사랑해도, 평생 곁에서 지켜봐도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며 위로한다. 아이돌을 꿈꿔 무한경쟁에 빠져든 청소년들에겐 “오디션은 너희 삶의 일부일 뿐이다. 너희가 있어 이 과정이 존재하지, 이 과정 때문에 너희들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며 격려한다. 성추행 상사에 맞서 홀로 싸워온 여성에겐 “당신의 뜻과 전혀 상관없이 닥쳐온 불행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너무 힘들면 그만둬도 괜찮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자신의 판단을 존중하라”고 조언한다.

“아프다고 말하고, 극복하려 하는 건 당신에게 ‘내면의 힘’이 있다는 증거다. 그 힘을 믿어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오은영의 솔루션을 기대합니다. 지치지 않고 답하기 위해 분투하고 계실 듯합니다.

“저는 눈을 떠서 자기 전까지 대체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요. 저도 사람이니까 힘들고 몸살도 납니다. 하지만 내담자들과의 마음의 여정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외과의사는 피를 싫어하지 않아요. 출혈 부위를 찾고 환자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쏟지요. 저도 그래요. 고통의 출발점을 찾아서, 같이 의논해 나가는 겁니다.

제가 누군가를 낫게 할 수는 없어요. 버거운 여정을 함께할 뿐이죠. 끝 모를 어두운 터널 안에서 지칠 대로 지친 분들을 보면 안타깝고 먹먹해요. 그런데 누구나 내면에 고통을 버텨내려는 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스스로 돕는 힘이 있어요. 누구나 다 그런 힘을 갖고 계세요. 저는 그 힘이 보이거든요! ‘당신 내면에 이런 힘이 있다’고 알려드려요. 그 과정에서 저도 큰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아,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거야!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합니다.”

그 힘으로 일궈온 것들이 정말 많다. 오은영 박사는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이자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및 학습발달연구소 원장, 오은영 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료를 보는 틈틈이 방송 출연, 전국 특강, 언론 인터뷰, 칼럼 연재, 저술 활동도 한다. 2021년에만 ‘금쪽같은 내 새끼’를 포함해 4개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12개다.

- 잠은 푹 주무세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잠이 부족하죠. 어릴 때부터 잠이 많지 않아서 익숙해요. 그래도 5~6시간은 자려고 해요. 한 번 잠들면 푹 자는 편이고요. 이동할 때 중간중간 낮잠도 자요.

건강해지려면 마음을 편안히 갖는 게 가장 중요해요. 2015년부터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운동도 싫어하고 워낙 운동량이 적은 편이라 많이 먹으면 체중조절이 쉽지 않아서요. 아침에 야채를 갈아 한 잔 마시고,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딱 한 끼 먹어요. 간단히 과일 몇 조각 먹기도 하고요.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정말 당길 땐 딱 한두 젓가락만 먹어요. 라면도 한두 젓가락에 국물 조금 먹고 내려놓고요.”

- 커리어 관리는요?

“틈틈이 최신 데이터를 찾아봅니다. 2년에 한 번 정도 책을 내니까 평소에 찾아둬야 해요. 이동할 때 짬짬이 메모나 녹음을 하고요. 잘난 척 같지만 제가 시간 관리는 잘하는 것 같아요. 아침에 팩할 때, 안마의자에 누워 있을 때도 뭔가를 해요. 친오빠가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공부하니, 아직도 좋니?’ 물었어요. 어우, 노는 게 좋지. 하하하.”

오은영 박사는 “‘성취 중독자’, ‘일 중독자’ 아니냐는 말도 듣는데, 저는 늘어져서 쉬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멍 때리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정보도 너무 많으면 뇌에 해로워요. 천장 보고 멍하니 있어야 뇌가 쉽니다. 그렇게 해야 받아들인 정보가 뇌에 잘 저장되고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성취 지향적이지요. 자칫하면 모두가 실패자 또는 패배자가 된다고 느낄 수 있어요.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결과가 좋은 건 아니거든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좋은 대학 나오고 다 가졌으면서 그런 얘기 하냐’는 반응이 나올까 봐 조심스럽다”고도 덧붙였다. “저희 세대는 대학 나오면 취직 걱정 없고, 몇 년간 열심히 모으면 조그만 집을 살 종잣돈은 마련할 수 있었죠. (그런 세대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통해야 합니다.”

오은영 박사 ⓒ여성신문
오은영 박사 ⓒ여성신문

2008년 받은 ‘시한부 판정’
춤·피겨 등 ‘버킷리스트’ 실천 계기 
바쁜 워킹맘으로 살다
처음 나만의 시간 가져
그냥 해보시라...비장할 필요 없어
못하면 어때? 소소한 기쁨이 삶의 원동력

아버지가 위암을 선고받고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사의 길로 이끌렸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가 아플 때 다른 가족이 느끼는 마음의 힘듦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 치유의 여정, 인생의 여정에 발을 같이 넣어서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차별 없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났는데 여성 직업은 ‘공무원, 은행원, 교사’였던 시대, 남녀의 차별이 비교적 적은 직업이라는 데에도 끌렸다.

2008년 받은 ‘시한부 판정’은 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건강검진 중 담낭암·대장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하는 날까지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아들을 생각했다. 다행히 대장암은 초기였고 담낭엔 콜레스테롤 용종이 있었다.

여유가 생기자 하고 싶은 게 자꾸 생각났다. ‘오은영의 버킷리스트’ 도전에 나섰다. “바쁜 워킹맘으로 살던 오은영을 잊고 처음으로 가져본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유튜브 채널에 2020년 7월부터 직접 도전 영상도 올렸다. 강아지 100마리 키우기부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씨에게 배우는 발레,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곽민정 씨에게 배우는 피겨스케이팅, 박선주 보컬트레이너에게 받은 보컬 레슨 등 다채롭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저도 이 나이에 뭔가 해보는데, 젊은 분들께는 그냥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너무 비장하게 하지 마시라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냥 해보는 거, 그냥 해봐도 못하는 것도 있어요. 그럼 어떻습니까. 순간의 행복,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삶을 유지하는 힘이 됩니다. 쌍코피 나는 심정으로 해야만 뭘 이루는 건 아니거든요. 편안하게 해보는 것도 필요해요.”

오은영 박사는

연세대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의학박사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아주대 교육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주임교수
서울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임의 수료, 임상교수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신촌세브란스병원 수련의, 정신과 전공의 수료
오은영아카데미·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대한신경정신과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청소년정신과학회 학술부장·정회원
여성의전화 쉼터 자문위원
오산시 어린이정신건강센터장

ⓒShutterstock
ⓒShutterstock

일하는 언니들

나이 들어서도, 아이 낳고도 ‘일하는 여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삶의 경로가 됐습니다.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일과 삶 이야기,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봅니다. 여성들이 서로의 ‘멘토’가 돼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은영 박사 - 아프다며 찾아온 당신들이 날 살렸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667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